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쌀, 밀가루 대신할 국산 원료 차별화로 ‘승부’

기존 쌀과 달리 물에 불리지 않고
밀처럼 바로 빻아 가루로 만들어
밀가루 대체에 적합
늦이앙도 가능 이모작에 유리

가루쌀 경쟁력 높이기 위해
가격 인하와 판로 확대 필요

농업인 소비자 관심 고조
정부, 가루쌀 활성화 지원사업
다각적으로 추진할 예정

[농수축산신문=박유신 기자]

수입 밀가루를 대체해 쌀 수급 문제를 해결하고 식량주권을 굳건히 할 수 있는 핵심 수단으로 떠오른 ‘가루쌀(분질미)’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가루쌀은 기존 쌀과 달리 물에 불리지 않고 밀처럼 바로 빻아 가루로 만들 수 있는 쌀로서 밀가루 대체에 적합하고 늦이앙이 가능해 이모작에도 유리하다. 이 같은 장점으로 가루쌀은 장기적으로 쌀 소비 확대와 식량주권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원료이자 선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실제 최근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6월 발표한 ‘가루쌀을 활용한 쌀 가공산업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될 가루쌀 생산단지 39개소 선정을 위해 지자체 등을 통해 신청·접수를 받은 결과 모집 목표 2000ha를 1.6배 초과한 약 3300ha가 접수되면서 농가들의 뜨거운 관심을 증명했다.

이에 올해 첫 수확을 시작한 가루쌀 생산 현장과 실제 가루쌀을 활용한 가공식품 판매현장을 찾아 가루쌀에 대한 생생한 목소리를 전해 본다.

 

# 생산비는 낮추고 이모작 원할한 ‘가루쌀’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과 이승택 미미농산 대표가 함께 가루쌀을 수확한 후 담소를 나누고 있다.

전북 익산 금강동에서 28년간 벼 재배를 하고 있는 이승택 미미농산 대표. 지난 13일 찾은 이 대표의 논에서는 올해 심은 쌀가루 전용 품종인 ‘바로미2’의 첫 수확작업이 한창이었다.

푸른 가을 하늘 아래 펼쳐진 12ha 황금빛 물결은 농업인후계자로 농대 졸업 후 20대였던 1994년 쌀농사에 뛰어들어 28년간 쌀전업농으로써 한우물을 판 이 대표의 미래가 담겨있다. 이 대표는 3년 전부터 자신이 경작하는 논 45ha에서 일반벼, 논콩, 밀, 바로미2를 재배하고 있다. 일반벼를 제외하고 나머지 작물은 보통 밀 수확 후 논콩을 파종하고 이후 가루쌀을 이양하는 방식이다. 올해는 가루쌀 12ha을 5월에 이양해 이날 첫 수확의 결실을 보게 됐다. 지난 3년간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어느덧 가루쌀 전문가로서 여기저기에 자신을 노하우를 전수하기에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주변 농가들 사이에서 가루쌀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요. 농식품부가 내년부터 가루쌀 재배단지를 육성하기로 하면서 참여를 희망하고 있는 농가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고요. 일반 벼와 달리 6월 말이나 7월 초 늦이앙이 가능해 밀과 이모작이 가능해 재배에 유리한데다 생육기간도 5개월 가량으로 짧아 생산비도 적게 듭니다. 여기에 내년부터 정부가 전략작물직불금으로 ha당 250만 원을 지원한다고 하니 소득도 보장되고요. 아무래도 쌀 가격이, 생산량이 어떠니 해도 농가로서는 실제 소득이 가장 중요히 여길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대표는 지난해 4000㎡(1200평) 기준 가루쌀 재배지에서 77포대(40kg)를 수확했다. 올해는 작황이 좋지 않아 71포대 정도 수확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근 지역 일반벼(신동진) 재배농가의 수확량과 비교해 비슷하거나 1~2포대 정도 적은 수준이지만 쓰러짐(도복)이나 병해충해가 거의 없어 농사가 수월했다라는 설명이다.

특히 소득부문에서 일반벼 재배농가와 차이가 없거나 조금 높아 내년에는 가루쌀 재배면적을 대폭 늘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실제 이 대표가 지난해 자신의 45ha 논에서 거둔 수입액을 분석한 결과 ha당 일반벼(25ha) 1320만 원, 밀 후작으로 생산한 바로미2(4ha)는 1425만 원, 논콩(16ha) 1500만 원으로 일반벼보다는 다소 높고 논콩보다는 다소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지난해는 가루쌀 공급단가가 높게 책정돼 일반벼보다 수입이 높았다”며 “올해는 정부가 시가수매한다고 해 다소 수입이 줄어 일반벼와 비슷할 것으로 보이나 내년에 전략작물직불금을 받게되면 지금보다 나아질 것으로 본다”며 기대감을 전했다.

 

# 몸에도 좋고 국산 원료라는 차별화로 호응 높아

전북 군산 수송동에서 ‘홍윤베이커리’를 운영하는 홍동수 대표. 홍 대표는 쌀가루를 이용한 빵으로 전국 유명세를 타고 있다.

홍윤베이커리는 군산 3대 빵집으로 통한다. 비록 일반 제과점과 크기에서는 차이가 없지만 이 집만의 특징이 있다. 바로 군산 최초의 제과기능장인 홍 대표가 수입밀이나 수입쌀이 아닌 우리 농산물만으로 빵을 만든다는 점이다.

홍 대표는 “15년 전부터 습식 쌀가루로 다양한 빵을 만들다 2016년부터는 대부분 가루쌀과 우리밀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가루쌀로 만든 빵은 글루텐이 거의 없어 밀가루 음식을 금하는 환자분이나 고령층, 아이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홍 대표는 계약재배를 통해 가루쌀을 공급 받고 있다. 수입 밀가루에 비해 원가 부담도 있고 밀가루 빵에 비해 가격도 10% 가량 비싸지만 우리 농산물만 사용한다는 차별화로 손님들의 꾸준한 호응을 이끌며 수익 측면에서 괜찮다는 설명이다.

다만 홍 대표는 “수입 밀가루과 비교하면 가루쌀의 가격도 지금보다는 더욱 낮춰야 하고 계약재배가 아니면 가루쌀을 구하기도 힘든 게 현실인 만큼 정부가 가격 인하와 판로 확대를 통해 보다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 가루쌀 활성화 위한 지원 확대에 전력

홍윤베이커리 매대에 전시된 가루쌀로 만든 각종 빵들.

이처럼 가루쌀에 대한 현장의 농업인이나 소비지의 호응이 높아지면서 정부도 가루쌀 활성화 지원 사업을 다각적으로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이날 이원택 대표의 농장과 홍동수 대표의 제과점에는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을 비롯해 김종훈 전북도 행정부지사, 서효원 국립식량과학원장, 가루쌀 전문생산단지 대표 등 100여 명이 방문해 간담회를 갖고 가루쌀 활성화 대책을 논의했다.

정 장관은 이날 간담회를 주재하며 “가루쌀은 쌀 수급균형을 이룰 수 있는 핵심 수단으로 과거 벼 재배면적 조정을 위해 시행했었던 생산조정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신이 내린 선물”이라고 평하고 “특히 기존 벼 재배와 동일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으면서도 가공 특성상 일반 쌀가루에 비해 밀가루를 대체하는 데 유리한 쌀”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농식품부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할 가루쌀 활성화 지원 사업을 통해 생산단지 확대와 가공업체의 시제품 개발, 마케팅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 정부 예산안에 71억 원 규모의 가루쌀 산업화 지원 사업과 720억 원 규모의 전략작물직불 사업을 신규로 반영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정 장관은 “가루쌀 재배를 안정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내년에도 농촌진흥청을 중심으로 현장기술지원단을 운영할 계획”이라며 “더불어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쌀가루 산업 발전협의체’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식품기업의 제품개발 지원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최근 정부 지원으로 10명의 제빵명인이 가루쌀로 30종류의 빵·제과류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레시피를 다음달부터 책자·영상 등으로 전국 관련업계에 공개할 예정이다.

정 장관은 “새정부 출범과 함께 가루쌀이 식량안보를 위한 실질적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이는 쌀 수급안정과 식량안보 확충을 위한 일환이고 이제 시작”이라며 “모든 주체들이 쌀가루 활성화에 노력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농림축산식품부·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농수축산신문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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