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홍정민 기자]

제발 용어를 통일해 주세요. 전염병 예방법입니까. 감염병입니까행사의 마무리를 앞두고 한 노학자는 마이크를 잡고 이렇게 따끔한(?) 지적을 했다. 발전전략이나 정책방향 등을 소개하고 설명하는 자리에서 가장 기본적인 개념에 대한 질문을 꺼냈으니 행사장의 분위기는 일순간 다소 어색해졌다. 이 행사는 다름 아닌 재단법인 한국동물보건의료정책연구원과 농림축산검역본부가 공동주최하고 대한수의사회가 후원해 지난 2일 열린 ‘2022 1차 한국동물보건의료정책포럼이었다.

개인적으로 한글,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많고 어휘나 단어의 선택은 물론 개념, 정의, 의미 등에 민감하다 보니 노학자의 문제 제기에 궁금증이 생겨 표준국어대사전 등을 다시금 살펴볼 수밖에 없었다.

전염병(傳染病)과 감염병(感染病)은 의학과 관련된 용어로 수의학, 의학 등 학문적 배경과 입장에 따라 노학자는 개념과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의 중요성을 들어 아마도 전염병과 감염병을 보다 적확하게 선택해 주길 바랐을 것으로 짐작해 본다.

이날 현장에서 품었던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지난 18일 배포된 농림축산식품부의 설명자료에 가서 멈췄다. 생산자·학계 등의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동물복지형 축산 기준을 마련했다는 제목의 농식품부 설명자료인데 자료의 핵심은 비육돈 사육면적 기준이 2013년부터 마련돼 시행됐고 2020년부터 도입된 모돈(어미돼지) 스톨사육 금지는 개방형 스톨사용 등 충분한 대안을 마련했다는 내용이다. 적정 사육면적 기준을 설명하는 일부 내용 중에서 한국축산경제연구원, 농식품부의 2018년 자료에서 재인용된 유럽의 돼지 비육돈 체중별 마리당 최소 소요면적은 10~20kg 돼지는 0.2가 필요하고 30~50kg0.4, 50~85kg0.55, 85~110kg0.65가 각각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는 새끼 돼지는 0.2~0.3, 30~60kg(육성돈)0.45, 비육돈은 0.8가 필요해 유럽 기준과 거의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유럽 내 네덜란드, 스웨덴 등은 우리보다 마리당 더 많은 사육면적을 요구하고 있다.

설명자료는 모 경제지의 문제 제기에 대한 답변이다 보니 나름 상세했다.

관련 산업을 취재하다보면 이처럼 동물복지 문제가 제기되고 거론될 때마다 정부의 정책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어떠한 효과 내지는 결과를 기대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이 들기도 한다.

동물복지냐 동물복지형이냐의 용어가 갖는 개념이나 정의에서부터 반려동물과 산업동물 등 대상에 대한 이해나 접근방식 등을 포함해 생산자, 소비자, 학계, 전문가 그룹 등의 의견이 정말 충분하게 수렴됐는지 의구심이 여전한 것도 사실이다.

자신의 디자인이 결국 아름다운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일이었다고 한 어느 유명한 교수의 고백이 귓가에 맴돈다. “아프리카를 위해 그들을 돕는다고 구글링이나 연구실에 앉아서 하던 연구의 결과물들은 현장에선 아무 소용도 없는 쓰레기에 불과했다”.

비단 산업동물에 대한 동물복지 문제만이 아니더라도 축산, 축산업과 관련된 각종 문제 제기에 대해 정부와 산학연은 함께 진지한 철학적 고민과 더불어 대책과 정보를 제대로 알리고 공유하는 노력이 앞으로도 더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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