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안희경 기자]

얼마 전 유명 셰프가 론칭한 한우 햄버거 집을 찾았다. 한우로 만든 패티를 주제로 햄버거만 파는 가게였는데 유명인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오픈 첫날인데도 대기줄이 있었다.

문을 열기 전부터 한우 맡김차림(오마카세)로 유명세를 떨친 셰프인데다 특별한 아이디어를 접목한 레스토랑으로 젊은 세대에 입소문이 나면서 오픈 첫날에도 알음 알음 찾아온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메뉴 별로 차이는 있었지만 한우 패티로 만든 햄버거는 대략 3만 원에서 59000원 까지 비교적 높은 가격에 형성돼 있었다. 버거 두 개와 와인, 사이드 메뉴를 주문한 커플 고객이 눈에 띄었다. 바로 옆 테이블에는 농구대잔치에서 봤던 1990년대 유명한 농구선수도 지인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다.

5만 원이 넘는 햄버거를 먹고 있노라니 햄버거 치고 너무 비싼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슬며시 들었다. 맛은 있었지만 이 비용을 내고 또 올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이런 생각들은 식당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주변 테이블의 고객들을 보면서 사라졌다. 그들은 햄버거를 먹으러 온 것이 아니라 식당의 분위기, 식당의 인테리어 등 모두를 즐기고 있었다. 음식이 아닌 문화를 즐긴다고 할까. 젊은 친구들은 연신 사진을 찍어대며 즐거워했고 대기줄에 늘어선 사람들을 보면서 테이블을 차지한 우월감을 즐기고 있는 듯 했다. 예상대로 몇 일 뒤 사회관계서비스망(SNS)에는 해당 식당을 해시태그 한 게시물 수백 개가 올라가 있었다. 20대의 한 후배는 그 식당에 다녀왔다는 얘기에 부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한우가 너무 비싸 대중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지만 사실 이 식당의 사례에서 보듯 지금의 소비자들은 음식 그 자체를 사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둘러싸고 있는 분위기를 산다. 비단 이것은 젊은 세대만의 일이 아니다. 문화를 중요하게 여기며 젊은 시대를 거쳐온 40~50대들도 이제는 분위기에 기꺼이 지갑을 연다. 한우의 시장성은 무한하다. 이제 한우를 어디서 어떤 문화와 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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