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가격 안정 위해
부처별 중복 규제 철폐와
액란 냉동 보관 방법 마련해야

판매가 되지 않아 1500억여 원을 들여 폐기 처분된 수입계란. 
판매가 되지 않아 1500억여 원을 들여 폐기 처분된 수입계란. 

[농수축산신문=김소연 기자]

내년에도 계란 공급 과잉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계란 수입을 추진한다고 밝혀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지난 23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등에 대비해 내년 1월 중으로 스페인 계란 121만 개를 시범적으로 수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방역관리만 잘하면 계란 수급 문제 없어 

앞서 정부는 계란 가격을 안정시킨다는 명목으로 계란을 수입했다가 판매가 되지 않아 폐기 비용을 포함해 1500억여 원의 국민 혈세를 낭비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어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또한 이번에 수입되는 계란 양은 하루 소비량 4500만여 개 중 2.7%에 불과해 가격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방역관리만 잘한다면 계란 가격이 크게 오를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대한산란계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4월까지의 기간동안 고병원성 AI로 인해 산란계 317만 마리가 살처분됐으나 노계의 도태 시기 지연 등으로 전체 사육마릿수 중 3%인 218만 마리 정도 감소한 것에 그쳐 계란 가격은 6256원에서 6464원으로 3% 정도 인상됐다. 

지난 20일 기준 고병원성 AI로 인한 산란계 살처분 마릿수는 약 170만 마리로 지난번과 비교해 보면 이번에 살처분된 산란계 사육마릿수는 상대적으로 적어 가격 상승에 크게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알을 낳을 수 있는 산란계 마릿수는 증가한 상태다. 현재 6개월령 이상의 산란계는 지난해 대비 4.8%가 증가했으며 노계의 도태시기 지연 등을 통해 계란 생산량을 늘릴 방법도 있어 계란이 부족한 상황은 아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12월 축산관측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국내의 산란계 사육 마릿수는 지난해 대비 4% 증가한 7552만 마리이며 계란 생산량은 지난해 대비 2.3%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내년 초 계란 생산량은 지난해 대비 4%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계란 가격 상승 요인은 사료가격이 최근 큰 폭으로 오른 탓이 크지만 사료가격 인상분에 비해 계란 가격은 크게 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계란 생산 원가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양계용 사료가격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에 따른 곡물가격 상승으로 지난 10월 kg당 사료가격은 661원으로 지난해 1월 대비 57% 상승했다. 

사료가격 상승분을 감안한다면 현재 계란의 유통가격은 9400원에 달해야 하지만 이번달 1등급 계란가격은 지난해 1월 대비 3.6% 상승한 6717원에 불과하다.

# 중복규제 철폐, 계란 비축 등으로 수급 안정 필요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들은 계란 가격 안정을 위해 무분별하게 수입 계란을 들여오기 보다는 불필요한 중복 규제 철폐와 계란 가격이 쌀 때 이를 비축해 가격이 높을 때 출하하는 방식 등을 제안했다. 

현재 농식품부의 ‘계란이력제’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난각표시제’는 중복되는 부분이 있어 부처별 중복규제를 철폐해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또한 ‘계란 보관가공공장 설치 지원’ 등을 통해 계란 공급량이 많아져 계란 가격이 생산원가를 밑돌 때 구입해 액란으로 냉동 보관했다가 고병원성 AI나 명절 등으로 계란 공급이 부족할 때 출하하는 방안 등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 

안두영 대한산란계협회장은 “역사상 유례없는 고병원성 AI 창궐로 유럽연합(EU)은 계란 생산량이 감소해 한정판매까지 실시하고 있으며 미국은 계란 가격이 3배나 폭등했다”면서 “반면 우리나라는 계란 생산 농가들의 철저한 방역 덕에 현재까지도 안정적으로 계란 생산량을 유지하고 있는데 칭찬도 모자를 판에 오히려 계란 수입으로 사기를 꺾는 정책은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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