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수급안정 위한 장기적 지원대책과 소비확대 방안 마련 필요

[농수축산신문=이한태·박현렬·이문예·박세준 기자]

국민의 주식인 쌀산업이 위기에 봉착했다. 폭락한 쌀값은 농업인들을 더욱 옥죄고 있으며, 코로나19에 더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불거진 대외환경의 변화는 식량안보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왔다.

이에 농업인·소비자단체와 학계, 농업 전문가들로부터 쌀 산업이 직면한 현안을 타개하고 지속가능한 쌀 산업을 만들기 위한 정책 방향에 대해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무순>

 

# 이은만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장

“단기적 시각으로 시장을 바라보지 말고 장기 대책 마련에 고심해야 한다.

먼저 쌀 재배면적 감축 등 양곡 정책의 방향성에 대해선 대부분이 공감하고 있다. 타작물 재배 지원 등이 대책으로 제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농업인들 스스로도 생산량 과잉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전체 생산량의 10~12% 가량 감축은 충분히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정책 참여에 따른 손실을 보상할 수 있는 대책들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쌀 산업의 지속가능성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양곡관리법과 관련해선 개정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차근차근히 준비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무리 빨리 개정안이 통과돼도 올해 과잉 물량에 대해선 개정된 법률의 적용이 어렵다. 어차피 늦어진 마당에 과잉 물량 해소에만 집중해 성급히 개정안을 추진하기 보다 생산자, 가공·유통업자, 정부가 모두 머리를 맞대고 쌀 가격 안정 등 시장의 불안정성을 최소화할 근본 대책이 양곡법에 담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차상락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전국협의회장(충남 천안 성환농협 조합장)

“쌀 산업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벼 재배농가가 안심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정부에서는 수급안정과 소비 확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벼 재배면적을 줄이기 위해 내년도부터 밀, 콩, 가루쌀 등 전략작물에 대한 직불을 추진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관련 예산은 720억 원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너무 적다. 현장에서 농업인이 벼를 재배하는 대신 다른 작물을 재배하기 위해서는 배수 등 기반을 다시 조성해야 한다. 농기계 등 관련 농자재도 교체해야 하며 작물 재배교육도 이뤄져야 한다. ha당 100만 원 수준으로 직불금이 주어진다면 농가의 참여를 유도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농가가 작목을 전환해도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줘 참여를 높이기 위해서는 ha당 250만 원 정도의 직불금은 지급돼야 할 것이라는 게 현장 농업인들의 의견이다.

갈수록 감소하는 쌀 소비도 해법을 찾아야 한다. 코로나19로 외식 수요도 크게 줄고 국민들의 식습관 또한 바뀌고 있다. 비만, 당뇨 등과 관련해 쌀에 대한 오해도 상당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쌀에 대한 인식개선에 나서는 동시에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 김연화 소비자공익네트워크 회장

“전체 농업의 생산액 중에서 쌀 생산액이 16.9%이고, 전체 농가 중에서 쌀을 생산하는 농가가 51.6%를 차지할 정도로 쌀은 우리나라 농업에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다양화된 소비 식품, 식습관의 서구화,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간편식 선호로 쌀 소비량은 더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쌀 소비량은 지난해 기준 1인당 56.9kg으로 연평균 2.2%씩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반면 지난해 1인당 연간 육류소비량은 55.9kg으로 1인당 쌀 소비량에 육박하고 있다.

이제는 밥을 먹자는 슬로건만으로는 소비자들에게 어필이 안되는 시대다. 가공용 소비 증가를 위한 대기업과의 연구·개발(R&D)을 통해 쌀 소비 감소를 완화할 수 있는 간편식, 가공식품 등의 개발이 필요하다. 가파른 쌀 소비 감소 완화를 위해 쌀의 품종 다양화와 간편식 식사 개발을 해야 하며 생산에서 최종 소비까지의 정책적 지원과 활성화 대책에 대한 청사진이 필요하다.

아울러 요즘에는 쌀에 대해 잘못된 정보가 퍼져서 쌀을 먹으면 살찐다는 식으로 알려졌는데 쌀에 대한 영양학적·과학적 데이터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 쌀을 제대로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소비자단체에서도 우리 쌀의 가치를 알릴 수 있는 운동을 하고자 한다.”

 

# 김종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먼저 현재 쌀 자급기반은 유지되고 있지만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부분을 인정해야 한다. 이 말은 쌀 소비 추세에 맞춰 벼 재배면적을 감축해야 한다는 의미다. 앞으로 식량 생산의 근원적인 요소인 농지 안에서 벼가 차지하는 비율을 줄여 나가야 한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양상을 보인 일본의 경우 1970년대 쌀 과잉 문제가 발생했을 때 생산조정제와 중장기 지원정책을 통해 전체 농지에서 벼가 차지하는 비율을 60% 초반까지 낮췄다.

1970년대 논콩과 밭콩의 비율이 2대8로 밭콩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았으나 중장기적인 작물전환 지원정책을 펼침으로써 상황이 역전됐다. 논콩이 8, 밭콩이 2로 조금 더 소비하는 식량 작물 쪽으로 생산 전환이 이뤄진 것이다.

우리나라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쌀외 식량작물에 대한 중장기적인 지원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2000년대 초반과 2010년대 후반 쌀 이외 식량작물 전환을 지원하는 정책을 펼쳤지만 단년도 사업에 불과해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농가들이 쌀 이외에 다른 식량작물을 재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정책이 최소 5년 이상, 상황에 따라서는 10년까지 추진돼야 영농계획을 수립하고 타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안정적인 판로구축도 가능하다. 정부가 쌀 외 식량작물 재배에 대한 중장기적인 지원정책을 펼치면 타 작물 재배 성공사례가 나오고 일정시점에서 전환 속도가 빨라질 것이다. 처음에는 타작물 재배하지 않았던 농가들이 성공사례를 보고 참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쌀 농가에 희생을 요구하는 얘기처럼 들리지만 적정수준의 면적이 감축되면 쌀 가격이 상승하고 이는 농가의 소득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 김태연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

“지속가능한 쌀 산업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생산에서 가공·소비까지 연계되는 체계가 필요하다. 지금은 쌀 원물을 생산해서 식당과 가정에서 밥으로 소비하는 게 대부분이지만 식품산업을 통해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현재 가공산업에서 쌀을 활용하기에는 쌀 가격이 너무 높아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쌀 산업을 위해서는 쌀의 적정생산도 필요하다. 소비량보다 초과생산되는 부분만큼 생산에서 제외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농업인들과 정부가 협약을 맺어 농업진흥지역의 7~10% 정도 되는 면적을 쌀 생산 농지에서 제외하는 대신 정부가 보상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보상액수는 해당지역 농가가 얻을 수 있는 평균소득의 120%는 돼야 농업인들이 참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쌀 생산에서 제외된 농지는 농지법 특례조항을 개설해 농업인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해 타 작물 재배, 임대 심지어는 휴경도 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정부가 직접 타 작물 재배를 지시하면 생산된 타 작물 물량을 정부가 계속 책임져야 하는데 이는 우리나라 농업의 미래를 위해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고급형 쌀이나 기능성 쌀 생산도 쌀 생산량을 줄일 수 있으면서 농가소득도 올릴 수 있는 방법이지만 소비처가 확보돼야 안정적으로 재배할 수 있다. 결국 식품업체들과 되도록 품종 개발 단계부터 협업해 하나의 상품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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