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지 (한국농업기술진흥원 종묘생산팀 선임연구원)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요즘 TV를 켜보면 소위‘먹방’이라고 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한창이다. 저마다 맛있고 특이한 음식으로 시청자들을 유혹한다. 맛있는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건 뭘까? 요리사의 요리실력?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레시피? 신선하고 좋은 식재료? 우수한 주방용품 등 몇 가지가 있겠다. 매일 요리를 하는 셰프(chef)들에게 물어보니 이구동성으로 신선하고 좋은 식재료란다. 원재료가 신선하면 사실 요리기술이나 레시피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과실에 적용해 봐도 비슷한 답일 것이다. 즉 맛있고 좋은 과실을 얻으려면 우수한 품종에 바이러스나 바이로이드 등 병원균에 감염되지 않은 좋은 종묘를 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2017년 기준, 국내 과수묘목은 연간 1340만 주가 생산된다. 금액으로는 약 618억 원 수준이다. 이 중 주요 5개 과종인 사과, 배, 복숭아, 포도, 감귤은 연간 550만 주 정도가 거래되고 있어 전체 묘목 생산량의 약 42%를 차지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내 유통 과수묘목은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검정하지 않고 농가에 공급되고 있다보니 국내 과수 바이러스 감염률은 평균 45% 정도라고 한다. 처음부터 맛있고 품질 좋은 과일이 생산될 수 있는 여건이 좋지 않은 것이다.
 

과수는 일단 바이러스나 바이로이드에 감염되면 치료가 불가능하다. 바이러스의 종류와 정도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과일의 착색불량, 당도감소 등 품질저하를 가져오고 생산량 감소 혹은 과수가 고사하는 등 다양한 피해가 나타난다. 이는 농가와 소비자의 피해로 직결된다. 따라서 과실의 생산량 증대와 품질개선 등을 통한 국내 과수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바이러스나 바이로이드에 감염되지 않은 무병묘(VF, virus free)의 생산·공급이 필수조건이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여름사과인 ‘홍로’의 경우 바이러스 감염 과수 대비 무병묘의 수확량은 22.8%, 상품과율은 10% 높았고, 가을사과인‘후지’의 경우 수확량은 27.8%, 상품과율은 41%나 증가됐다고 한다. 그 외에도 과일의 크기가 일정하고 비대칭 과일이나 성장이 부실한 과일도 적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우려했던 과수 재배 중 무병묘의 바이러스 감염여부를 조사한 결과 감염률이 거의 없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결과다. 
 

마침 며칠 전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열린 ‘과수 무병묘 공급확대를 위한 기관별 추진실적 점검회의’가 있었다. 회의 후 시험포장에 가서 실제 바이러스에 감염된 과수에 달린 과일과 무병묘에 달린 과일들을 하나하나 직접 비교해 보니 무병묘의 우수성이 확실히 구분됐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과수 무병묘 보급률은 지난해 기준 2.2%에 불구한 걸음마 수준이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와 국립종자원에서는 2026년까지 과수 무병묘 보급률을 4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과수 무병묘 품질인증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품질인증을 위해 관리기관도 선정해 농촌진흥청에서 육성된 신품종 과수 무병원종을 증식, 보급종을 생산하는 묘목업체가 과수 무병묘목을 생산·유통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고자 한다. 
 

관련 법안이 소위원회에 계류돼있어 시행 전이지만 올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미 시행을 위한 준비는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시간이 조금 필요하지만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된다면 국민들은 맛있고 품질이 우수한 과실을 구매하게 될 것이고, 과수농가와 묘목업체는 높은 소득을 얻을 수 있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제도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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