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훈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근해어업연구실장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국가의 부가 무엇인지를 연구한 국부론. 어업의 부가 무엇인지를 답하기에 앞서, 경제사에 이와 유사한 질문이 국가를 대상으로 제기된 바가 있다. 그 대표적인 저서가 바로 국부론(國富論, The Wealth of Nations)이다. 국부론의 원제는 ‘국부의 형성과 그 본질에 관한 연구(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다.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애덤 스미스는 1776년 출간된 국부론을 통해 ‘분업’, ‘시장경제’, ‘보이지 않는 손’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뤄 왔지만 무엇보다도 국가를 부강하게 하는 원천, 즉 국가의 부가 무엇인지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국부론에 담아 냈다. 국부론은 무엇이 국가의 부를 형성하는가에 대한 세계 최초의 설명으로, 오늘날 고전 경제학의 대표적인 저작으로 알려져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부론에서 말하는 국부의 원천은 노동이다. 국부론이 나오기 이전 18세기를 전후로 유럽에서는 국부의 원천이 토지 또는 화폐(금)라는 주장이 팽배해 왔다. 이같은 주장은 경제이념으로서 프랑스의 중농주의와 스페인(에스파냐)의 중상주의를 태동시켰고, 궁국적으로 식민지 개척의 명분을 제공해 주기도 했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을 통해 이러한 중농주의와 중상주의를 비판했으며 국부인 생산은 노동자가 제공하는 노동에 달려있다는 노동가치설을 주장했다. 애덤 스미스는 이러한 노동가치설을 통해 이때 당시 영국이 산업혁명을 통해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즉 경제부국으로 성장하게 된 원인을 설명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어업을 부강하게 하는 원천, 즉 어업의 부(富)를 이루는 원천은 무엇일까? 어업의 부를 생산이라 본다면 이러한 생산을 이루는 요소에는 수산자원, 어선·어구 등과 같은 자본, 그리고 어업인이 제공하는 노동을 들 수 있다. 바다에 수산자원이 아무리 풍부한들, 이를 채취·포획할 사람(노동)이 없다면 이러한 자원은 쓸모가 없다. 자본 역시 마찬가지다. 최첨단 어구와 어선이 개발돼 존재한들 이를 이용할 사람이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국부론이 말하는 것처럼 어업을 부강하게 하는 원천 역시 이러한 자본과 수산자원을 활용·이용할 수 있는 사람(어업인)의 노동에 달려 있다. 어업인이 제공하는 노동을 통해 자본과 수산자원은 활용되고, 수산물(식품)이라는 가치 있는 산출물이 생산이 된다. 따라서 어업의 부는 어업인이 제공하는 노동에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어업분야 정책연구는 수산자원, 어선·어구, 안전 등 다양한 키워드를 다뤄왔다. 그러나 노동을 키워드로 한 연구 노력은 그 중요성에서도 불구하고 다른 키워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흡했다. 열악한 어선원의 노동환경은 언론을 통해 자주 등장해왔고 매번 극한직업의 단골손님이 되고 있지만 이러한 노동환경을 진지하게 분석하고, 보다 더 나은 환경으로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부족했다. 
 

우리나라 수산업법은 제1조에서 ‘수산업에 관한 기본제도를 정하여 수산자원 및 수면을 종합적으로 이용하여 수산업의 생산성을 높임으로써 수산업의 발전과 어업의 민주화를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역으로 말하자면 수산업의 발전과 어업의 민주화를 도모하고자 하는 수단 중 하나가 수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으로 이는 어업을 부강하게 한다는 것과 의미가 같은 말이다. 
 

그렇다면 어업을 부강하게 하는 원천이 결국엔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고 이를 육성·증진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인 노동이란 요소를 다시 한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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