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박현렬 기자]

이름만 들어도 친근감이 느껴지는 총각김치는 오늘날 우리가 많이 먹는 김치 중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보편화됐다.

김치가 전통음식이고 오래전부터 섭취한 음식이라는 생각 때문에 총각김치 역시 옛날, 적어도 조선시대 무렵부터 있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총각김치라는 말이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60여 년 전인 1950년대 말 무렵부터다.

한국식생활문화학회 10월호에 실린 김홍렬 음식인문학연구원장(청주대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총각김치라는 이름과 형태는 조선시대나 일제강점기까지만 해도 찾아볼 수 없었다. 

연구에 따르면 해방 후 손가락 크기 정도로 작고 단단한 알 무 품종이 보급됐는데 알 무의 이파리는 기존의 큰 무 잎과 달리 부드러워서 먹을 만했기 때문에 무와 이파리를 함께 김치로 담그면서 오늘날의 총각김치와 유사한 형태의 김치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김치의 이름은 ‘알무김치’나 ‘알타리무김치’로 불리거나, 이파리가 넝쿨처럼 달린 김치여서 ‘넝쿨김치’라는 이름으로 불렸을 뿐 총각김치 또는 총각무라는 말은 사용되지 않았다. 이후 1950년대 말부터 총각김치라는 이름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1959년 여성 잡지 ‘여원’ 11월호 김장 특집 기사에 처음으로 총각김치라는 말이 등장했다. 

기사의 내용은 총각김치가 ‘서민적이고 애교 있는 김치로 한겨울에 손에 들고 어적어적 먹는 시원한 맛을 주는 겨울 김치’라는 것이었다. 

총각김치라는 말이 먼저 사용되고 나서 ‘그 총각김치를 만드는 무’라는 의미에서 ‘총각무’라는 이름도 따라 생겨났다. 즉 총각무가 있어서 총각김치가 탄생한 것이 아니라 원래 ‘알타리무’가 총각김치를 만드는 무라서 총각무로 바뀐 것이다.

그러나 1950년대 말과 1960년대 초만 해도 총각김치라는 명칭은 모든 국민이 알고 쓰던 명칭은 아니었다. 

이후 기록에 자주 나타나지 않던 총각김치라는 말은 1964년에 온 나라에 퍼지기 시작하는데 이유는 신성일·엄앵란이라는 당대 최고 스타 커플이 주연을 맡은 영화 총각김치 때문이었다.

이 영화는 서울에서만 1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고 더불어 인기 가수 현미가 부른 이 영화의 주제가 총각김치도 덩달아 히트해 장기간 인기가요 순위 상위권을 지키면서 총각김치라는 말은 순식간에 전 국민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김치 이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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