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패턴 변화 발맞춰 다양한 제품 개발, 쌀 소비 홍보 지속 추진 필요

[농수축산신문=박유신 기자, 박현렬 기자]

쌀 과잉생산 구조 속에서 한계에 봉착한 쌀 소비를 늘리기 위해 쌀 가공식품, 분질미 활용 등 여러 가지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월 18일 하나로마트 서울양재점에서 열린  쌀의 날 기념행사.
쌀 과잉생산 구조 속에서 한계에 봉착한 쌀 소비를 늘리기 위해 쌀 가공식품, 분질미 활용 등 여러 가지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월 18일 하나로마트 서울양재점에서 열린 쌀의 날 기념행사.

올해 쌀값이 폭락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생산량을 소비가 따라가지 못한데 기인한다.

특히 쌀 과잉생산 구조속에서 쌀 소비는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고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예상치 못한 소비 변수들이 발생하며 기존에 취해왔던 대책들이 실제 시장에 영향을 주지 못하며 정책 효율성도 떨어지고 있다.

따라서 밥쌀용이든 가공식품용이든 쌀 소비량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이 절실히 필요하다.

# 연간 56.0kg으로 추락한 쌀 소비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9kg으로 전년 대비 1.4% 줄었다. 이는 1991년 소비량 116.3kg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2000~2020년까지 연평균 2.4%의 감소세를 보였는데 2000년대는 2.5%, 2010년대는 2.3%의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 같은 소비량 감소에는 인구구조의 변화, 타 품목으로의 소비 대체, 쌀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쌀 시장 유통 구조 분석 및 소비 실태에 관한 연구’ 자료에 의하면 연령대별 2008년 이후 1인당 연평균 쌀 섭취량은 70대가 76.5kg으로 가장 많이 소비하고 있으며 60대 76kg, 80대 71.4kg, 50대 69.9kg, 40대 65.6kg 순이었다. 전반적으로 연령이 높은 인구가 쌀을 많이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한 끼 평균 쌀 소비량은 가정에서의 소비가 2008년 73.2g에서 연평균 2.5% 줄며 2019년 55.6g을 보였다. 음식업소에서의 쌀 소비량은 2008년 8.8kg에서 2010년 9.7kg까지 늘었으나 2014년 9kg까지 감소한 이후 9.7~9.8kg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외식이 늘어난 식품 소비행태의 변화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문제는 전체적으로 쌀 소비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점이다. 

농경연이 쌀 중장기 수급을 전망한 결과 1인당 쌀 소비량은 1.8%씩 감소해 2028년 48.7kg으로 50kg대가 무너진 후 2030년에는 47.1kg에 불과할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특단의 쌀 소비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한 생산량을 소비가 따라가지 못하는 과잉공급 현상이 지속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 쌀가공식품 수요 증가 불구 여전히 신규 시장 창출에는 한계

밥쌀용 쌀 소비가 감소세를 보이는 반면 가공용 쌀 소비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사업체 부문에서 제품 원료로 쌀을 사용한 물량은 68만157톤으로 전년보다 3만27톤 증가했다. 쌀 소비량이 많은 업종은 떡류 제조업으로 26%를 차지했으며 주정 제조업 22.6%, 기타 식사용 가공처리 조리식품 16.7%, 기타 곡물가공품 제조업 9% 순을 차지했다. 업종별로는 최근 5년 평균 식료품 제조업이 44만8000톤, 음료 제조업이 25만5000톤의 쌀을 사용했다.

특히 코로나19 영향으로 외부활동이 제약되면서 식사 대용 쌀가공식품의 수요가 크게 증가한 것이 주목된다. 

2020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 쌀 가공식품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년 대비 구입이 증가한 쌀가공식품은 가공밥이 56%로 가장 많았으며 떡볶이 떡 24.9%, 즉석 죽 22.3% 순이었다. 즉석밥, 즉석죽, 간편식 떡국, 컵떡볶이 등 쉽게 조리해서 먹을 수 있는 가정간편식(HMR) 제품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1인 가구 대상으로 소포장 제품들이 잇달아 출시되는 등 타깃층을 세분화한 소비자 맞춤형 쌀가공식품이 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처럼 쌀가공식품의 수요가 늘고 있음에도 여전히 시장 확장에는 한계가 있다. 이 쌀의 가공적성 한계나 높은 가공 비용 등이 신규 수요 창출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양곡 중 구곡을 주로 사용하다보니 그해 쌀 생산량이나 재고 여건에 따라 공급이 불안정해 기업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 내기도 힘들다. 결국 그동안 정부가 다양한 쌀가공산업 육성 정책을 펼쳐 왔음에도 영세 업체들 위주로 제한된 가공식품만이 개발·유통되는 게 현실이다.

# 분질미 새로운 쌀 소비창구로?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꺼내든 카드가 ‘분질미’, 즉 가루용 쌀이다.

새정부 출범과 함께 농식품부는 지난 6월 8일 분질미를 적극 활용, 쌀 가공식품 산업을 활성화하고 쌀 수급 과잉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춘 ‘분질미를 활용한 쌀 가공산업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2027년까지 20만 톤의 분질미를 공급, 연간 밀가루 수요의 10%를 대체하겠다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2027년까지 △200개 분질미 재배 전문생산단지 조성 △4만2000ha 수준의 일반 벼 재배면적을 분질미로 전환 △‘전략작물직불제’ 신설 △식품기업 등 대량 수요처와 연계한 연구개발(R&D)·사업화 △민·관 공동 거버넌스 운영 △식품인증 활용과 수출 지원 확대 등을 제시했다.

이에 쌀가공식품업계에서는 많은 기대감을 보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추진했던 쌀가루를 이용한 쌀가공산업 활성화 정책이 사실상 성과없이 끝난터라 여전히 조심스런 입장이다.

식품 가공업체의 한 관계자는 “수년 간 쌀 가루를 활용한 수많은 밀가루 대체 제품들이 시장에서 슬며시 사라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 깊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며 “분질미와 밀가루가 전혀 다른 시장이라는 개념 하에 분질미만의 특성을 살린 새로운 제품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따라서 과거의 실패를 거울삼아 시장상황을 면밀히 분석해 보다 세밀하고 체계적인 추진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농식품 전문가들의 견해다.

# 전문가에게 듣는 쌀·쌀가공식품 소비확대 방안은 

■ 김종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소비자 소비패턴 맞춰 쌀 산업도 변화해야

“쌀 소비 패턴이 변화하고 집에서 밥을 먹는 경우가 줄고 있다. 이에 실제 소비자들이 어떤 형태로 밥을 먹고 있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즉석밥이나 복합밥류 등으로 쌀을 소비하는 형태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맞춘 쌀 생산이 이뤄져야 한다. 

쌀 소비 감소폭을 줄이는 노력도 굉장히 중요하다. 소비 형태가 변화하고 소비자들의 식습관이 변화하는 것에 맞춰서 쌀 산업도 변해가야 한다. 삼각김밥, 도시락에 들어가는 쌀이 우리가 집에서 먹는 쌀과 똑같을 필요는 없다. 삼각김밥은 잘 뭉치는 쌀이 필요할 수 있고 1차적인 측면에 가공적성이 다를 수 있다. 또한 굳이 고품질일 필요는 없다. 전체적인 쌀 산업 구조가 집밥용 쌀에 맞춰져 있는데 가공용 쌀의 수요와 가공적성 등을 파악해 전략적으로 생산한다면 가공용 쌀 소비 증가를 더욱 견인하고 농가의 소득 증대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농가 입장에서는 집밥 소비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전략이 될 수 있다.”

■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분질미 활용에 정부 정책연계 필요

“사하라 이남, 중동 등 곤란을 겪는 나라에게 국제 식량 원조를 함으로써 쌀 소비를 늘리는 방법도 있다. 다만 식량원조협약(FAC)에 따라 국제원조는 기본적으로 현물이 아니라 현금을 주게 돼 있으므로 원조 수혜국과 우리나라 간에 전략적인 협의가 필요하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분질미 활용을 추진 중이다. 쌀 소비를 늘리는 가장 좋은 방향은 밀 수요를 대체하는 건데 가격 문제가 크다. 분질미 가격이 밀 가격에 준해야 가공업체들도 쓸 수 있다. 결국 일정 비율의 가격보조 등 정부의 정책연계가 이뤄져야 소비가 늘어날 수 있다.”

■ 임병희 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

-우리 밥상 문화 영양학적 이점 널리 알려야

“쌀의 탄수화물이 비만과 성인병을 유발한다는 인식은 반찬의 개념이 없는 서구의 시각에서 본 극단적이며 그릇된 인식이다. 적극적인 홍보와 교육 등을 통해 밥에 여러 반찬을 곁들이는 우리 밥상문화의 영양학적 이점을 널리 알리고 쌀밥에 대한 왜곡된 시각들을 바로잡아 나가야 한다.

쌀가공식품 활성화와 관련해 가공식품 업체들의 상당수가 수입쌀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산 쌀 사용을 독려하는 정책이나 지원책들이 있어야 한다. 농기계처럼 쌀도 국내산과 수입 사용 업체들 지원에 차별을 두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 김연화 소비자공익네트워크 회장

-먹기 편리한 형태의 쌀 가공식품 개발을

“변화한 소비자 식습관에 맞춰 먹기 편리한 형태의 쌀 가공식품을 개발해야 한다. 빵과 육류 소비량 증가 등 소비자들의 입맛이 세계화됐으며 특히 주식과 부식의 경계가 무너져 이전과는 달리 커피숍에서 커피 한 잔에 빵 한 조각을 먹는 것으로 식사를 마치는 사람들도 많다. 이제는 사람들이 먹는 과정에서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것에 대해 굉장히 꺼려한다.

따라서 대기업 등에 용역을 줘서라도 간편하게 쌀을 먹을 수 있는 간편식, 밀키트, 가정간편식(HMR) 등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단순히 상품 개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유통과 판매까지 아우를 수 있는 정책과 쌀의 가치를 과학적인 사실에 근거해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 최영민 한국쌀가공식품협회 전략기획실장

-글루텐-프리 인증 지원…수출확대 해야

”정부의 분질미 지원 정책은 쌀에 대한 원료화 정책으로 처음 가공식품 원료용 쌀을 심는 것인 만큼 업계의 분위기는 고무적이다. 협회에서도 쌀 가공식품의 차별화를 위해 지난달 글루텐-프리 인증 신청을 받기 시작해 다음달 안에 1호 인증업체가 나올 예정이다. 인증 자체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국제적으로 동등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쌀 가공식품 수출 확대를 위한 노력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다만 국내 쌀 가공식품업체의 대다수가 영세하며, 글루텐-프리 인증을 통한 수출이 초기 단계인 만큼 수수료, 홍보비 등을 지원하고 수출 실적 등 지원조건을 완화해 보다 많은 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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