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농가 조직화…이동 거리 단축시켜 신선도 UP·농업인과 소비자 효용 제고

[농수축산신문=박현렬 기자]

농업회사법인 충남로컬푸드는 종자부터 제분에 이르기까지 회원들과 네트워크를 통해 자체 생산라인을 갖췄다.
농업회사법인 충남로컬푸드는 종자부터 제분에 이르기까지 회원들과 네트워크를 통해 자체 생산라인을 갖췄다.

장거리 수송이나 다단계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고 지역에서 생산된 농식품을 지칭하는 ‘로컬푸드’. 로컬푸드는 지역의 중소농들이 생산한 농식품을 조직화해 학교·공공급식, 로컬푸드 직매장, 가공·외식업체 등 지역 내 주요 수요처로 공급되며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농축산물 이동 거리를 최대한 단축시킴으로써 신선도를 높이고 농업인과 소비자의 효용을 제고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로컬푸드 대국민 인지도를 2019년 49.4%에서 올해 70%까지 끌어올리고 로컬푸드 유통 비중도 2018년 4.2%에서 올해 15%까지 증가시킬 계획이다.

이처럼 정부와 지자체에서 로컬푸드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높아지는 가운데 193명의 회원들과 함께 1등 로컬푸드 농업회사법인을 만들고 있는 충남로컬푸드는 우리 밀, 콩, 메밀 선도 생산자조합으로 꼽힌다. 

해외농업개발이 이뤄졌던 몽골지역부터 우리나라 선도 농장 등을 찾아다니며 다품종 소량 생산방식을 갖추고 농업인들의 안정적인 영농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농업회사법인 충남로컬푸드에 대해 살펴봤다.

# 다품목 소량 생산으로 체계적인 시작

충남로컬푸드의 수장을 맡고 있는 이동형 대표는 2000년대 후반 몽골지역에서 선진국들이 조성하고 있던 콤비나트 농장을 방문했다. 독일, 러시아, 이스라엘을 비롯한 국가들은 2008년 식량 파동 후 몽골을 거점으로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기지를 마련하고자 농장을 만들었던 것이다. 

1~2년 동안 환경 변화를 살펴보고 국내에서 학사농장 등을 견학한 그는 대규모 농지가 없는 한 규모화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국내에서 생활협동조합과 영농조합법인 등에서 일하면서 다품종 소량 생산이 지역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했다.  

마이스터 대학과 같은 농업 관련 대학을 1년에 4개씩 다니며 3년여 동안 이론도 습득한 그는 고향인 홍성에 정착해 충남 로컬푸드를 만들었다.

당시 대형유통업체를 비롯한 유통업계 대부분의 대금 결제일은 농산물 공급 후 보름 이상이었다. 이에 농업인들의 대금 결제가 조기에 이뤄질 수 있도록 홍성 농·축협 하나로마트 조합장을 설득해 지역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매대를 만들었다.

고춧잎, 호박잎, 열무순 등 일반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농산물을 판매했음에도 당시 지역 대형마트의 콩나물, 두부 등의 월 매출액과 비슷할 정도로 판매가 잘됐다.

소비자들은 연중 안정적으로 공급되길 희망했는데 시설 하우스에서 재배해도 이를 맞추기 쉽지 않았다. 

이후 눈을 돌린 학교급식도 입찰 품목이 5개에 불과해 농업인들의 소득향상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이에 입찰 품목에 제한이 없는 식당 개업을 추진했다. 2013년부터 2년 동안 지역의 농산물로 만든 반찬, 홍성지역 한돈을 사용한 돈가스 등을 선보이며 인기를 끌었는데 메인 주재료 중 하나인 멸치국수에 들어가는 밀이 호주산이라서 지자체 평가 등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에 식당을 포기하고 우리 밀을 직접 재배해 봐야겠다고 생각했고 추가 회원들을 모집했다. 2015년에 첫 파종을 시작하고 성공 가도만 남았다고 생각했지만 종자부터 제분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쉬운 게 없었다.

우리 밀을 공급할 수 있는 소비처는 많았는데 원하는 물량과 제분 등을 맞추기가 어려웠다. 이에 주변 영농조합과 농업회사법인, 단위 농협 등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보관과 운송에 특화된 법인, 채종포 단위 농협, 제조공장 법인, 파종 전문 법인 등 태안, 아산, 홍성, 부여, 예산 등의 회원들과 힘을 합쳐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 미래 영농위해 농식품 원료 생산 농지 필요

우리 밀에 대한 경쟁력을 갖추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건강한 밀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생산단지가 필요하다는 게 이 대표의 전언이다.

여러 개의 법인 등이 뭉쳐 우리 밀 선도자로 나섰지만 밀 가격이 낮으면 쌀을 재배하고 쌀 가격이 낮으면 밀을 재배하는 농업인들이 많아 원료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대표와 10여 년 동안 계약재배하고 있는 농업인 대부분은 고령농이다. 지금까지 마련한 시설의 60% 이상 라인을 가동해야 지속적으로 밀을 공급할 수 있는데 상황은 때마다 다르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수입산을 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 능력이 있고 시설을 갖춘 법인들에게 농식품 원료 생산 농지를 임대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 대표는 “우리 밀 제품에 대한 품질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는데 농식품 원료 생산 농지를 시범적으로라도 임대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며 “충분히 할 수 있는 경쟁력이 있는데 원료 생산단지가 없고 고령화된 농업인들과 계약재배를 할 수밖에 없어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목표는 수입산과의 경쟁에서 국내산 제품이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동일한 생산 조건에서 일하는 것이다.

전국 간척지에 2~3년 시범사업이라도 추진한 후 평가를 거쳐 사업 지속 추진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게 충남 로컬푸드의 생각이다.

그는 “물가 안정을 위해서 대규모 식품업체를 지원하는 정부가 농업인들의 지속 가능한 영농, 생활 안정을 위해 하는 역할은 무엇인지 의문”이라며 “농업인들이 앞으로 체계적으로 일하고 이에 부합하는 소득을 얻을 수 있도록 정부가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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