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박유신 기자]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의 첨예한 대립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법률안 발의부터 상임위 통과까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법률안이 처리되면서 여·야의 극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어 그 결말에 귀추가 주목된다.

이와 별개로 이번 양곡관리법 논란 속에서 그동안 모두가 궁금했던 문제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가 도출됐다. 바로 왜 정부가 수 십만톤의 쌀을 시장격리하고도 쌀값은 폭락했냐는 궁금증이다.

먼저 2020년으로 돌아가보자. 2020년 당시 쌀 생산량은 3507000톤으로 전년 3744000톤 대비 6.4% 감소했다. 재배면적 감소도 있겠지만 7~9월 장마와 태풍을 영향으로 작황이 크게 안좋아 지면서 소위 흉년이 발생했다. 이후 시장에서 쌀이 부족하다는 성토가 이어졌고 지난해 정부는 공매계획물량 37만 톤 가운데 31만 톤을 시장에 풀었다. 이후 상황은 바뀌어 지난해는 전년과 달리 대풍이었다. 지난해 쌀 생산량은 3882000톤으로 흉년이었던 전년 대비 10.7%나 늘었다. 당시 정부가 추정한 쌀 소비예상량은 3614000톤으로 수치적으로 27만여 톤의 과잉이 발생했다. 이는 산지 쌀값이 수확기 초부터 하락하는 형태로 이어졌다. 결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쌀 시장안정을 위해 지난해산 쌀의 시장격리가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고 초과생산량 27만여 톤 중 20만 톤을 우선 시장격리하기로 결정, 이듬해인 올해 2월부터 시장격리에 나섰다. 나머지 7만 톤은 향후 시장 상황과 민간 재고 등 여건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었다. 이후 예상했던 초과생산량 27만여 톤을 시장격리했지만 쌀값은 더 떨어졌고 또다시 지난 73차로 10만 톤을 추가격리했다. 산술적으로만 보면 초과생산량은 27만 톤인데 37만 톤을 시장격리했으니 당연히 쌀값이 반등했어야 하나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가 수확기 대비 최대의 하락폭을 기록했다.

이를 두고 정부와 농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원인 찾기에 분주했고 대표적으로 시장격리 조치가 제때 추진되지 않았던 점, 생산량과 소비량 추정에 잘못이 있었던 점, 코로나19 등 소비변화로 인해 예상치 못한 쌀소비 감소가 많았다는 점 등이 원인으로 꼽혔다. 하지만 이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의 원인 찾기로 누구도 확실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정부가 세 차례에 걸쳐 37만 톤을 격리했음에도 여전히 10만 톤의 지난해산 쌀이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는 올해 수확기를 앞두고 지난해산 쌀 10만 톤과 올해산 쌀 35만 톤에 대한 시장격리 매입을 발표했다. 얼마전 지난해산 쌀 10만 톤 중 8만 톤 가량을 격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총 45만 톤의 쌀을 시장격리한 것으로 마무리됐다. 당초 예상했던 시장격리물량보다 2배 가까이 많은 물량이다.

이 같은 상황을 지켜보며 올해 쌀값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전체적인 쌀 판매 감소로 인해 신곡 수확기까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쌀이 남아있었던 게 문제였다. 쌀 판매가 감소한데는 자연적 수요 감소 요인에 더해 코로나19에 따른 소비 성향의 변화로 예상밖으로 쌀 소비(판매)가 많이 감소했다는 요인도 작용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수매시기 구매처가 희망하는 가격보다 높은 수준으로 미곡종합처리장(RPC)의 수매가격이 형성되다 보니 갈수록 판로는 찾기 어렵게 됐고 이는 RPC의 경영부담으로 작용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결국 지난해부터 미처 판매되지 못한 물량이 밀리고 밀려 여기까지 온 것이다.

전국에서 쌀 수확이 한창이다. 그렇다면 내년에는 다를까. 혹시 올해처럼 또다시 수 십만 톤을 정부가 쌀을 격리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누구도 확답은 못하겠지만 대비는 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정부가 가격 하락시 필요하다면 일정부분 시장격리를 통해 단기적이고 공격적으로 시장에 시그널을 주는 행위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요즈음 뜨거운 논쟁거리로 불거진 시장격리가 쌀값 하락의 요인을 제거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다. 근본적으로 수급불균형에 처한 쌀산업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 쌀산업 구조를 바꾸지 못한다면 언제라도 올해보다 더 많은 쌀을 정부가 시장격리해야 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고 이는 농업인, 소비자, 관련 산업계, 정부 모두에게 득() 될게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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