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재활사의 인생 2막…포도·블루베리로 행복·치유 선사하고파

 

장애우들을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설 수 있도록 돕던 직업재활사가 농부로 변신을 했다. 아픈 사람들의 재활을 돕던 그가 키우는 블루베리와 포도가 다른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고 치유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농장이름을 힐링농장이라고 지었다.
 

수확을 하고 포장을 하면서 ‘부끄럽지 않는 먹거리를 만들자’는 좌우명을 늘 되새긴다는 남기원 힐링농장 대표. 소비자에게 최상의 맛과 품질을 선사하겠다는 일념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는 남 대표를 만나서 서산으로 함께 가보자.

 

#직업재활사, 서산에 정착하다.  
 

오래전부터 서산과 홍성을 오가며 농사를 지어온 부모를 따라 서산에 정착한 남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블루베리 농사를 짓는 부모를 돕는 착한 아들이었다. 
 

“처음부터 농사를 지은 것은 아니고 서울에서 직업재활사로 3년간 직장생활을 했어요. 직업재활사는 장애인들을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진단, 평가, 훈련해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적성에도 맞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에 즐겁게 일했던 것 같습니다.”
 

도시에서 살면서도 부모가 아프면 가업을 이어받아야겠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었다. 주말이나 일손이 바쁠 때는 농사를 도왔다.
   

“생각보다 농장에 일찍 내려오게 됐습니다. 아버지가 연로해서 농장을 이어받기를 원하셔서 블루베리 농사를 지었는데 생각보다 수확량이 많지 않고 여러모로 부족한 부분이 많이 보이더라구요. 농장을 운영하려면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산에는 일가견이 있었던 부모세대였지만 고객관리와 택배 발송 등 유통이 문제였다. 비효율적이고 전산화 작업도 이뤄지지 않아 이익산출도 어려웠다. 
 

남 대표는 출하 내역, 고객관리 명단, 택배 거래내역 등을 전산화시켜 손쉽게 운영할 수 있도록 살림살이 정비에 나섰다. 그러던 사이 블루베리 수확량도 증가하고 수익은 차츰 높아지기 시작했다.
 

“1000만 원이었던 매출액이 다음 해는 3000만 원 그 다음 해는 5000만 원으로 점점 늘었습니다. 블루베리로 안정적인 소득이 창출되면서 농장규모를 확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논에 심은 블루베리, 두둑이 성공 포인트
 

아버지의 농장에서 생산량을 확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남 대표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블루베리 농장을 확대해 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서산에는 휴경하는 논이 많아 일반 논에 블루베리를 식재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무작정 덤볐는데 사실 충남 서산은 간척지이기 때문에 땅의 염도와 배수가 문제였습니다. 시범적으로 첫해에 5주 정도의 블루베리 묘목을 논에 심고 염도와 배수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둑을 만들었습니다. 몇 해가 지나며 블루베리 나무 성장이 좋았고 높은 두둑이 블루베리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계속 확장을 했습니다.”
  벼

농사만 짓던 논에 블루베리를 심으면서 남 대표는 발상을 전환으로 영농생활 8년 만에 매출을 9배 이상 신장하면서 블루베리로만 연매출 9000만 원을 벌어들였다. 생각을 바꾸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도 큰 힘이 됐다.
 

“처음 농사를 지을 때 타지역에 와서 아는 사람 하나 없이 지냈습니다. 하지만 서산농업기술센터에서 기술지원, 정보화, 마케팅, 강소농, 가공, 품목 등 다양한 교육을 들으며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갔습니다. 그렇게 만난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농사기술은 물론 새로운 작목에 대한 정보도 얻게 됐습니다.” 
 

남 대표는 주변의 권유로 포도도 함께 재배하기 시작했다. 포도 농사를 지은 첫해 1500만 원의 매출에서 이듬해 3000만 원 매출로 2배 성장을 한 남 배표는 현재 포도로만 7000만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총 매출 1억 5000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포도농사도 성공을 하면서 도전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더욱 커졌습니다. 소규모 귀농인 농장조성사업을 시작으로 친환경 청년농부, 현대화규모화사업, 친환경사업, 청년창업농사업 등 다양한 사업에 공모해 발전가능성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 가능성을 믿고 지원받아 농장 규모와 시설을 성장시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창농공모 사업으로 4800만 원 가량을 보조받은 힐링농장은 2000만 원의 자부담을 추가해 무인방제시스템과 정보통신기술(ICT) 활용시설 제어장치를 설치했다. 
 

“서산시농업기술센터의 도움으로 스마트팜 무인방제를 통해 더 쉽고 원활하게 방제를 할 수 있어 인건비 절약 등의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노력과 열정으로 일으킨 변화, 최고의 품질로 결실 맺어

힐링농장의 블루베리와 포도는 무농약, 농산물우수관리(GAP) 인증을 받아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매년 실시되는 잔류농약 검사, 토양검사 등을 통과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한약재를 발효해 천연퇴비로 활용하고 해충포획기를 통한 병해충 박멸, 유기농업 자재를 활용해 인체에 무해하게 친환경적으로 작물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논에서 블루베리와 포도를 키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노력과 열정이 바탕이 됐기 때문에 변화도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남 대표는 그의 도전기를 발판삼아 지역의 청년농업인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고자 전면에 나서게 됐다. 서산시 4-H 연합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점점 늘어나는 청년농업인들에게 농업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고 서산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늘 노력하고 있다.    

“청년농업인이라면 당연히 4-H 활동을 해야한다고 생각했고 선후배들의 도움을 정말로 많이 받았습니다. 서산시 회장으로 지역의 청년농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남 대표는 또한 서산시 제1기 청년네트워크 위원으로 활동하며 서산시 청년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은 생산에 머무르고 있지만 생산이 안정화되면 체험이나 가공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려고 합니다. 서두르지 않고 계획에 맞춰 차근차근해 나가려고 합니다. 청년농업인들과의 소통은 더욱 열심히 해야죠. 제가 그랬던 것처럼 함께 대화하며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소통하면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고 농업경영의 생각이 바뀌게 될 것입니다. 저도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미니인터뷰] 이수종 서산시농업기술센터 인력육성팀 농촌지도사

 

“서산시농업기술센터는 청년농업인들이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민간자본보조사업 3종, 그리고 청년·학교의 4-H활동을 도와주는 8개의 사업을 포함해 총 11개의 청년농업인들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수종 서산시농업기술센터 인력육성팀 농촌지도사는 4-H에서 서산의 청년농업인들이 주축이 되고 있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서산의 청년농업인들이 유독 열정적이고 협동심이 좋은 만큼 서산시농업기술센터도 특화된 사업으로 청년농업인들을 돕고 있습니다. 청년농업인 협업 기반 조성이라는 사업을 추진 중인데 이 사업은 청년농업인들이 직접 수확한 작물을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판매할 수 있는 공간과 청년들끼리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는 회의 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입니다.”  
 

이 지도사는 지난달 서산에서 개최한 4-H중앙야영대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남 대표를 비롯한 서산 청년농업인들이 4-H에서 주축으로 활동하는 것이 자신에게는 행운과도 같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청년농업인들과 더 끈끈해질 수 있었고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일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부족한 부분을 서로 채워주고 있습니다. 서산에 이런 청년농업인들이 있다는 것이 저에게는 정말 행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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