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합사료, 원료 대부분 수입 의존…수입국 다변화·대체 원료 발굴 등 중장기적 대첵 필요

[농수축산신문=안희경 기자]

사료 원료 80% 이상 수입곡물
사료용 옥수수·밀은 전량 수입 의존
밀은 불안요소 가장 많아
곡물가격 하락세에도 달러 환율 고공행진
사료원료가격은 떨어지지 않아

 

생산량 늘어도 가공능력·전쟁·해상운임 등
복합 요인으로 불확실성 커

 

선물로 원료 구입하는 업계 특성상
배합사료가격 인하요인 발행해도
당장 사료가격에 반영하기 힘들어

 

올해 국제곡물가격은 국제정세와 이상기후, 달러강세 등 복합적인 요인 속에 급등하며 애그플레이션 우려를 증폭시켰다.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연초 가격으로 회복하던 국제곡물가격은 다시금 오름세를 보이며 혼조세로 연말을 맞고 있다.

이상기후로 인한 일부 지역의 작황부진과 기말재고량의 부족 현상은 차치하고라도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제위기와 장기적 경기침체 우려까지 커지면서 대부분을 해외 원료에 의존하는 국내 배합사료업계의 고심은 커지고 있다.

내년도 국제곡물시장의 전망을 다각도로 조명하고 이를 통해 국내배합사료업계의 상황도 가늠해 본다.

 

# 올해 사료원료가격 변동률 커

국내 사료원료 사용량을 살펴보면 80% 이상이 수입곡물로 옥수수와 밀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세계에서 7번째로 곡물 수입량이 많은 우리나라는 수입곡물 중에도 옥수수와 밀, 콩이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고 있다. 전체 곡물 수입량 중 68%가량이 사료용으로 수입되고 있는데 수입되는 옥수수 중 80%가 사료용으로 쓰이고 콩도 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사료의 주 원료인 옥수수의 선물가격은 올해 초 톤당 235달러에서 지난 5313달러까지 치솟으며 5개월 만에 25% 올랐다. 지난 7243달러로 다시 두 달 만에 22%가량 떨어진 후 11월 현재 250달러 대를 유지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콩, 즉 사료용 원료로 쓰이는 대두박도 사정은 비슷해 연초 톤당 452달러였던 대두박은 지난 3월 톤당 527달러까지 치솟은 후 내리기 시작해 이번 달 440~450달러를 오가고 있다.

선물거래로 이뤄지는 사료원료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연말로 가면서 내려가는 곡물가격이 배합사료가격에 반영되지 않을까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곡물가격 하락세와 맞물려 여전히 높은 달러 환율 영향으로 국내로 수입되는 사료원료가격은 좀처럼 내려오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 옥수수 생산·소비 모두 줄어

배합사료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주원료인 옥수수의 경우 내년도에는 생산량과 소비량, 교역량이 모두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 농무부(USDA)가 이번달에 내놓은 세계 곡물 수급전망에 따르면 내년도 세계 옥수수 생산량은 전년보다 4.03% 감소한 116839만 톤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공급량도 전년보다 3.30% 감소한 135804만톤으로 전망되고 있다.

소비량도 전년 대비 2.27% 감소해 117530만 톤으로 전망됐고 교역량 또한 전년 대비 9.46% 감소한 18274만 톤으로 전망됐다. 기말재고량은 전년 대비 2.25% 감소한 376만 톤으로 전망됐으며 기말 재고율은 전년과 동일한 25.5%로 전망했다.

최근 옥수수 가격이 다소 하락한 이유는 미국의 단기적인 생산량 증가로 인한 것으로 USDA는 미국 옥수수 생산량 전망치를 35384톤으로 상향 조정했다. 수율 전망치가 에이커당 172.3 부셸로 전월 전망치보다 2%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지난 3일 기준 옥수수 순수출판매량은 265335톤으로 전주보다 28.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장 전망치보다 30~70만 톤을 하회하는 것으로 미국 옥수수의 수출이 부진하면서 옥수수 가격의 하락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한 곡물 전문가는 미국의 옥수수 생산량이나 소비량은 단기적인 옥수수 가격의 추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다만 장기적으로는 세계 옥수수 생산량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 옥수수 가격과 관련해서는 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가격 추이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 대두 생산량·소비량 모두 증가

USDA는 올해 세계 대두 생산량은 39537만 톤으로 전년 대비 12.32% 증가하고 공급량은 54817만 톤으로 전년 대비 5.31%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남미의 콩 주요국들의 생산량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소비량은 전년 대비 3.62% 증가한 37786만 톤, 교역량은 전년 대비 9.24% 증가한 17031만 톤, 기말재고량은 전년 대비 16.61% 증가한 146만 톤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의 대두 생산량은 수율 상승으로 지난달 예측보다 3300만 부셸이 증가한 435000만 부셸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대두 수율은 에이커당 50.2부셸로 지난달 전망치보다 0.4부셸 증가하면서 생산량이 늘어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 내에서도 아이오와주와 미주리주의 높은 수율이 생산성 변화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료의 원료로 사용되는 대두박의 생산량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과 유럽에서 대두가공을 늘리면서 대두박 생산이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대두가공의 비중이 큰 아르헨티나가 대두 재배 면적을 다소 줄이면서 대두 생산량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전체적인 대두박 생산량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마티 루이카 더 프로엑스포터 네트워크 대표는 지난 17일 열린 미국 대두 작황 보고회에서 대두 생산량이 늘어나고 전 세계 대두 재고량도 안정적인 상태로 대두 가격이 안정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올해 많은 변수로 곡물 가격이 요동쳤던 것을 생각하면 여러 요인을 복합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대두박은 실제로 생산량이 많아지면서 가격이 낮아질 수도 있다고 보지만 중국의 대두가공능력이 한계에 왔다고 보기 때문에 이 부분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 불안요소 큰 밀·맥아보리 등 지켜봐야

옥수수와 대두 외에도 사료용으로 쓰이는 밀은 사실상 가장 불안요소가 많은 곡물로 꼽히고 있다.

전 세계 주요 밀 공급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하면서 밀 수입이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시아는 밀 소비량이 최근 10년 사이 34% 급증하는 등 밀 선호도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밀 시장 영향력은 지난달 9일 우크라이나의 흑해 함대공격을 이유로 러시아가 곡물 수출합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세계 밀 가격이 요동쳤던 것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지난 722일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하에 흑해를 통해 수출할 수 있도록 한 흑해 곡물 협정으로 전쟁 후 고조됐던 식량 위기가 잠시나마 완화되고 국제곡물 가격이 안정을 찾았던 것을 생각하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상황이 계속되는 한 밀 시장은 안정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세계 밀 생산량은 77343만 톤으로 전년보다 0.72%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공급량도 전년보다 1.66%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가장 큰 문제는 재고량으로 밀의 기말재고량은 전년 대비 0.06% 감소한 26685만 톤으로 전망됐다. 미국의 밀 재고량은 심각한 수준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지난해보다 40% 가까이 떨어지는 기말재고량을 기록했다.

아시아에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맥아보리 등의 기타작물도 가격이 당분간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들이 나오면서 전체적인 곡물가격 추세에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 해상운임, 떨어졌지만 불투명한 변동요인 너무 많아

지난 11일 해상운임은 북태평양 연안(PNW) 톤당 28달러, 걸프만(GULF) 톤당 56달러로 연중 최저점을 기록했다. 연중 최고치를 찍었던 5월과 비교하면 각각 25~30% 가까이 떨어졌다.

해운지수(BDI)는 미 연준의 4연속 자이언트 스텝 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 심리 악화와 흑해 곡물 수출 협상 난항으로 신규물량이 줄어들면서 하락해 지난 111390포인트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반토막이 난 상황이다.

미국에서는 미시시피강 수위저하에 관한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파나막스 운임(BPI)은 미시시피강 수위 저하에 따른 곡물 위축과 아시아 역내 석탄 물동량 부진이 지속되면서 하락해 지난 111619포인트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40% 이상 떨어졌다.

미시시피강 수위 저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미국의 대두 수출도 부진한 상황으로 우회수출에도 한계가 있어 물량 저하는 계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중국에서 동계 대비 석탄 재고 확보 수요가 시장에 유입되면 물동량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은 있지만 중국의 부동산 지원정책 등이 전력과 석탄 수요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도 변동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석주 한국해양진흥공사 해운정보팀장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인플레이션, 금리인상, 엔데믹 등 시장 환경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신조선 공급, 유럽의 석탄 수입 증가 등이 가격을 지지할 수도 있고 전 세계적 경기 침체 우려와 중국 부동산 부실 우려, 전쟁 장기화 등이 운임 가격 약세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어 추이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은 내년도 해상 운송 수요 증가율이 선대 공급 증가율을 소폭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낮은 선대 증가율 전망 자체가 노후선의 대규모 해체를 전제로 하고 있어 추후 상황이 충분히 변할 수 있어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 내년도 사료가격 오를까, 떨어질까

원료 가격의 추이를 단언하기 어려운 가운데 국내 배합사료가격은 어떤 추이를 보일까.

곡물 공급과 수요측면에서는 배합사료원료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국제정세상 배합사료가격이 유지되거나 상승될 측면도 있어 보인다.

우선 중국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 이후 돼지 사육마릿수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어 배합사료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기존 음식물쓰레기를 주로 급여하던 중국의 양돈 사육 방식이 최근 현대화된 방식으로 바뀌는 추세로 이에 따라 배합사료 급여량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은 최근 배합사료 급여량 증가로 인해 배합사료 원료인 옥수수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기존 수입량 대비 약 2배 물량의 옥수수를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곡물 생산량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들이 있지만 남미 곡물의 작황 우려는 여전하다. 대표적인 대두와 옥수수 생산지인 브라질의 경우 북동부·남동부 지역의 폭우와 남부·중서부 지역의 가뭄과 폭염으로 농산물 생산량이 감소, 지금까지 10조 원대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브라질 대통령 선거 당시 대두 등 농경지를 줄이겠다고 밝힌바 있어 이에 대한 대응도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옥수수와 대두 등 곡물을 기반으로 한 바이오 연료 생산량이 증가한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세계적으로 에탄올 사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인데다 최근 에탄올 마진이 높아지면서 옥수수의 상당량이 바이오연료 원료로 소비되고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어 향후 여전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도 주시해야 한다.

반면 국제곡물 선물가격이 하락추세에 있고 내년도 세계경제성장률이 낮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곡물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은 배합사료가격 하락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사료업계의 한 관계자는 곡물가격하락과 달러환율 안정세, 해상운임 하락 등 배합사료원료가격이 낮아질 요인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선물로 원료를 구입하는 배합사료업계 입장에서는 향후 불확실성이 높은 원료시장의 추이가 더욱 중요한 상황이라며 사료업체들 입장에서는 아직 비싼 원료들의 재고가 쌓여있고 환율이 떨어진 것은 불과 몇일 전이기 때문에 배합사료가격 인하요인이 발생하더라도 당장 사료가격에 반영할 수가 없고 올해 곡물가격변동추이에서 보듯 워낙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무엇도 담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수입곡물 대체원료 고민해야

지난해 양축용 배합사료 시장규모는 약 112285억 원으로 국내 배합사료 생산량은 20929000톤을 기록했다. 국내 양축용 배합사료 공장은 103개로 원료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수입곡물 도입가격에 따라 배합사료 가격이 결정되는 상황이다.

최근 20년간 월평균 배합사료 가격 상승률은 평상시 2.2%지만 급등시 19.3%에 달했으며 올해는 40% 이상 급등하는 곡물가격 이상 급등시기를 맞이했다.

때문에 정부에서는 사료의 안정적 수급과 가격 안정을 사료산업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할당관세를 운영해 사료원료 조달 비용과 사료가격 절감대책을 마련하고 사료구매자금과 원료구매자금 등 재정지원을 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도 지난해 수준의 재정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사료원료를 다양화하고 수입국을 다변화하는 등의 중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경석 농림축산식품부 축산환경자원과장은 무조건적으로 수입원료에 의존하는 것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원료를 다양화하는 등 배합사료업체들도 수입곡물을 대체할 수 있는 원료를 고민해야 한다수입선과 원료의 다변화를 추진하고 수입 부적합 식품의 사료자원 이용을 확대하는 한편 곤충 사료단백질 개발과 이용을 통해 단백질 자급률을 향상시키는 등 전방위적 대체원료 발굴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높아지는 식품안전성에 대해 사료의 품질과 안전성 제고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반려동물의 사료안전관리가 강화되는 한편 생산물량이 많은 양축용·섬유질 사료의 검정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방역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사료차의 방역관리를 위해서는 사료회사 담당자 등 집합교육을 강화하고 사료공장 출입차량 소독현황 등 실시사진을 주 1회 제출하는 등의 실질적 방역활동이 이뤄질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도 환경친화적 사료보급 확대를 위해 저메탄, 저단백 사료 등에 대해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 등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저탄소 축산물인증과 저탄소 직불금 도입을 연계하고 사료구매자금에 대해서도 환경친화적 사료를 급여하는 농가에 우선지원하는 등의 시행지침 개정도 이뤄질 전망이다.

사료업체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이 친환경 프리미엄 사료와 사료비 절감으로 가닥을 잡은 만큼 사료업체들도 정책에 발맞춘 신제품 개발 계획 등이 필요하다불확실성이 큰 시장인 만큼 원료가격에 매달리지 않고 보다 좋은 제품을 개발해 양축가들에게 더 큰 이익을 주는 발전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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