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두봉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코로나19 발생 전 일본 돗토리현의 일본 친구 이또 교수 집에서 며칠 체류했다. 이또 교수가 후쿠오카로 이사를 해서 딸 부부가 살고 있다. 아침이 되니 엄마 샤니카가 등교하는 어린 두 자녀의 아침을 챙기기 위해 분주했다. 어떻게 아침을 먹나 유심히 보았다. 그녀는 일회용 비닐장갑을 끼고 아이들이 먹게 김에 무친 작은 주먹밥을 만들어 우유 한 컵과 같이 주었다. 갓 지은 밥으로 만든 주먹밥을 자녀들이 맛있게 먹었다. 이또 교수와 나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듬뿍 뜬 밥 한 공기, 된장(미소)국, 나또(일본 청국장), 계란반숙, 샐러드로 아침을 먹었다.
 

일본 직장인들은 대부분이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도시락이 점심에 인기가 있는 것은 밥이 맛있기 때문이다. 맛있는 도시락은 고시히카리 또는 단일품종의 쌀을 쓴다. 고시히카리는 단립종이고, 식었을 때도 맛이 있다. 일본 가정은 3끼 밥을 먹고, 저녁도 밥, 생선구이, 일본 된장국, 채소가 중심이다. 일본은 쌀을 많이 먹어 세계 최장수국이다. 
 

최근 일본 쌀 소비실태를 보고자 지난달 말 동경 출장을 다녀왔다. 편의점을 들려서 쌀 식품을 찾아보았다. 일본도 삼각(김)밥, 주먹밥, 도시락이 많이 보였다. 일본의 쌀 식품에는 국내산 쌀, 단일미를 강조한다. 우리나라는 도시락과 삼각김밥은 쌀 품종과 질보다 불고기, 닭치즈볶음, 매운고추장볶음 등 양념과 반찬을 강조한다. 일본 삼각밥 중에는 양념을 전혀 하지 않고 쌀 품평회에서 최고로 평가된 쌀로 지은 밥으로 삼각밥을 만들어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일본은 압력밥솥을 사용하지 않는다. 밥맛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 모든 식당에서는 주문을 받으면 큰 밥솥에서 밥을 떠서 준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비교하면 밥맛이 없고, 소비자들이 좋은 쌀을 알지 못하고, 어떻게 맛있는 밥을 지을지 모르고 있어 쌀 소비가 급격히 줄고 있다. 모든 가정이 압력밥솥으로 밥을 짓고, 식당에서 공기에 밥을 떠놓아 맛이 없고, 식은 떡밥을 먹으니 밥은 적게 먹고 남긴다. 편의점의 삼각김밥과 도시락은 대부분 쌀 품종을 표시하지 않고 있으며, 혼합미와 수입쌀 등 저가미를 사용하고 양념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2018년부터 쌀 등급표시제를 의무화했지만, 특품을 찾기 어렵고, 단백질 함량은 표시하지 않고 있다. 농식품관계기관, 소비자단체들의 식생활교육이 부실하고 홍보전략도 부실했기 때문이다. 
 

쌀 수급균형을 위해서는 맛있는 품종을 꾸준히 개발·보급해 수요가 늘지 않고는 공급과잉을 해결할 수 없다. 그 이유는 첫째, 쌀 소비가 생산보다 빠르기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2011~2020) 쌀 공급량은 약 7% 감소했지만, 수요량은 약 15% 감소했다. 쌀은 몬순기후에 최적인 작목이고, 기계화율도 100%이기 때문이다. 고령화된 농촌에서 당분간 쌀농사를 줄이기 어렵다. 65세 이상 농업경영주의 비율이 쌀농사가 가장 높은 약 66%이다.
 

둘째, 쌀 소비량이 줄면 수입쌀 비중이 늘어나 공급과잉이 더 심해질 것이다. 쌀 협상에 따라 2014년 이후 연간 40만9000톤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하고 있다. 2022년 수입쌀은 쌀 소비량의 14%를 차지하지만, 2030년에는 17%까지 증가할 것이다.
 

셋째, 서구식 식생활의 확산과 축산자조금을 통한 적극적 홍보로 육류의 소비량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반면 쌀은 자조금도 없고, 소비확대를 위한 홍보도 없었기 때문이다. 
 

넷째, 쌀에 대한 잘못된 영양정보와 국민 식생활교육이 미흡했기 때문이다. 쌀이 비만의 원인이라며, 고기와 치맥을 먹고 밥은 먹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이 결과 비만율, 고혈압, 성인병은 급격히 증가했다. 쌀은 저항성 전분식품으로 소금, 설탕, 첨가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건강식품이다. 국민에게 올바른 식생활 교육과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한식이 최고의 건강식이다. 최근 밥, 김치 등 한식을 먹고 1년 만에 50kg을 감량한 미국인 아프리카 윤이 화제다. 
 

세계 쌀 소비량은 2000년에 비해 약 30%가 증가했고, 계속 늘고 있다. 특히 자포니카(단립종) 쌀의 생산과 소비가 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삼각김밥, 도시락, 비빔밥과 한식, 초밥과 일식을 만드는 단립종 쌀의 인기가 높다. 중국, 이태리, 이집트에서 자포니카 쌀 생산이 크게 늘고 있다. 태국, 베트남,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브라질, 아프리카에서도 자포니카 쌀 생산이 증가하고 있다. 자포니카 쌀이 맛있고 비만과 성인병을 예방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시작된 한식과 일식의 붐은 계속될 것이다. 향후 20년간 세계 쌀 수요는 비약적으로 증대될 전망이다. 우리나라 쌀 산업은 미래가 있고, 수출가능성도 밝다. 맛있는 쌀 품종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생산비 절감을 위한 농지 규모화와 효율적 이용이 가능하도록 농지 제도도 개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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