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농업인들의 마음이 산란한 연말이다. 희망찬 한 해를 기대하는 마음보다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의 끝단을 잡고 걱정스러운 마음을 안은 채 새해를 맞이하게 생겼다.

쌀값 폭락(暴落), 원자재 가격 폭등(暴騰)... 한자어 '사나울 폭'이 붙은 이 단어들이 과장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 올 한해 농업인들의 삶은 그야말로 팍팍했다. 걱정스러운 것은 내년에도 농업계의 어려움이 쉬이 가실 것 같지 않다는 거다.

쌀 시장 안정화를 위한 제도 마련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화두에 오른 자동시장격리제와 타작물 재배지원 사업 등은 농업인 단체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나뉘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정책 방향이 어느 쪽을 향하든 논란이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원자재 가격은 내년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농업인들의 경영비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원달러 환율 상승 등도 악재로 작용해 작물보호제, 비료 등 제조사들은 생존을 위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외에도 정부가 추진 중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 발효되면 농산물의 경우 95% 이상의 관세철폐가 이뤄지면서 농업계에 미치는 후폭풍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농업인 개개인으로서도 경영난을 헤쳐나갈 출구는 더 좁아졌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 시대에 원활한 자금 융통은 더욱 간절해졌지만 내년도 농업예산에서 정책자금 이차보전 못지 않게 중요한 농림수산신용보증기금(농신보) 출연 예산은 쏙 빠졌다. 담보력이 약한 농업인들의 숨통이 돼 준 농신보는 농업 관련 단체들이 반드시 반영해야 할 중요 예산으로 꼽아왔다. 예산 10억 당 생산유발 효과는 약 23750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사례들에 비춰볼 때 농업은 다른 산업 분야보다 경제 악화의 여파가 더디게 전해지는 특징이 있다. 지금 농업계에 몰아치고 있는 어려움은 고작 시작에 불과한 것들일지도 모른다. 비록 농업계에 암담한 현실이 드리우고 있지만 새해에는 모두가 경각심을 갖고 함께 난관을 헤쳐나가는 기회의 한해로 만들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한민국 농업인 파이팅’.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