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소 사양관리 철저히…건강하고 유질 좋은 우유로 만든 치즈·요거트 입소문

[농수축산신문=박현렬 기자]

1964년 벨기에 출신 디디에세스테벤스(한국이름 지정환) 신부가 전북 임실에서 농가에 산양을 보급하고 1966년 최초로 소규모 치즈 생산농장을 설립하며 그 시작을 알린 임실치즈마을. 우리나라 최초의 치즈는 지정환 신부가 두 마리 산양으로 만든 치즈였다.

임실치즈마을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치즈마을’이란 테마로 더불어 사는 사회를 꿈꾸며 바른 먹거리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이 지금까지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곳에는 2대가 산양과 젖소를 키우고 요거트와 치즈를 직접 만드는 무지개영농조합법인이 있다. 임실치즈마을에 방문해 산양유가 함유된 요거트를 보고 섭취해 본 도시민들에게는 ‘두마리 목장’이란 이름이 더 친숙할 것이다. 지정환 신부처럼 산양 두마리와 함께 시작한 무지개영농조합법인에 대해 살펴봤다.

# 귀농에서 축산업까지

무지개영농조합법인은 심요섭<사진> 대표가 2006년 산양 두마리로 체험농장을 만들면서 시작됐다. 28년 전 임실로 귀농한 심 대표는 5280㎡(1600평)의 시설하우스에서 유기농 쌈채소를 재배했다. 당시에는 물류, 운송 등이 지금처럼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속버스를 통해 서울지역 생협에 쌈채소를 납품했다.

전주 쌈밥집 등에 쌈채소를 공급했지만 쌈밥의 유행이 끝나면서 운송비 등의 부담으로 이조차도 쉽지 않았다. 또한 임실이 준고랭지 지역이라 평지보다 추위가 빨리 찾아오기 때문에 온풍기를 돌려 가온을 해야 하는 시기도 길었다. 이에 유류비 등의 부담이 적지 않았다. 쌈채소의 특성상 봄, 여름에는 생산량이 많고 날씨가 추워지는 가을, 겨울에는 생산량이 감소하는 것 또한 안정적인 영농활동의 장애물이 됐다.

당시 같은 농민회 회원이 젖소 농가 컨설팅 인력이 필요하다고 고충을 말했고 관련 일을 알아보다가 한국종축개량협회 소속 검정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심 대표는 8년 정도 검정사로 활동하며 축산업에 대한 전문성을 익혔다. 이후 또 다른 회원이 치즈를 배우는 것을 추천해 순천대 동물자원학과를 다니며 관련 지식을 습득했다. 당시 임실 치즈클러스터 사업이 막 시작돼 군 지원으로 유제품가공사 자격증도 획득했다. 치즈 생산에 흥미가 있었던 그는 2005년 스위스의 시골 마을에서 5개의 낙농가가 치즈 공장을 설립한 모습을 보고 직접 짠 우유로 치즈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무지개영농조합법인에서 가장 많이 신경 쓰는 점은 사양관리다. 검정사로 활동할 당시 소를 잘 키우는 농가들은 먹이부터 다르다는 부분을 배웠고, 변 관리 등을 철저히 해야만 쾌적한 축사에서 산양, 젖소 등이 건강하고 유질이 좋은 우유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도 깨달았다.

좋은 우유로 만든 치즈와 요거트는 이미 온라인상에서 구매 후기가 넘칠 정도로 인기가 많다.

# 가족이 함께 꿈꾸는 미래 축산업

심 대표의 축산업에 대한 자부심과 철학을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란 딸과 아들도 한국농수산대를 졸업한 후 대를 잇고 있다. 그의 딸은 목장에서 함께 일하고 사무실 뒤편에 카페도 만들어 목장에서 생산된 제품과 우유, 치즈 등을 함유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현재 로컬푸드직매장, 롯데백화점, 온라인 등에서 판매되는 제품 외에 도시민들에게 직접 다양하고 건강한 맛을 알리는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아들은 목장의 전체적인 일을 배우고 있다.

심 대표는 “축산과를 졸업한 자녀들이 아버지 목장의 대를 잇겠다고 말했을 때 가장 큰 힘이 됐다”며 “자녀들뿐만 아니라 청년축산인들이 미래에 대한 걱정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도록 관련 지원 등이 많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6차 산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낮아 인증을 받은 제품들이 대우를 받지 못한다”며 “일본의 경우 교과서에 6차 산업에 대한 내용을 담아 어릴 때부터 배우기 때문에 인지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6차 산업과 인증에 대해 좀 더 잘 알 수 있도록 관련 홍보가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심 대표는 “일본은 국민건강촉진법을 통해 건강한 제품을 만드는 업체들을 지원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국민 건강을 위한 제품을 만들고 있는 영농조합법인, 농업회사법인들에게 좀 더 많은 지원을 펼치길 바란다”며 “치즈에 대한 정책홍보가 많아지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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