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값 받기 위해선 선별·포장 ‘표준규격’ 따라야

[농수축산신문=박현렬 기자]

가락시장 배추 경매 모습
가락시장 배추 경매 모습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표준규격을 무시한 비규격망 배추가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을 비롯해 전국 공영도매시장에 출하돼 논란이 일고 있다.

공영도매시장 관계자, 산지유통인,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을 비롯한 전국 도매시장에 출하하는 일부 생산자들이 농관원의 ‘결구배추 포장 치수 규격’을 지키지 않고 크기가 작은 배추의 크기를 속여 출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배추 상품의 경우 보통 50~52망(가로길이 50·52cm)으로 작업된 경우가 많은데 크기가 50·52망보다 작은 배추를 52망으로 표기한 것이다.

이 같은 문제는 추석 이전부터 발생했으며 연작·바이러스 피해, 이상기후로 인한 작황 저조 등을 이유로 조기 수확한 배추를 좀 더 높은 가격을 받고자 비규격망에 넣어 허위로 규격을 표시한 것으로 파악된다.

가락시장 관계자는 “올해 고랭지 작황이 좋지 않아 배추 품위가 덜 좋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비규격망 배추가 급격히 늘어 놀랐다”며 “중도매인, 소비지에서의 민원도 지속적으로 제기됐기 때문에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도매시장법인들이 산지 계도기간을 거쳐 출하 전면 금지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가락시장의 경우 등급표준화검사를 상시적으로 실시해 평소 비규격망 배추가 출하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는 고랭지 배추 반입량이 적어 도매가격이 높게 형성되자 산지 비규격망 배추 출하가 가락시장을 중심으로 이뤄진 것이다.

도매법인 관계자는 “산지에 지속적으로 규격망으로 출하해야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고 소비지에서 민원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해 왔다”며 “제값을 받기 위해서는 그에 부합하는 선별과 포장 등이 뒤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시공사가 지난달 25일부터 가락시장과 강서시장에 비규격망 배추 출하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히자 가락시장과 강서시장에서 출하돼 회송된 비규격망 배추가 지방도매시장으로 흘러 들어가 문제가 더욱 커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한 지방도매시장 관계자는 “배추 출하는 대부분 가락시장이나 대구 북부농수산물도매시장, 부산 엄궁 농산물도매시장 등에 집중돼 나머지 시장은 배추 출하량이 적다”며 “산지 작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비규격망 문제를 제기할 경우 해당 시장으로 배추를 출하하지 않기 때문에 지방도매시장은 어쩔 수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비규격망 출하 문제가 커지자 공영도매시장 개설자, 관리조직에 도매시장 반입 전 품목에 대한 표준규격 검사를 철저히 하라는 내용을 전달했다고 밝혔지만 광역시를 비롯한 주요 도매시장 관계자들은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 관리조직 관계자는 “개설자나 농식품부로부터 배추 비규격망 출하와 관련된 내용을 전달받지 못했다”며 “도매시장의 규모와 취급량이 적으면 적을수록 규격 출하 문제는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 지방도매시장 중도매인 관계자는 “농산물을 구매하는 중도매인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배추를 구매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라면 크기만 봐도 규격 유무를 안다”며 “공영도매시장에서 규격을 무시한 농산물이 지속적으로 거래된다면 구매자들의 발길이 끊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가락시장 청과부류 도매법인들은 2008년부터 최근까지 표준규격망으로 배추를 출하해야 한다는 내용을 홈페이지를 통해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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