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구 건국대 동물자원과학과 교수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국내산 원유 안전성 기준을 지속적으로 높여 나가면서

-꾸준한 소비자 홍보와 낙농가 교육·계몽 필수

코로나19 팬데믹의 후폭풍으로 세계적인 경제 침체 확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으로 인한 국제 정세의 불안 등 세계는 물론 국내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요즘인 것 같다. 우리의 축산업 역시 이러한 국내외적 불황에 피해 갈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특히 우리의 낙농산업은 이러한 세계적 불황에 국내의 크고 작은 문제가 더해져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 놓여있다.

설상가상으로 일부 소비자들은 국내산 우유는 위생이 좋지 않고 항생제, 호르몬, 그 외 잔류물질이 들어있다는 오해를 하고 있고 이를 부추기는 무분별한 정보들이 여과 없이 소비자들에게 전달돼 국산 우유 소비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국내산 우유의 안전성에 대한 현재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안전성 확보를 위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가를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집유된 국내 젖소에서 생산된 원유의 위생 등급 내역을 살펴보면 세균수의 경우 유량 기준 1등급 비율 99.59%, 3급 이하는 0.08% 체세포수는 유량 기준 1등급 비율 66.39%, 3급 이하는 4.1%이다. 이는 낙농 선진국와 비교해 볼 때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덴마크의 경우 1등급 원유 1ml당 세포 수 3만 개 미만, 프랑스 세균 수 5만 개 미만, 미국은 등급 규정은 없고 10만 개 이상이면 집유를 거부하고 있어 국내 우유(3만 개 미만)는 낙농 선진국의 위생 등급과 비교했을 때 세계 낙농 선진국의 수준의 위생 등급을 보인다.

체세포수 또한 원유 1ml당 1등급의 경우 한국 20만 이하, 덴마크 20만 이하, 독일 40만 이하, 프랑스 20만 이하, 뉴질랜드 40만 이하, 미국 75만 이상 시 집유 거부로 낙농 선진국의 위생 등급과 비교했을 때 우수한 위생 등급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2013년 8월 2일부터 동물 약품 수의사 처방제가 시행됐으며 2018년 6월에는 동물용 의약품 판매 시 투약 지도를 실시·판매기록 대상 품목을 확대하는 ‘동물용 의약품등 취급 규칙’ 개정안을 발효했다. 

또한 국민이 안전한 축산물을 안심하고 소비할 수 있도록 2024년 1월 1일부터 허가된 동물 약품의 잔류허용 기준 목록(목록에 없는 경우 불검출 수준(0.01mg/ml)의 기준을 적용)을 정해 놓고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우유, 계란 등 5종 축산물에 대해 동물 약품의 오·남용을 방지하는 잔류허용물질 목록관리제도(PLS Positive List System)를 시행할 계획에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국산 우유에 대한 안전성에 대한 눈높이 또한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국산 우유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몇 가지 제안한다면 다음과 같다. 먼저 국내산 원유의 안전성 기준을 지속적으로 높여나가며 소비자들에게 알려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낙농가들을 위한 교육·계몽을 지속적으로 진행함은 물론 유관기관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 아울러 체세포수는 유방염과 스트레스가 큰 원인이 되므로 이를 예방하기 위한 사양 관리가 중요하다.

특히 여름철 사양 관리는 가장 많이 신경을 써야 할 체세포 관리 포인트라 생각한다. 또한 젖소 개체의 유전적 특성도 많은 영향을 미치므로 유방염에 특별히 약한 개체에 대해서는 조기 도태 등 과감하고도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 잔류물질에 대한 관리를 위해서는 동물 약품 사용 시 우유 내 잔류 되지 않도록 휴약기간을 준수하고 유량을 높이기 위해 호르몬제 등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물질을 투약하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나의 이익만을 위해 행한 행동이 대한민국 낙농 산업 전체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보다 성숙한 낙농가의 자세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협회와 정부 모두의 끊임없는 지도와 관리가 필요하다. 

소비자의 신뢰를 쌓아 올리기는 어렵지만 무너지기는 쉽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무쪼록 건강한 젖소에서 생산된 안전한 국내산 우유만을 공급한다는 자세로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공고히 하여 지금의 힘들고 어려운 대한민국 낙농 산업의 새로운 부활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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