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형제가 가업을 이어가는 '명품 정미소'…신품종 보급에도 앞장

[농수축산신문=박현렬 기자]

미곡종합처리장(RPC)은 농가에서 수확한 벼를 산물상태에서 계량·건조·저장·가공·포장에 이용하는 시설로 벼 수확 후 전 공정을 일괄처리하는 시설이다. 벼 수확 후 관리 비용 절감, 미질 향상, 쌀 손실 방지, 유통 구조 개선을 통한 쌀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1991년부터 농어촌 구조개선사업의 일환으로 설치·운영되기 시작했다.

RPC는 우리나라의 벼 수확 후 관리 체계 현대화를 견인하고 쌀의 품질 향상에 앞장서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RPC 시설은 농업인의 편의 제공뿐 아니라 처리비용 34%, 노동시장 64%가 절감되고 양곡 손실이 6%에서 1%로 감소하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RPC는 논에서부터 소비자의 밥상에 오르기 직전까지 농업현장에서 막중한 역할을 담당한다. 이 가운데 3대에 걸쳐 정미업만을 고집하며 정통성을 이어나가고 있는 농업회사법인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3대에 그치지 않고 후대까지 가업을 이어받아 전남 영암지역의 명품 쌀을 생산하는 명품정미소를 꿈꾸고 있는 ㈜대우미곡을 소개한다.

# 3대 정미업 외길 인생

대우미곡의 첫 출발은 1938년 조득기 씨가 영암군 시종면, 나주시 다시면에서 정미소를 운영하면서부터다. 1990년 그의 아들인 조윤석 씨가 나주 영산포 운곡정미소, 영암군 신북면 대우미곡을 운영하며 가업을 이었다.

현재는 조 씨의 아들 삼형제가 각 전문 분야별로 나눠 대우미곡을 관리·운영 중이다.

첫째 조진호 씨가 원료곡 수매와 전체 관리를 담당하고 둘째 조경호 씨가 영업을 맡고 있다. 셋째 조준호 씨는 생산 설비 전문가다. 

이들 삼형제가 대를 잇기 시작한 시기는 2000년 초다. 영암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공부하며 꿈을 키웠지만 오래 전 부터의 가업이었기 때문에 아버지가 대를 잇기를 희망했다. 삼형제도 고심 끝에 서로 잘하는 전문 분야를 살려 대우미곡을 더 키우기로 다짐했다.

대우미곡은 연평균 700~1000농가의 산물벼를 처리하고 있으며 1일 최대 처리량은 100톤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액이 150억 원 수준에 머물렀으나 올해는 250억 원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라도 지역이 쌀 주산지이어서 지역 자체 소비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18년 전부터 주로 기업간거래(B2B)를 통해 쌀을 공급 중이다.

주요 거래처는 CJ프레시웨이, 한화푸디스트, LG아워홈, SC프레시, 외식가족푸드 등이다.

RPC의 설비는 삼형제의 노력을 통해 구축됐다. 확장 신축공장에는 200억~300억 원 정도의 건축비용이 투입됐는데 자체 비용으로 처리했다. 신축공장은 대우미곡만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삼형제가 직접 RPC 설비에 대해 고민한 결과물이다.

2009년 일본 사타케 정미소 견학을 통해 기술을 습득하고 공장에 설비와 기술을 구현하고자 했다. 

대우미곡은 단순 산물 벼를 계량·건조·저장·포장하는데 머무르지 않고 신품종 보급에도 앞장서고 있다. 전남도농업기술원과 협력을 통해 신품종을 개량한 강대찬 쌀은 기존 쌀보다 완전립 비중이 높고 밥맛도 우수하다는 게 조진호 대표의 전언이다.

조 대표는 “자체적인 설비와 기술력으로 업계에서 인정받는 명품 정미소를 만들고 싶다”며 “3대에 그치지 않고 후대까지도 가업을 이어받아 영암지역의 쌀을 생산하는 명품정미소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정책 변화가 심해 현장에서 대처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신속한 공고와 정보 공유, 소규모 업체에 대한 자금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쌀 소비를 위한 다각적인 연구와 더불어 소비자들이 다양하게 쌀을 즐길 수 있도록 기호식품으로 활용, 가루미 유통 활성화에 민간 RPC도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정책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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