1000억 넘는 예산 투입했지만 지지부진…실효성 있는 R&D 선행돼야

 

양어용 배합사료 의무화가 1000억 원 이상을 쓰고도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2004년 배합사료 직불제를 시작으로 2020년까지 배합사료 사용 활성화에 1243억6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배합사료의 급이비율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에 양어용 배합사료 사용 실태와 문제점을 살펴보고 향후 양어용 배합사료 정책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짚어본다.

# 제자리 걸음인 배합사료 급이비율

정부의 노력에도 배합사료 급이비율은 2006년 이후 제자리 걸음 수준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06년 전체 양어사료 급이량 57만3394톤 중 배합사료급이량은 11만6659톤이었다. 이후 배합사료 급이량은 꾸준히 감소해 2013년 6만812톤으로 최저치를 기록했고 최근5년간은 배합사료 급이량이 9만 톤 전후를 형성하고 있다. 배합사료의 급이비율을 보면 2006년 20.35%에서 2013년 12.51%까지 하락한 이후 반등해 지난해에는 16.21%를 기록했다.

이 기간동안 생사료 공급량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2006년 45만6739톤이었던 생사료 공급량은 연도에 따라 차이를 보이기는 하지만 보통 45만~50만 톤 선을 기록하고 있다. 정부는 2004년부터 배합사료직불제를 지급하고 연구개발(R&D)도 꾸준히 추진하고 있지만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 산업 고도화 막는 생사료

생사료의 급이는 여러 환경문제와 함께 노동력에 대한 의존도를 높인다는 점, 양어산업의 고도화를 저해한다는 등 여러 문제를 가지고 있다.

먼저 지목되는 것은 수산자원에 미치는 악영향이다. 생사료로 공급되는 어류는 주로 참조기, 고등어 등 대중성어류의 미성어다. 사료로 공급되기에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며 이는 곧 연근해어업인들이 미성어를 어획할 동기를 제공하는 것이다. 생사료로 공급되는 어류는 40~50% 수준에 달한다. 실제로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연근해어업 생산량 대비 생사료 공급량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2011년에는 36.29%로 가장 낮았고 2019년에는 55.38%로 가장 높았다. 특히 최근 5년을 살펴보면 △2017년 53.38% △2018년 50.89% △2019년 55.38% △2020년 51.07% △2021년 48.81% 등이다. 물론 공급된 생사료 전량이 연근해에서 생산된 것은 아니지만 수산자원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알 수 있다.

해양환경에 미치는 악영향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생사료는 수분함량이 50%를 웃돌기 때문에 유실되는 사료가 많다. 이는 육상수조식 양식장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으로 유실된 생사료는 인근의 바다로 흘러가 해안의 수질을 오염시키게 된다. 뿐만 아니라 생사료는 바이러스 등을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양식어류의 폐사가 늘어나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양식수산물의 안전성 확보에도 제약요소로 작용하며 어류양식산업의 고도화에도 걸림돌이 된다. 먼저 양식어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사료인 만큼 안전성이 관리되지 않은 생사료를 급이하는 것은 이를 섭취하는 양식어류의 식품안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2018년에는 다랑어 부산물을 급이한 광어에서 기준치 이상의 수은이 검출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아울러 생사료는 자동급이가 불가능해 노동력에 의존해야하며 일정한 사양관리가 쉽지 않아 산업의 고도화에도 걸림돌이 된다.

# 1000억 원 이상 쓰고도 의무화 시기는 ‘검토 중’

정부는 배합사료 지원사업으로 10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지만 배합사료의 급이비율이 눈에 띄게 늘어나지도, 의무화를 추진하지도 못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2004~2014년 민간경상보조사업으로 환경친화형 배합사료 지원사업을 통해 648억8000만 원을 지원했다. 또한 2012년부터 2020년까지는 환경친화형 배합사료 시범사업을 통해 594억2600만 원을 투입했다. 17년간 1243억600만 원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배합사료 급이실적은 여전히 미미한 실정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10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배합사료 의무화는 여전히 ‘검토 중’인 상황이다. 해수부는 당초 수산혁신2030계획을 통해 올해부터 광어를 시작으로 배합사료의무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는 2023년으로 연기됐다. 2023년을 앞둔 지금에는 여전히 검토 중이며 오히려 수산자원관리를 위해 생사료 이력제를 추진하는 것으로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 직불제 아닌 R&D 선행돼야

배합사료 의무화가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직불제가 아닌 실효성있는 R&D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업현장에서는 배합사료의 품질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배합사료가 생사료에 비해 성장속도가 더딘데다 어업인들이 저가의 배합사료를 선호하고 있어 양질의 배합사료를 공급하는 것이 쉽지 않은 구조이기 때문이다. 특히 배합사료는 사료에 따라 사양관리 방식이 전부 달라져야 하지만 국내에는 이같은 구조도 확립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이 가운데 배합사료 직불제에 과도한 예산을 투입하는 것보다는 현장에서 접목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R&D를 통해 배합사료의 품질개선과 배합사료에 맞춘 사양관리방식을 모두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식업계의 한 전문가는 “정부의 배합사료 의무화 정책은 정책추진 배경과 그 수단이 일치하지 않고 있다”며 “배합사료 의무화의 목적이 미성어 보호라면 수산자원관리 정책으로 추진돼야 하고 해양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저감하기 위한 것이라면 배출수 관리 정책으로, 산업의 고도화가 목적이라면 의무화가 아닌 권고 수준에 머물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배합사료 의무화를 추진하려면 어업인이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배합사료의 품질이 보장돼야 하고 관련 기술도 개발돼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수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 부연구위원은 “배합사료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사료의 급이방법과 사양관리기술이 모두 달라져야 한다”며 “어업인들의 배합사료 사용을 의무화하기 위해서는 양식어류에 맞는 고품질의 배합사료와 사양관리방법 등을 정립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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