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3고시대가 도래했다. 고환율·고물가·고금리의 어두운 여파가 농업계에도 무섭게 들이닥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혹독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마저 나오는 가운데 내년에도 3고시대의 그늘에선 쉬이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어지러운 국제 정세 속 고환율까지 덮치며 농업인들은 큰 경영비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지난 7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수출 주력 대기업의 절반 정도가 내년까지 국제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봤고, 23%는 기약할 수 없다고 응답했다.

문제는 이러한 악재 속에서 고물가로 인한 농식품 소비 위축까지 우려된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한 농식품 유통업계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물가 관련 향후 전망도 그리 밝지는 않다. 국제 곡물가격 상승으로 제분, 제당, 전분, 당류, 배합사료 가격이 줄줄이 상승한 가운데 오히려 글로벌 공급망 위기, 기후변화 등으로 향후 국제 곡물 시장의 위기는 더 빈번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금리는 우리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하는 위기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농업은 소규모 밭작물을 제외하곤 초기 투입자금 등으로 인해 안 그래도 진입장벽이 높은 편인데 대출 금리 인상 등의 요인은 더 높은 심리적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청년 농업인을 포함한 신규 창업농들의 유입은 농업·농촌의 미래와 직결되는 문제여서 결코 가볍게 짚고 넘어갈 수 없다.

농촌의 붕괴라는 과격한 표현까지 심심치 않게 등장할 만큼 총체적 위기 상황에 놓인 우리 농업이 3고시대의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가는지에 따라 나라의 백년 먹거리가 좌우된다.

역대 정부가 그랬듯 이번 윤석열 정부도 식량주권과 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얼마나 진심이었는지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국회 상임위 예산심사에서 내년도 농업예산이 정부안 대비 1910억 원 증액됐다.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농업은 목이 쉬도록 울어서 제 젖을 찾아 먹는 일을 반복해야 하나생각하니 씁쓸한 마음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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