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재 서울대 명예교수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완전 자동화된 축산농가 존재할 수 없지만
우리가 원하는 미래는 맞이할 수 있어
정부와 축산업계·연구자들의
꾸준한 관심과 협력 필요해

 

 

필자는 과거 1990년대 초 유럽에서 스마트축산을 지원하는 기업들의 기술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유용한 기술이라 생각했지만 당시 한국은 노동력이 저렴하고 개별 축산 농가의 규모가 크지 않아 해당 기술을 사용할 경우 경제적 효과도 적어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다. 오늘날 스마트축산 기술은 현재 한국 축산업이 맞닥뜨린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줄 수 있는 희망의 기술이 됐다. 한국 축산업은 고령화와 인건비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부족한 노동력을 보완하고 탄소중립을 요구하는 시대에 친환경적으로 사양 관리를 개선할 필요가 절실해졌다. 기계가 노동력을 일부 대신하고 정밀자동화축산으로 사양관리와 번식관리의 질을 높일 수 있다면 궁극적으로 축산농가와 가축, 환경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길이다.

우선 스마트축산 기술을 통해 노동력을 절약할 수 있다. 노동력 측면에서 가축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해주는 기술의 도움을 받아 축산농가가 매시간 가축을 돌보는 데 드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자파 기술을 활용해서 소의 발정기를 확인할 수 있다면 사람이 소를 자주 관찰해야 하는 노동력을 줄일 수 있다. 또한 발정기를 매번 정확하게 확인해 주는 작업은 소의 번식 효율을 높이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스마트축산의 정밀 사양관리 기술은 환경과 가축 모두 건강하게 해준다. 인공지능 기술은 가축들의 건강상태와 운동량 등을 확인하며 사료 급여량을 적절하게 조절해 준다. 사료를 적절하게 급여하면 사료를 과도하게 사용하지 않아도 될 뿐 아니라 가축의 분뇨 생산량도 감소해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 가축의 상태를 확인해 섬세한 정밀 사양관리를 제공하는 작업이 그들의 영양 건강에도 물론 도움이 된다.

한국에 적합한 스마트축산을 위해서 하루빨리 관련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 인공지능 기술의 성공은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충분하게 확보했는가에 달려있다. 더 정교한 사양 관리를 위해서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 더 많은 농가들이 해당 기술을 사용하며 데이터 축적에 힘을 보태야 한다. 전 세계 데이터를 많이 확보한 선진 농업국처럼 우리도 하루 빨리 우리 고유의 스마트축산에 필요한 기술과 장치를 개발 보유해 한국 축산업의 고유 데이터를 추가할 수 있다면 우리축산에 유용한 자원을 하나 더 얻게 되는 것이다. 생산, 사양·육종·번식·출하 관리, 환경, 유통, 소비 전반에 걸쳐 충분한 데이터가 필요한 만큼 개별 축산 농가들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최근 한국 농축산 분야에서도 스마트농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는 중이다. 지난달 8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스마트농업 육성을 위한 첫 번째 법률안인 스마트농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법률안에는 스마트농업의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관련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과 로봇 등의 연구를 지원하며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러한 시스템을 지역 단위로 확산시키기 위해서 육성지구를 조성하는 내용 등이 종합적으로 포함됐다.

미래 영화에나 나올법한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 완전 자동화된 축산농가란 존재할 수 없다. 인간과 기계가 협업하는 과정을 통해서만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와 축산업계, 그리고 연구자들의 꾸준한 관심과 협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처음에는 낯설고 불편할 수 있지만 우리가 그러한 기술을 잘 익혀서 친숙하게 여길 수 있다면 그래서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다면 더 나은 미래를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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