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의 안동대 교수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건전 농업 생태계 유지와 생물안보는

농촌 지키고 국민 먹거리 생산하는

농업인과 국민에 제공할 수 있는 식량안보의 마지막 보루

최근 우리 지역 소나무 숲이 빨갛게 노랗게 단풍 든 것처럼 울긋불긋하다. 웬 소나무에 단풍이 들었나 궁금해 가까이 가서 살펴봤더니 소나무들이 드믄드믄 죽어서 노랗게 빨갛게 말라가고 있다. 1988년에 처음 부산 금정산으로 침입한 소나무재선충에 의한 피해이다.
 

올 봄에도 사과·배 과수원에 나무 가지들이 시커멓게 말라 죽는 병들이 많이 생겼다. 수 년 전부터 발생과 박멸을 반복하고 있는 화상병이라는 외래병원체가 일으키는 과수의 에이즈라는 병이다. 
 

몇 년 전에는 꽃매미가 대발생하더니 미국선녀벌레와 갈색날개매미충이 식물에 하얗게 붙어서 흡즙하고 감로를 배출해 시커먼 곰팡이 흔적을 남긴다. 따뜻하고 맑은 날이 계속되면서 뽕나무, 감나무, 버즘나무 등 산과 들은 물론 도시의 가로수가 가지만 앙상하게 남는다. 미국흰불나방 애벌레들이 대발생하면서 잎들을 모조리 먹어치운 결과다.
 

최근 붉은불개미의 침입은 그 경각심을 한층 더 높이고 있다. 농업 생산, 산림의 기능 유지관리뿐 아니라 국민보건과 복지에도 영향을 미친다.
 

식량 생산의 파수꾼인 꿀벌은 어떠한가? 꿀벌을 키우는 양봉장에는 느닷없이 새로운 종류의 말벌들이 출몰한 지 꽤 됐다. 꿀벌 전문사냥꾼인 등검은말벌은 2003년경 중국 상하이 남부 지역에서 부산항을 통해서 우리나라로 들어와 전국적으로 확산됐지만 아직도 뚜렷한 억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고유의 토종꿀벌은 2009년경 난데없이 외래에서 들어와서 대발생한 바이러스에 의해서 거의 궤멸하다시피 피해를 받았다. 이제 겨우 예년의 20-30%의 세력을 회복하고 있다. 
 

외래생물의 침입으로 인한 피해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외래생물의 침입은 먹이사슬과 생물군집 구조를 크게 교란하고 이를 재구성되거나 회복하는 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역 격리나 직접 방제, 제거 등의 노력을 기울이는데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는 매우 크다. 
 

소나무재선충 방제를 위해 특별법을 만들고 지난 30여 년간 매년 수 천억 원의 방제비를 투입해 왔지만 아직도 생태계는 회복되지 않았고 항공방제 등의 문제로 인해 사회적 갈등이 깊어가는 상황이다. 등검은말벌의 침입으로 양봉산업은 연간 1700억 원 이상의 피해를 받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외래 생물침입으로 국내 생물다양성 손실은 물론 외래 병해충의 방제를 위해 긴급하게 처리되는 새로운 농약 등은 또 다른 비표적 생물과 생태계 잔류 문제를 야기한다. 궁극적으로 식량 생산량과 식량 안보에 위협을 미친다. 
 

이번 정부의 국정 과제 중 하나가 식량 안보의 확보이다 식량 안보는 국가가 국민을 위해서 해야 할 가장 소극적이면서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 정책을 보면 식량 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들이 나타나 있지 않다. 
 

농업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직불제 확대뿐 아니라 농업 생산성 향상을 위한 농업 생태계의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 친환경 농업을 할 수 있는 농업 생태계의 조성이 필요하다. 기능적 생물다양성이야말로 농업 생태계의 생태계 서비스를 증가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천적, 화분매개, 녹비 공급 등을 통한 생태계 서비스 공급망을 확대하고 이를 유지할 수 있는 생물안보의 강화가 절실하다. 
 

방역법과 생물다양성법 등을 통해 외래 생물의 침입 억제와 관리를 검역기관이 담당하고 있다. 국토 면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농업과 산림에 위해를 주는 외래 병해충잡초의 침입은 철저히 차단되고 관리돼야 한다. 
 

기후변화, 국제교역 확대, 여행객의 증가와 해외인력 유입 증가 등은 외래 병해충 침입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매 5년마다 2만ha의 농경지가 줄어들고 있다. 식량자급률은 45% 수준이며 곡물자급률은 20%밖에 되지 않는다. 기술 발전으로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터전이 중요하다. 건전한 농업 생태계의 유지와 생물안보는 농촌 지역을 지키면서 국민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업인들에게, 그리고 우리 국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식량안보의 마지막 보루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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