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농사 지을수록 남는 건 빚뿐
50대 미만·영농규모 2ha 빚투·영끌 농업인에 직격탄

시설원예·축산업 등 자본 투입 많은 업종의 경우
외부 자금의 차입이 클 수밖에 없어
고금리 국면에서 농가 부실 가속화

농업 규모 확대와 시설 투자 등에 
과감한 젊은 농업인의 경우
대출로 경영 확대 추구 경향 있어
금리 상승 등 위협에 더 취약

고금리로 생산비 증가·농산물 수요 감소해
수익성 낮아질 수 있으므로
고금리 부채에 의존하지 않는 지원방식 필요

스마트팜 육성정책과 시설현대화 등
농업시설 고정 투자 확대하는 
성장 지원 정책에도 속도조절 필요성 제기

 

고금리 여파는 농업계에도 크나큰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높은 금리는 기존 농업인의 경영 압박을 가중시키고 신규 농업인의 진입을 어렵게 해 농업 경제를 더욱 위축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에도 여러 어려움에 더해 고금리의 영향으로 농가 부채가 확대되고 농가들이 파산하는 등 농업 부문에 큰 충격으로 이어진 바 있다.

이에 현재와 같은 고금리 기조가 농업계에 미칠 영향 등을 짚어보고 이 같은 상황을 현명하게 헤쳐나가기 위해 어떤 대책들을 마련해 나가야 할지 함께 고민해 본다.

 

# 농가 부채, 경영 부실 뇌관’...근본대책 마련 시급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농가 부채는 36592000원이고, 이 중 13656000원이 농업용 부채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 조달 방식별로는 금융기관 차입이 31769000, 86.8%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최근 4년 간 농가 부채는 201833269000, 201935718000, 202037589000원으로 꾸준히 증가하다 2021년 주춤했다. 하지만 농가 부채는 여전히 농가 경영 부실의 뇌관으로 남아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

지난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신정훈 의원(더불어민주, 나주·화순)은 국정감사에서 농·축협 조합원 대상 강제집행 금액이 2021년 처음으로 1000억 원을 돌파해 농가 부채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2021년 농·축협 조합원에 대한 강제집행 금액은 1106억 원으로 2017615억 원에 비해 1.8배가 증가했다.

신 의원은 코로나19를 겪으며 빚을 갚지 못해 강제집행을 당하는 농업인들이 늘고 있다농가에 대한 고금리 부담 완화 등 정부 차원의 근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며 농업인들은 지난해부터 연이어 대규모 집회와 농민대회를 열고 농가 부채 누적으로 농사 짓기 어려워졌다며 정부에 지속적으로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8개 농업인단체가 소속된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등은 릴레이 상경 투쟁을 전개하며 투쟁의 강도를 높여 나가기도 했다.

 

# 기준금리 인상, 50대 미만·영농 규모 2ha 미만 농업인에 직격탄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202180.5%에서 지속적으로 0.25% 이상 인상, 지난해 8월에는 2.5%까지 1년 만에 2%를 인상했다. 이후에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거두지 않으면서 지난해 1124일 기준 3.25%까지 뛰었다.

기준금리의 인상은 특히나 부채를 많이 떠안고 있는 젊은 농업인들에게 직격탄이 되고 있다.

시설원예나 축산업 등 비교적 자본 투입이 많은 업종들의 경우 외부 자금의 차입이 클 수밖에 없어 고금리 국면에서 농가 부실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효율을 중시하며 농업 규모 확대와 시설 투자 등에 과감한 젊은 농업인들의 경우 부채에 의존한 경영 확대 추구 경향이 있어 금리 상승 등의 위협에 더 취약하다.

실제로 농가 부채를 연령별, 농업 규모별로 구분, 분석했을 때 50세 미만의 젊은 농가, 조정영농 규모가 2.0ha 미만인 농가에서 부채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들의 평균 부채 규모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인 약 13000만 원으로 나타나 금리 상승의 위협을 더 직접적으로 받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70세 미만, 조정영농 규모 1.5ha 미만의 비교적 농업 의존도가 높은 농가의 경우도 2018년부터 부채 규모가 증가하고 농가 부채 비율도 크게 상승하고 있어 경영 악화에 대한 우려가 큰 집단으로 구분됐다.

 

# 공급·수요 기반 약화 악순환우려

정책금융 중 변동금리로 융자한 농가, 자부담을 시중의 고금리 대출 상품으로 충당한 농가도 문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차보전 정책자금을 통해 금융기관이 농림사업정책자금을 운용함에 있어 발생하는 이자손실을 보전’(농림사업정책자금 이차보전규정 제1)하고 있는데 이차보전 정책자금 중 변동금리형의 비중은 2021년 말 기준 37.6%66000억 원에 달한다. 적지 않은 규모다. 변동금리 정책자금은 기준금리에 연동해 금리가 변동하기 때문에 시중의 금리가 상승하면 농가 이자 부담도 함께 증가한다.

농업 정책자금의 자부담 부분을 고금리 대출로 충당한 경우에도 이자를 감당하기 버거워 내년 농사까지 고민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서인호 청년농업인연합회장은 금리가 낮을 때 변동금리로 각종 정책자금을 융통했거나 사금융에서 가계대출을 받았다가 최근 금리가 크게 올라 어려움을 호소하는 농업인들을 주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농업인들로서는 금리 인하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 장기전으로 가면 농업 기반이 무너지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는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이미 미국에서는 금리 인상에 따른 여파로 농작물 생산 감소와 식량 부족 문제까지 언급되고 있다.

미국 농무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 농업 부문의 차입 비용은 지난해 2645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32%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금리가 2배 이상 뛰어오른 데 따른 것인데, 이는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도 1990년 이후 최고치다.

미국도 우리와 비슷하게 파종 전 대출 등으로 종자, 비료 등을 구매하고 농작물 수확 대금으로 대출금을 상환하는 농가가 많다. 그런데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차입 비용 부담이 높아져 농작물 생산을 위한 준비에도 차질이 생기고 결국 전체 생산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는 농산물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공급뿐만 아니라 수요 기반의 약화에 따른 영향도 짚어봐야 한다.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소비자의 소득 감소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실질 소득 감소, 구매력 저하 등이 농산물 수요 기반을 약화시킨다. 이로 인해 농산물 생산액 감소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수 있다.

농경연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3%를 기준으로 했을 때 GDP 성장률이 2.3%로 하락하면 농업총생산액은 0.55%, 2%로 하락하면 0.78% 감소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소득에 대한 수요 탄력성이 높은 축산물의 경우 각각 1%, 1.44% 감소하는 등 GDP 성장률 하락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전망됐다.

농업부가가치도 GDP 성장률이 2.3%일 때에는 0.81%, GDP 성장률이 2%일 때에는 1.16% , 축산업은 각각 2.72%, 3.91% 감소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 시차 두고 여파 나타나는 농업 부문, ‘선제적 대응해야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경험은 지금과 같은 위기에 농업계가 보다 발빠르게 움직여야 할 이유를 보여준다.

외환위기 당시는 국내 농업이 전업농을 중심으로 한 원예시설 현대화 사업 등으로 농업 고정투자가 확대되던 때다. 소득 정체 상황에서 부채가 증가했는데, 기준금리가 19994.75%에서 20005.25%까지 상승하면서 농가들은 금리 부담도 더욱 커졌다. 이에 따라 부채 비율이 40% 이상인 농가는 전체의 14.6%에 이르렀다.

이후 농가 파산이 잇따르자 2001년 정부는 농가부채특별법에 의해 총 175000억 원을 투입해 대출 상환기간 연장과 이자율 인하 조치 등을 실시했다. 상호금융대출금 대체 지원 등 추가 조치도 실시했다.

외환위기의 여파로 1998년 경제 전반이 큰 충격을 받았지만 농업 부문은 이보다 2년이나 늦은 2000년 되어서야 위기에 직면했다. 환율이 정상 수준으로 복귀한 후 농업 부문은 시차를 두고 상황이 악화된 것이다.

이 같은 과거의 경험에 따라 농업 부문은 금리 인상 등에 따른 여파가 비교적 느리게 도달하는 만큼 단기적 시야로 현상을 바라보지 말고 한 발 앞서 예측하고 대응해 나가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이와 관련해 황의식 농촌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은 농업 부분의 경우 위기 요인 발생에 따른 영향이 다소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당장 올해 농업정책 방향설정이 중요하다고 경고했다.

이어 황 연구위원은 지금 현재 농업계가 상당히 위험한 상황을 지나고 있는데 올해는 지금보다 더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예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정부, 농가가 각각 다양한 측면에서 부채 상황 등을 면밀히 살펴보고 대응해 나가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 성장 중심 고금리 부채 의존 지원 지양해야

최근 전업농을 중심으로 부채 규모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정부도 정책 추진에 있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부채가 많은 농가의 경우 기술 수준이 높아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도 한 번의 영농 실패가 바로 경영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위험 상황에서는 농가의 부채를 유발하는 방식의 지원 정책은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 연구위원은 고금리 상황에서 생산비가 증가하고 농산물 수요가 감소해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으므로 고금리 부채에 의존하지 않는 지원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의 청년농 육성 계획 등과 관련해서도 물론 농업의 미래 성장을 위해 청년농 육성도 중요하고 필요한 정책 과제이지만 금리 상승이라는 변화된 경제 여건을 고려해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조심스럽게 제언했다.

같은 맥락에서 스마트팜 육성정책과 시설 현대화 등 농업시설 고정 투자를 확대하는 성장 지원 정책에도 속도조절을 주문했다.

변동금리 정책자금과 관련해선 고정금리로 대환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하고, 절차상 어렵다면 이차보전 금리차를 시장이자율 상승만큼 확대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또한 농산물 수요 기반의 약화에 대한 대응으로는 수출촉진 정책 등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편 농식품부도 농업 정책자금에 대한 농가 부담을 덜고 안정적인 영농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11일부터 연도 말까지 한시적으로 농축산경영자금, 농업종합자금 등 단기정책 자금의 고정 대출금리를 한시적으로 1%포인트 인하한 바 있다.

아울러 농업종합자금과 후계농육성자금, 귀농창업 자금 등 총 2076억 원의 원금 상환 기일 도래 건에 대해 원금 상환 예정일로부터 1년 간 상환을 유예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한 농가 부담 경감 대책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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