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환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산학협력교수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UN에 따르면 세계 인구가 이번 달 80억 명에 도달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2011년 10월에 70억 명을 돌파한 후 불과 11년 만의 일이고 우리가 살고있는 지구의 부담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제한된 자원으로 농산물을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생산해 인류를 부양해야 하는 농업은 지구 온난화에 직접 노출돼있는 산업이기에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많다. 건강한 토양관리와 가뭄이 대표적인 예이다.
 

전 세계 칼로리 섭취량의 3분의 2를 책임지는 옥수수, 쌀, 밀과 콩은 급격하게 변화하는 지구 온난화의 환경스트레스에 그대로 노출된 작물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지구의 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밀 4%, 쌀 3.2%, 옥수수 7.4%, 콩 3.1%의 수확량이 각각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PNAS 2017 vol. 114|no. 35 9329). 지난 10년간의 통계를 분석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올해 보고서는 농업에 영향을 주는 환경스트레스 중 가장 심각한 요인으로 가뭄을 꼽았다. 최근 미국 농무성은 올 겨울 밀 수확 예측 보고서에서 75%의 농업인이 가뭄 피해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이미 지구 담수의 70%를 사용하는 농업은 2050년에 총 경지 80%에서 물 부족을 경험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지구의 미래, 2022).
 

2015년 파리 기후협약에서 소개된 4P1000계획은 온실가스 감축을 농업분야에서 실천하기 위해 프랑스에서 제안한 것으로 매년 0.4%의 이산화탄소를 토양으로 격리함으로써 온실가스의 발생보다 흡수를 증가시켜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토양 중 유기물, 유용미생물 그리고 지렁이와 같은 미소동물을 증가시켜 토양을 건강하게 바꾸고, 작물의 생산성을 높이며 이산화탄소를 격리하는 실천방안이다. 유기물 함량이 풍부한 토양 중 표토 1cm가 만들어지는 데 100년 이상이 소요되지만 지난 150년 동안 표토가 50%나 유실됐다. 현재의 관행적인 경운과 사막화, 폭우 등에 의해 유실되는 속도는 유기물층이 만들어지는 속도보다 10배 빨라 향후 60년 내에 경지 표토의 대부분이 유실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왔다. (2014 FAO보고서) 농산물의 95%가 토양에서 재배되고 있는 현실에서 건강한 토양관리는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필수적이다.
 

지구상 인간 활동에 의해 배출되는 전체 온실가스 중 농업 분야에서 발생하는 양은 자료마다 차이는 있지만 약 4분의 1수준으로 전기·에너지 생산 분야와 유사한 수준이다. 그러나 농업은 다른 산업과는 다르게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식물의 광합성작용이나 토양으로 격리할 수 있는 산업이다. 
 

토양 중 유기물은 토양 내에 양분과 수분을 유지해서 작물에 공급하도록 보관하는 역할을 한다. 사양토의 경우 유기물 함량이 2%이고 작토층이 15cm일 경우 1ha기준으로 물을 720톤 보관해서 작물에게 공급한다. 즉 토양 중 유기물 함량을 높이면 가뭄 피해를 예방하고 탄소 격리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 
 

농업생산의 기반이 되는 토양을 건강하게 유지시키는 것은 ‘토양이 없으면 식량도 없다’는 말과 같이 식량안보에 직결된다. 특히 가뭄 등 환경스트레스가 증가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화학비료의 사용 규제가 강화되는 국제적 흐름에서 건강한 토양은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농업인들이 토양유기물 증진 등 건강한 토양을 만들 수 있도록 투명한 모니터링과 적절한 보상을 할 수 있는 인센티브 프로그램의 강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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