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홍정민 기자]

지난 15일 기준으로 세계 인구가 80억 명을 돌파했다. 인도와 중국이 각각 14억 명씩을 넘기면서 인구증가를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15년이 지나면 세계 인구 90억 명 돌파가 예상된다고 한다. 이렇게 인구가 증가할수록 특히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되는 식량난이나 에너지난에 더해 각종 질병과 건강에 대한 부분은 갈수록 그 중요성이 커질 것이다.

우리는 이미 수년간 전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하는 코로나(COVID-19)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대면과 비대면, 사회·경제 시스템 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사람과 동물, 생태계의 연계를 중요하게 여기고 모두에게 최적의 건강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개념인 원 헬스(One Health)’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최근 확산 중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경우 사람과 동물이 함께 걸릴 수 있는 이른바 인수공통전염병이기 때문에 매년 사전 예방과 발생에 따른 살처분, 일시이동중지, 소독 등이 지속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다.

혹자는 이 같은 질병 발생 문제에 더해 가축분뇨처리, 악취 이슈 등이 계속 불거지면서 축산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의견을 내거나 사육마릿수를 줄여야 한다거나 수입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등의 아이디어를 내곤 한다.

그러나 세계 인구의 증가로 다시 시선을 돌리면 식량안보 차원에서 축산을 바라봐야 하고 고병원성 AI, 우결핵, 브루셀라병 등 인수공통전염병을 해결하는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는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생산량과 수입량을 합쳐 모두 716000톤의 소고기를 소비했고, 생산, 수입, 재고를 합쳐 1466000톤의 돼지고기를 소비했다. 이같은 육류 소비는 앞으로 인구와 소득이 증가할수록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지난 8~9일 대전에서 개최된 ‘2022 한국돼지수의사회 연례세미나’, 지난 17일 서울에서 열린 한국동물약품협회 기자간담회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연간 140만 톤 넘게 소비되는 돼지고기의 경우 생산단계에서부터 위생과 안전을 담보해야 하고 사육과정에서 돼지의 생산성을 높이는 노력이 요구된다.

특히 야생멧돼지와 외국인력을 염두에 두면 눈에 보이지 않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가 경기북부권과 강원권에 머물지 않고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전국을 휩쓸 가능성이 큰 만큼 감염개체의 폐사가 기정사실인 ASF 질병 대응은 이제 백신 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 ASF 백신 연구·개발은 미국, 스페인 등이 주도하고 있고 베트남에서 현장 연구가 활발한 가운데 국내에선 연구시설 부족과 각종 규제 등으로 아우성인 상황에서 일부 동물약품업체들이 사명감을 갖고 전심전력을 다하고 있다.

세계 인구 90억 명 돌파가 15년이란 시간 문제라고 한다면 ASF는 이미 2019년 국내에서 발생하면서 관련 산업의 위기요인이 되고 있고 현재도 계속 진행 중인 사안이다. 질병을 전쟁에 비유하면 휴전상태에도 평화를 위해 무기를 개발하고 보유하고 있어야 하듯이 사용하지 않더라도 ASF 백신은 조속히 개발해야 한다.

질병 방역 측면에서 볼 때 시간이 더이상 우리의 편이 아닌 상황에서 궁극적으로 ASF 백신은 질병 예방과 돼지고기 생산, 동물약품 수출시장분야 등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 방역의 초점이 예방에 있다는 관점에서 ASF 백신 개발을 보다 앞당기기 위해선 현장의 인식전환 못지않게 농림축산식품부의 수장인 장관의 용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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