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하락에 작물보호제 '웃고'
원자재 가격상승에 비료·종자 '울고'

[농수축산신문=이남종·이문예·박세준 기자]

올 한해 농기계업계는 내수시장은 정체를 보였으나 수출을 큰폭으로 늘어났으며 작물보호제업계 역시 농협 계통농약 가격 인상, 엔화 하락 등의 영향으로 올해 목표를 대부분 달성했다. 반면 종자·비료·스마트팜업계는 코로나19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해 힘겨운 한해를 보냈다

올 한해 농산업을 결산했다

올 한해 농기계 업계 내수시장은 정체를 보였으나 수출은 큰 폭으로 늘어났으며 작물보호제 업계도 목표를 달성했다는 분위기다. 다만 종자·비료·스마트팜 업계는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여파로 비교적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올 한해 농기계 업계 내수시장은 정체를 보였으나 수출은 큰 폭으로 늘어났으며 작물보호제 업계도 목표를 달성했다는 분위기다. 다만 종자·비료·스마트팜 업계는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여파로 비교적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농기계

2022년도 말 농기계 내수시장은 지난해와 비슷한 23011억 원으로 추산되며 이 중 정부지원 융자지원 공급실적도 지난해에 비해 아주 근소하게 감소한 9794억 원으로 예상된다.

농협중앙회에서 집계한 지난달 말 기준 기종별 융자지원 공급실적을 보면 트랙터가 0.6% 증가한 5033억 원으로 전체 융자지원 공급액의 55.7%를 차지해 지난해 55.2%보다 점유율이 올라갔다. 콤바인은 1472억 원으로 전년 대비 3.5% 감소했으며 승용이앙기가 4.4% 증가한 815억 원을 차지했다.

트랙터의 마력별 공급을 보면 지난해에 비해 대형화가 지속되고 있다. 수량으로 보면 41마력 이상이 고르게 공급되고 있으나 금액으로 보면 41~80마력 미만이 18.5% 감소했고 80마력 이상이 그만큼 많이 공급됐다. 61마력 이상은 81.5%를 차지해 중대형으로의 가속화가 이뤄지고 있다.

트랙터는 소폭 증가했는데 반도체와 원자재 수급 불안으로 정상적인 생산을 하지 못해 공급이 지연됐고 최근에는 환율 급등으로 인해 수익 창출이 유리한 수출 위주 공급에 중점을 두다 보니 내수 공급 증가폭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콤바인 시장 규모가 감소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양호한 일기조건, 수도작 재배면적 감소, 공급 포화상태 등의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규격별로 보면 5~6조가 지난해보다 소폭 증가(1.7%)해 전체 80.5%를 차지하는 등 콤바인 공급형태는 당분간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승용이앙기는 융자지원 공급실적이 전년대비 4.4% 정도 증가한 815억 원이었다. 규격별로 보면 6(66.2%), 8(33.7%)가 전체시장의 99.9%를 차지하고 있고 이런 경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안타까운 점은 콤바인과 이앙기의 경우 지난해와 유사하게 일본제품이 57.7%로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더 고착화될 점에서 우려가 크다. 시장 성장이 정체 또는 축소되고 있고 규모도 작아서 새로운 모델을 개발해 공급하기에는 경제성이 없다 보니 국내업체에서 더 이상 두 기종에 대한 매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중소업체를 대표하는 부착작업기는 2.0% 증가한 819억 원으로 트랙터 시장과 유사한 증가폭을 보였다.

한편 올해 3분기 기준 농기계 무역수지는 지난해 53300만 달러에서 38.5% 정도 증가한 73800만 달러를 나타냈다.

농기계 수출은 3분기 기준 124500만 달러로 전년대비 20.6% 증가했고 4분기에는 약 17억 달러 수출이 예상되고 있다. 3분기 국가별 수출을 보면 소형 트랙터와 트랙터 작업기 등의 수출량 증가로 미국이 95500만 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76.7%를 차지했다. 미국 수출비중은 전년 대비 29.3%가 증가했는데 중소형 트랙터 외 잔디깎기, 도로정비, 제설 등을 위한 트랙터 부속작업기 수요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기종별 수출은 트랙터가 전년대비 34.7% 증가한 95872만 달러로 77.0%를 차지했고 부품은 지난해와 거의 동일한 수준인 0.8% 증가한 9510만 달러를 기록했다. 프론트로우더, 스키드로우더, 쟁기, 농용베일러, 콤바인 등도 금액은 작지만 크게 증가한 점이 눈에 띈다.

3분기 수입은 전년대비 1.7% 증가한 574만 달러를 기록했다. 국가별로는 여전히 일본이 23817만 달러로 전체 수입의 45.9%를 차지했으며 대일 무역역조가 21815만 달러로 개선되지 않고 있는 점은 깊게 고민해야 할 시사점이라고 할 수 있다.

 

작물보호제(농약)

올해를 마무리하는 작물보호제 업체들의 표정은 비교적 밝다. 8개 주요 작물보호제 업체들은 올해 초 목표했던 매출 목표치들을 대부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편차는 있지만 일부 업체는 전년 대비 최대 10% 이상 매출액 상승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제 가격 상승, 환율 상승 등의 비용 상승분을 모두 고려해도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다는 분석이다.

이는 올해 초 농협 계통농약 가격이 5% 이상 인상된 데다 국내 유통 작물보호제의 일본 원제 사용량이 많아 오히려 엔화 하락에 따른 영향을 받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올해는 가격 인상 바람을 타고 제품 가격이 상승하고 올해 선보인 신제품들의 판매 실적이 꽤 좋았다. 또한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손익 감소분이 엔화 하락의 영향으로 상쇄됐다는 것이다.

다만 제네릭 회사들은 대부분 원제를 중국에서 수급하고 있어 어려움이 컸던 것으로 알려진다. 물량 확보의 어려움, 가격 상승, 달러 결제에 따른 환율 영향 등으로 매출이 올랐어도 손익 감소가 컸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비료

올해도 치솟은 원자재 가격이 쉬이 떨어질 줄 모르고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원자재 가격이 제조원가의 70%를 차지하는 비료 업계의 경우 특히 어려움이 많았다.

비료 가격이 불안정세를 보이며 농업인들 중에는 내년 구입분까지 당겨 구매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올해 정부는 비료 가격안정 지원사업을 추진, 비료 가격 인상분의 80%를 정부와 지자체, 농협이 나눠 부담하며 농업인들의 부담을 덜어줬다. 최근 3년 간 구입한 무기질비료 평균 구매량의 95% 이내로 지원한다는 제한 조건도 걸었는데 비료 가격 상승세에 불안해진 농업인들이 신규 토지매입 증서, 경작 증빙서류 제출 등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해 필요물량 이상을 확보해뒀다는 것이다.

4종 복합비료의 경우 올해 적극적인 프로모션을 통해 제조사에서 유통단계까지 물량이 많이 넘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유통단계에서 농가에 판매·전달된 양은 그에 미치지 못해 벌써부터 내년 판매를 걱정하는 시선이 많다.

 

종자

종자업계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해 힘든 한해를 보냈다. 코로나19 이전 대비 물류비는 여전히 3~4배 이상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 데다 환율 상승으로 종자 개발과 수출 등 여러 부문에서 비용부담이 커져서다.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농업 관련 업계 정서상 비용이 올랐다고 그대로 가격에 반영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어서 어려움은 더욱 크게 다가왔다.

수출 부분에서도 중국 등의 봉쇄 정책으로 검역 등이 지체돼 사업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과채류를 비롯해 다수를 중국에서 채종하는데 완전한 상품을 국내로 들여오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샘플 품질검사 단계부터 난항을 겪었다.

다행히 지난해에는 수출 실적 부문에선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며 선방했다는 평이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출 연구개발(R&D) 비용은 증가했지만 달러 가치 상승으로 전체적으로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스마트팜

국제 원자재 가격상승과 고환율은 올해 스마트팜 업계에 큰 타격을 줬다.

한 업체 관계자는 국제 원자재 가격상승으로 시설하우스 같은 경우엔 주문이 많이 미뤄졌다환율도 올라 이중고를 겪는 등 전반적으로 위축된 분위기다고 전했다.

농업 데이터의 단순수집을 넘어 분석과 서비스화로 나아간 건 스마트농업의 의미있는 진전이었다. 데이터를 분석·활용해야 맞춤형 정밀농업을 실현해 생산성 향상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안장덕 한국스마트팜산업협회 본부장은 그동안 스마트팜 데이터 부분은 수집 쪽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올해부터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의 데이터 기반 스마트농업 확산지원사업 등 데이터의 분석·서비스화를 지원하는 사업이 나왔고 관련해서 준비하는 기업들도 생겨났다예전부터 많은 이들이 데이터 서비스·피드백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는데 올해 공식적으로 시작된 것이라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05일 온실, 축산, 노지를 아우르는 스마트농업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정책이라 할 수 있는 스마트농업 확산을 통한 농업혁신방안를 발표, 스마트농업 확산을 통한 농업의 생산성·지속가능성 개선과 스마트농업 기술·서비스산업 육성과 국제경쟁력 확보를 천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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