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박유신 기자]

 

내년 농림축산식품부 예산이 173574억 원으로 확정됐다. 이에 최초로 17조 원을 넘겼다’, ‘중앙정부 가용재원 증가율보다 2배 가량 높다’, ‘실질적으로 올해보다 8.9%나 늘었다’, ‘정부 총지출이 감액된 상황에서 농업예산만은 당초 정부안보다 789억 원이 늘어났다등 농식품부는 내년 예산에 대해 다양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분명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확정된 내년 농식품부 예산만 보면 긍정적인 평을 내릴만하다. 농업관련 단체도 대체적으로 호의를 표하고 있다.

농식품부가 설정한 예산 집행 방향도 식량안보, 혁신생태계, 물가안정, 경영안정 등에 맞춰져 기후위기, 글로벌 물류대란, 4차 산업혁명, 인플레이션 등 새로운 대내외 환경변화 속에서 야기된 각종 농업 현안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도 볼 수 있어 다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은 남는다. 바로 먹거리 예산이다.

일반적으로 먹거리 3대 사업으로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지원사업, 초등 돌봄교실 과일간식 지원사업, 저소득층 농식품바우처 사업 등을 꼽는다. 이들 사업은 특히 국민 건강과 코로나19로 부의 양극화가 커지면서 심화되고 있는 먹거리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으로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시범사업 형태로 추진돼 한계에 봉착한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내년도 예산을 보면 농식품바우처 사업예산 148억 원만이 반영됐다. 국가 예산 어디에서도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지원사업과 초등 돌봄교실 과일간식 지원사업 예산은 찾아 볼 수 없다. 당초 내년 예산안에 포함됐던 초등 돌봄교실 과일·간식 지원사업 72억 원과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사업 158억 원이 전액 삭감됐기 때문이다.

이에 농업관련 단체도 전체적인 예산에 대해선 호의을 표하나 먹거리 예산 전액 삭감에 대해선 강한 불만을 표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이들 사업은 이미 시범사업을 통해 아이들의 국산 과일 섭취·선호도가 증가하고 식습관 개선 가능성을 확인하는 등 수혜자 만족도가 매우 높은 사업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내년 예산 논의과정 속에서도 예산 편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연일 터져 나왔다.

정부는 이들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해 오는 2025년 농식품바우처 사업으로 편입·운영하겠다고 하나 분명한 것은 정책 대상도 소관 법률도 다르다는 점이다.

농식품바우처 사업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먹거리 돌봄사업이다. 나머지 두 개의 사업은 정책 대상도 지원 근거 법률도 친환경농어업법과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으로 다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수 년이 흐른 뒤 한 사업으로 편입·운영하겠다는 정부의 말을 누가 신뢰할지 의문이다.

경제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먹거리 불평등·불균형은 심화되고 있으며, 기본적인 먹거리 생산기반은 붕괴 위기에 직면해 있다. 먹거리를 둘러싼 문제의 해결 없이는 국가 경쟁력도, 농업의 지속가능성도 궁극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코로나19의 장기화와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를 겪으며 많은 국민들은 안정적인 먹거리 보장의 소중함을 인식하게 된 상황에서 정작 먹거리 예산의 삭감은 분명 되짚어 봐야할 문제다.

헌법 제36조에는 분명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때 보건이란 건강을 지키고 유지하는 일이라고 명시돼 있다. 건강을 지키고 유지하는 일이 바로 먹거리 보장이고 이는 국가가 보호해야할 마땅한 일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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