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상대국에 적합한 우수·다양한 품종 육성…화훼산업 위기 극복을
응용력 갖춘 산업체와
이론 앞세운 대학의 협력 통해
현장 기술 재해석·적용
재배현장 맞춤 산업화 ‘강조’

[농수축산신문=박유신 기자]

경북대는 3개월마다 각 연구참여 기업체를 탐방해 기술이전 실무자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경북대는 3개월마다 각 연구참여 기업체를 탐방해 기술이전 실무자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화훼산업이 소비부진, 생산비 상승, 수출부진, 외국산 저가품 수입 증가 등 ‘4중고(重苦)’에 시달리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화훼산업이 당면한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국내 소비는 물론 해외 수출 기반 확대가 요구된다. 특히 화훼류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수출 상대국에 적합한 우수하고 다양한 신품종 육성이 기반이 돼야 한다.

이에 경북대가 정부 지원을 통해 임기병 원예과학과 교수를 주축으로 수행한 ‘맞춤형 품종개발을 위한 수출 주도형 육종기반 구축’ 연구개발(R&D) 성과가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이 R&D 성과물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선정하는 ‘2021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돼 민·관 협력을 통해 일궈낸 대표적인 R&D 사례로 꼽힌다.

# 화훼산업, 경기침체 등 영향 최근 10년간 위축

농림축산식품부 ‘2021 화훼재배현황’에 따르면 국내 화훼 생산액은 2005년 1조105억 원을 달성한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20년 기준 5269억 원으로 농업생산액의 1.0%를 차지했다. 농가수 역시 같은 기간 1만2860호에서 7069호로 감소하며 화훼 재배면적도 2020년 4290ha로 2005년 7950ha와 비교하면 크게 줄었다.

이처럼 2005년 이전까지만 해도 고소득 작목으로 각광을 받던 우리나라 화훼산업은 경제침체,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최근 10년간 크게 위축됐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화훼소비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1인당 화훼 소비액은 오히려 증가한 것이다. 국민들의 실내생활이 늘면서 절화위주의 화훼소비패턴이 분화나 정원용식물의 소비확대로 변화하며 나타난 현상이다.

# 화훼수출 경쟁력 제고 위해 신품종 육성 필요 

국내 화훼산업은 1980년대 후반부터 수입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외국의 다양한 신품종이 국내에 소개돼 왔다. 특히 화훼류의 수입장벽이 완화되면서 수출 역시 일본 등 선진국으로 난, 장미, 백합, 국화가 지속적으로 수출되며 2000년 2888만8000달러였던 수출액이 2010년 1억306만7000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화훼 수출은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이며 2020년에는 1585만8000달러로 10년 사이 급감했다. 

화훼업계 관계자들은 “화훼 수출이 급감한 데는 국내 화훼 수출 70%를 차지하는 일본수출이 크게 감소한데 따른 결과”라며 “중국의 사치금지령에 의한 난 수출 감소도 영향을 줬으며, 엔저현상과 물류비용의 지속적인 상승, 중국·대만·베트남과의 경쟁력 약화가 주원인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따라서 화훼산업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내 소비는 물론이고 수출 상대국에 적합한 우수하고 다양한 우리 신품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연구 참여기업인 우리씨드그룹의 박공영 대표와 해외바이어 모습.
연구 참여기업인 우리씨드그룹의 박공영 대표와 해외바이어 모습.

# 민관협력 수출주도형 육종기반 구축 통해 화훼 수출경쟁력 UP 

국내 화훼산업이 침체기를 벗고 화훼 선진국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산업계, 학계, 정부가 지닌 장점들을 결합, 민간육종 활성화를 통한 수출 전략 품종을 육성해 수출시장을 다변화하고 품목을 다양화시킬 필요가 있다. 

이에 경북대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민관협력 연구개발을 통해 수출주도형 육종기반을 구축, 기술이전을 통해 수출국 맞춤형 신품종을 개발해 사업화까지 성공해 주목을 받고 있다.

참여기업인 강산난원에서 개발한 신품종 미니 호접란.
참여기업인 강산난원에서 개발한 신품종 미니 호접란.

경북대는 강산난원, 우리꽃연구소(우리씨드 그룹), 무궁화와참나리연구소, 대선농업 등 4개 민간 육종기업과 함께 4년 간 정부지원 15억 원 등 총 18억8000만 원을 투입, 신품종 육종기술 구축과 네덜란드식 테스트-배드 운영으로 수출 타깃시장에 적합한 맞춤형 신품종을 개발하는 연구와 이를 현장에 적용해 사업화하는 과업을 수행했다.

‘2021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 인증 상패.
‘2021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 인증 상패.

호접란, 다육식물 등 분화류와 조경수목인 무궁화, 정원용 식물인 나리, 코레옵시스, 가우라, 패랭이 등 7개 작물을 대상으로 일본, 중국, 대만, 미국, 호주, 유럽 등 수출시장에 맞는 품종개발을 진행했다.

‘모든 것은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처럼 실험실에서의 연구와 현장 적용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유사한 유전적조성을 가진 종류들 간에 교배를 통해 신품종을 개발하는 ‘종속간 잡종기술’ △종간잡종의 불임 극복과 꽃의 크기나 병 저항성을 높이는 ‘배수성육종기술’ △새로운 형질의 품종개발이 가능한 ‘돌연변이기술’ △계통별 교잡육종에서 우량개체의 선발효율을 높일 수 있는 ‘유전분석기술’ △조기에 종간잡종개체를 선발할 수 있는 ‘염색체패인팅기술’ 등 전 세계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첨단기술들을 실제 재배현장에 맞게 활용해 산업화하는데 성공했다.

이에 대해 임기병 교수는 “실제적인 현장에서의 기술 적용은 최근에 개발된 기술이 아니라 이미 개발된 기술을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며 “따라서 상당한 수준의 응용력을 갖고 있는 산업체와 이론에 앞서 있는 대학이 협력해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을 재해석하고 현장적용 가능한 기술로 바꿔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경북대에서 개발된 신육종기술은 협력업체인 민간 육종회사에 기술이전, 현장에서 실용화할 수 있도록 테스트-베드 운영을 통해 문제점을 해결했다. 그 결과 에케베리아 ‘그린피코티’, 코레옵시스 ‘문라이트소나타’, 무궁황 ‘홍진’ 등 20건의 신품종 특허 출원(2020년 기준)과 4건의 품종 등록, 14건의 제품화라는 짧은 기간 내 괄목할 만한 연구성과를 거두며, 2020년 기준 국내외 판매액 45억9000여만 원을 달성했다.

특히 국산 신품종 보급 확대로 호접란의 경우 외국품종이 주당 1500원인데 반해 개발된 국내 품종은 800원으로 절반에 불과해 장기적으로 생산농가의 종묘비와 로열티 경감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임 교수는 “앞으로 네덜란드, 미국과의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하고 빠른 정보교류와 세계시장의 요구를 국내 기업들에게 전달하도록 하겠다”며 “아울러 네덜란드 월드호티센터(World Horti Center)와 새로운 협력 파트너십을 가질 계획”이라고 전했다. 

# 농식품 스타트업 관계자가 전하는 R&D 방향은 - 임기병 경북대 원예과학과 교수

“수출 주도형 신품종 육종기술은 채소, 과수 등 다른 분야로의 확대·적용도 가능하고 추가적인 신품종 개발이 가능해 장기적으로 국내 육종기술의 선진화를 통한 민간육종회사의 국제 경쟁력 강화와 원예재배농가의 소득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많은 연구자들이 신기술만 개발하면 신상품은 금방 개발된다고 착각하기 쉽다. 

신품종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육종산업이 육종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정부에서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다.” 

<이 기사는 FTA 교육홍보사업의 제작지원으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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