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틸렌·부유미생물 제거해 농산물 신선도 유지…식량·환경문제 해결 ‘1석2조’
퓨어스페이스 기술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아
스마트팜 고도화도 좋지만 이미 생산된 작물 신선하게 유지하기 위한 기술개발도 중요
전세계가 유통·보관영역 필요성 부각
국내서도 관련 정책 확대돼야

[농수축산신문=박유신·박세준 기자]

농업인들이 피땀 흘려 수확한 농산물들은 수확 이후에도 소비자들의 식탁에 이르기까지 긴 유통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농산물과 이를 이용해 만든 식품들은 쉽게 상하거나 망가져 유통거리와 시간이 제한돼 유통업계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투해왔다.

지난 20세기부터 저온창고 등 저온상태를 유지해 농산물과 식품의 부패 속도를 늦추는 콜드체인 시스템이 도입돼 획기적으로 유통거리와 시간을 늘렸지만 여전히 농산물 보관·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량은 상당하다.

24일간 퓨어스페이스 제품 설치 저장고에서 보관된 오이[왼쪽]와 미설치 저장고에서 보관된 오이[오른쪽]
24일간 퓨어스페이스 제품 설치 저장고에서 보관된 오이[왼쪽]와 미설치 저장고에서 보관된 오이[오른쪽]

 

# 전 세계 식량의 3분의 1 보관·유통과정에서 폐기

2015년 제70차 유엔(UN) 총회에서 2030년까지 달성하기로 결의한 지속가능한발전목표(SDGs)에서는 해마다 생산되는 모든 식품의 3분의 1이 소비자와 소매점의 유통·보관과정에서 폐기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다양한 농산물과 식품들이 국제무역으로 오가는 메가 자유무역협정(FTA) 시대,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식품운송기술의 필요성은 더욱더 증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18년 설립된 스타트업 ㈜퓨어스페이스가 자체 개발한 신기술 농작물 신선도 유지 장치가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며 식품 유통·보관과정에서 발생하는 농산물·식품 폐기 문제 해결은 물론 국내 농산물의 국제 경쟁력 향상에도 기여하리라 기대되고 있다.

퓨어스페이스에서 개발한 에틸렌·부유미생물 제거기.
퓨어스페이스에서 개발한 에틸렌·부유미생물 제거기.

 

# 식물 호르몬 에틸렌 제거 기술로 유통업계 ‘주목’

이선영 퓨어스페이스 대표는 “우리 기업은 콜드체인 시스템하에서도 발생하는 3분의 1에 달하는 과일·야채 폐기량을 줄이고자 한다”며 “폐기량을 줄이는 문제는 식량문제 해결은 물론 식품 폐기물로부터 발생하는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발생량의 8%를 해결하는 환경문제와도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퓨어스페이스는 에틸렌과 곰팡이를 발생시키는 부유미생물을 제거해 농산물 신선도를 유지하는 기술로 식품 유통·보관 문제를 해결하며 농산물의 가치를 제고시키고 있다.

대부분의 과일과 채소는 수확 직후부터 식물호르몬 에틸렌을 생성하는데 에틸렌은 수확한 농산물의 변색, 물러짐, 부패 등을 촉진한다. 농산물이 개방된 공간에 있을 때는 괜찮지만 밀폐된 콜드체인 시설에서는 에틸렌이 쌓여 농산물의 신선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에틸렌 농도가 100ppb까지 올라가면 과채류의 수명이 평균 30%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 대표는 “에틸렌을 제거하면 과일과 채소의 신선도 연장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며 “하지만 그동안 에틸렌 제거 기술이 실제 산업현장에서 의미 있게 적용되지 못해 해외의 대형 유통기업조차도 에틸렌 제거 효과가 높은 설비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퓨어스페이스는 고성능 촉매를 이용한 에틸렌 제거기술을 개발해 기존 신선도유지기보다 더 높은 에틸렌 제거 성능을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오존을 배출해 작업자와 농산물에 대한 위해 가능성이 있던 기존 기술의 문제점도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 또 에틸렌산화제(KMnO4)를 사용하지 않아 에틸렌 제거비용도 낮췄다.

퓨어스페이스는 에틸렌 제거 기술을 바탕으로 2018년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업기술실용화재단(현 한국농업기술진흥원)에서 주최·주관한 농촌융복합산업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인 농식품부장관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19년에는 농식품부로부터 기술적 진보를 인정받아 농림식품 신기술(NET) 인증을 받았다.

NET인증을 받은 것에 대해 이 대표는 “NET인증을 받은 점은 고객들, 특히 해외 고객들에게 한국 정부로부터 인증받은 신기술이라는 측면에서 신뢰성을 높여주는 데 도움됐다”고 전했다.

퓨어스페이스의 저온저장고·냉장 트럭용 에틸렌제거기와 에틸렌·부유미생물 분석 서비스는 롯데마트, 삼성웰스토리, 농협 등 국내 유통대기업은 물론 미국의 월마트, 터키의 A101 등 해외 유통업체에 제공됐으며 식품 폐기물 절감에 기여하고 있다.

에틸렌·부유미생물 제거기가 설치된 양파창고. 제거기의 크기가 작아 어디서나 자유롭게 설치가 가능하다.
에틸렌·부유미생물 제거기가 설치된 양파창고. 제거기의 크기가 작아 어디서나 자유롭게 설치가 가능하다.

 

# 세계에서 인정받은 기술력으로 세계 유통혁신 앞장

퓨어스페이스의 기술은 이미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창립한지 반년도 안 돼 퓨어스페이스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아그리테크(Agritech)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해 2018년 5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회 퓨처푸드 아시아 어워드에 참여, 탑(TOP) 5로 선정돼 5만 싱가포르달러의 후원금을 받으며 세계시장에도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이 대표는 “창업하고 세계시장의 반응을 살펴보기 위해 참가했었다”며 “수상하고 나니 현장에 참석한 유통기업 담당자들이 우리와 이야기해보려고 줄을 서서 실제로 에틸렌 제거가 유통기간 연장에 도움이 되는지, 자신들이 다루는 작물에는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등에 대해서 물어봤다”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2020년에는 농업·식품유통업 혁신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해 미국 뉴욕주 정부가 후원하고 코넬대가 주최하는 ‘그로우NY’(Grow-NY)에 참가, 전세계 27개국, 264개 스타트업 중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TOP 7 안에 들어 25만 달러의 상금을 수상했으며, 같은 해 영국 유통기업 테스코(TESCO) 사가 매년 개최하는 농식품 분야 기술경진대회인 ‘테스코 아그리 티잼’에서도 40여 개국, 170개 기업 중 TOP 10에 선정돼 유럽 시장 진출의 발판을 놓았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퓨어스페이스는 지난 6일 미국 법인 설립을 발표, 미국 시장 진출도 본격화했다.

이 대표는 “뉴욕을 기반으로 삼아 영업을 확대할 계획이며 투자자인 코넬대의 연구개발·네트워킹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보통 5시간 정도 걸리는 한국의 트럭 운송과는 달리 미국은 농산물 주산지인 서부에서 소비지인 동부까지 운송하는 데 보통 6일이 걸려 선도 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15시간이 넘어가는 트럭 운송시간이면 충분히 퓨어스페이스 제품의 우수성을 체감할 수 있는 신선도 차이가 만들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 메가 FTA 시대, 수확후 관리 기술 중요

16개국이 참여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발효, 11개국이 참여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추진 등 메가 FTA 시대에 접어들면서 우리나라 농산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유통 분야의 혁신도 요구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국산 농산물 수출 확대를 위해서 유통의 효율화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신선도 연장이 국산 과일·채소의 경쟁력 확보의 한 방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선도 저하율과 폐기율을 최소화함으로써 수출 농산물의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또 “생산 확대를 위한 연구·개발과 미래 산업 투자 측면에서 스마트팜 고도화도 좋지만 이미 생산된 작물을 신선하게 유지하기 위한 기술 개발도 수확 후 손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요한 기술 개발 영역이다”며 “세계적으로도 유통·보관 영역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시점이니 국내에서도 관련 정책이 확대될 수 있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이 기사는 FTA 교육홍보사업의 제작지원으로 만들었습니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