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남종·홍정민·안희경·이문예·박세준 기자]

농기계 
수출국 다변화·수출기종 다양화 필수
연구개발 통해 종합 솔루션 역할로 거듭나야

작물보호제 
과수화상병 보조사업 확대
관련 제품 판매 증가 기대

스마트농업
GCC 국가들 적극적 식량안보정책 펼쳐
스마트팜 프로젝트 발표...수출시장 전망 밝아
 

지난해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코로나19 장기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러 악재에 더해 원자재가격 급등, 글로벌 물류대란 심화, 환율 불안 등으로 농산업계가 어려움을 겪었다.

이 같은 상황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농산업계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올해 농산업계를 부문별로 전망했다.

■ 농기계

올해는 코로나19에 대한 변수는 크지 않을 것이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원자재, 곡물가격 급등과 환율 상승은 여전히 산업에 큰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국내도 중요하지만 해외 농기계시장에서 변수가 될 것이며 특히 농기계 주요 수출국인 미국 수출 축소가 예정됨에 따라 주요 수출기종인 트랙터의 수출은 지난해에 비해 어두운 전망이 우세해 수출국 다변화와 수출기종의 다양화가 필수적으로 선행돼야 할 과제로 보인다.

이러한 측면에서 정부와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은 기존의 해외 유명박람회 등 우리나라 농업기계를 홍보할 수 있는 자리를 꾸준하게 만들어 나갈 계획을 밝히고 있다.

정부는 농기계산업에 대한 정책지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많은 지원과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열악한 농기계산업 환경을 극복하고 우리나라 식량안보, 농기계산업 안보를 위해 농업과 농기계산업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는 정책개발과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특히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전기농기계 등 스마트 농업기계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개발(R&D) 지원 확대가 필요함은 물론 정부보조 등 지원책도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자동차도 노후 경유차를 폐차하거나 전기자동차를 구매할 경우 보조금을 지원하듯이 농기계도 ‘노후농기계 폐차 지원사업’을 계속 추진해야 하며, 전기농기계에 대해 보조지원 정책을 추진해 농기계 구매력을 높여 수요를 창출함으로써 농기계 생산업체가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해 품질 고도화를 할 수 있도록 선순환 할 수 있는 정책 추진이 절실하다.

이제는 농기계를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AI, 자율주행, 스마트농업 등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통해 농기계 생산업체가 농업인에게 지역별· 작물별 경운정지에서 수확 후 처리까지 전 재배과정에서 최적의 조건을 제시해 농업인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종합 솔루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국내 농기계산업이 국내시장을 넘어 세계시장에서도 도태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때다.

■ 작물보호제(농약)

올해 작물보호제 업계는 판매 목표치 달성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도 원자재 가격 인상 여파로 판매량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다수였지만 코로나19 장기화와 국가 경제 한파 등에도 식량 생산을 위한 활동은 위축되지 않았던 사례가 있어서다. 추가 이슈가 발생하지 않는 한 원자재 수급도 지난해보다는 수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 등락에 따른 제조사들의 비용 부담은 여전할 것이며 특히 규모가 작은 업체들의 경우 부담을 더 크게 느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원제 매입량에 따라 가격 할인율이 달라지는 게 통상적이기 때문이다.

제조·유통업체들은 농협 계통농약 시담 결과에 집중하고 있다. 애초 주요 작물보호제 업체들은 지난해 7~8월 원제 구매 당시 환율 상승 등 원자재 가격 인상 요인의 발생 등을 이유로 들며 18~20% 이상 인상된 제품가를 농협 측에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농협 측은 10일 현재 10% 내외 인상가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시담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과수화상병 보조사업의 확대 등으로 인해 관련 제품들의 판매도 늘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에는 농가 인식 변화로 방제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졌고 기상 여건도 맞물려 과수화상병 확산세가 비교적 강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번만 발생해도 최악의 경우 과수원 폐원까지 해야 하는 등 피해가 커 지자체와 농가의 방제 수요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 비료

비료 업계는 올해도 불안정한 원자재 수급, 가격 이슈에서 자유롭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대란’이라는 수식이 붙을 정도로 산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쳤던 요소는 최근 들어 가격이 소폭 인하되고 있는 추세다. 국제 이슈에 따라 요동치는 원자재 가격의 특성상 사실 전망 자체가 어렵고 의미가 없다는 게 중론이지만 그래도 지난해보다는 안정화되지 않겠느냐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만 최근 비료 제조사들은 염화칼륨 가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 등지에서 수입하는 염화칼륨은 발주부터 인도까지 3개월가량이 소요되는데, 가격 변동폭이 워낙 크고 환율 변동도 고려해야 해 구매 시점을 언제로 잡느냐에 따라 인도받는 시점의 최종 구매가격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7~8월 고점 대비 현재는 가격이 많이 떨어진 상황이다. 하지만 중국의 수출 통제, 환율 등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있어 구매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구매 담당자들의 어려움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염화칼륨 가격의 1년 변동폭이 10% 남짓이었다면 지금은 70~80%에 달하고 환율 등 부수적 요소들까지 고려하면 가격변동폭은 거의 100%에 달한다고 봐야 한다”며 “올해도 회사 손익을 걸고 일종의 모험을 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무기질 비료의 농협 납품가격 인하는 불가피해 보이며, 설을 전후해 최종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완효성 비료의 판매 증가는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에는 메이저급 회사들을 중심으로 완효성 비료들의 판매 증가세가 이어졌다. 신제품도 다수 출시되면서 이제는 완효성 비료 제품의 종류도 다양해져 농가들의 선택권도 넓어졌다. 이는 일반비료 가격 상승에 따라 완효성 비료의 가격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좋아졌고, 비료 유실률을 낮춰 자재비를 절감하고자 하는 농가들이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유기질비료업계의 경우 유기질비료의 탄소 저감 효과를 시험과 검증과정 등을 통해 증명하고 지원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여러 나라에서 유기질비료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인정하고 일종의 보상 체계를 갖추고 있는 만큼 우리도 관련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 종자

종자 업계는 올해가 힘겨운 한 해가 될 것이란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종자업체들의 경우 지난해 비용 부담 요인이 많았음에도 가격 상승에 민감한 농업계 분위기상 비용 상승분을 가격에 모두 반영하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에도 원달러 환율, 고금리 등 어려움이 상존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업체들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세를 보이고 있어 검역, 물류 등에 또 다시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업계는 올해 수출 물류비 지원사업 종료에 따른 업계 타격을 줄이기 위한 방안 마련에도 골몰해야 하는 상황이다. 2015년 세계무역기구(WTO) 제10차 각료회의 결과에 따라 내년부터 정부와 지자체의 수출 물류비 지원이 모두 폐지되는데, 그렇게 되면 세계 종자 시장에서 국내산 종자의 가격 경쟁력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종자협회는 물류비 지원사업을 대체할 포장 자재비 지원 사업 등을 정부에 건의한다는 계획이다.

종자 업계는 올해 골든시드프로젝트(GSP) 후속 사업 성격의 ‘디지털육종기반 종자산업 혁신기술개발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통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미 2020년 한차례 예비타당성조사 통과 실패 경험이 있지만 올해는 반드시 통과시켜 디지털 육종 기반을 다져야 한다는 업계 요구가 커지고 있다. 아울러 GSP 종료 이후 종자 산업에서 가용할 수 있는 과제비 등 예산이 크게 줄어 연구개발(R&D) 등에도 타격이 크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도 디지털육종기반 사업에 큰 기대를 하고 있는 이유다.

■ 스마트농업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고환율의 여파는 올해도 스마트팜 산업계에 영향을 미칠 예정이다.

한 스마트팜 기자재 업체 대표는 “경우에 따라선 환율이 반영되는데 몇 개월의 시차가 있어 아직 환율하락을 체감하긴 이르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환율은 곧 해외투자금액의 규모와도 직결돼 업체들의 해외진출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농업용 전기요금 상승 등 에너지 비용 상승 가능성도 업계가 주목하는 이슈 중 하나다. 이미 지난해 한국전력공사가 두 차례에 걸쳐 전력량 요금을 인상하면서 농사용(갑) 전기요금 74%, 농사용(을)은 36%나 상승했지만 올해도 추가 인상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인프라 측면에선 올해 전남 나주에 50ha 규모의 첨단농기계단지가 완공돼 벼, 양파, 마늘, 콩 등의 무인 자동화 농업생산모델 구축과 자율주행농기계, 농업용 드론·로봇 등의 상용화 지원의 거점이 될 예정이다.

개방형 스마트농업 데이터·인공지능(AI) 플랫폼도 올해까지 구축돼 표준화된 농업데이터 수집·관리, AI를 이용한 데이터 분석·문제해결 서비스 개발과 확산 등을 지원한다.

세계 스마트농업 수출시장 전망은 밝은 편이다.

지난해 세계 스마트농업 시장규모는 161억 달러로 추산되며 올해는 10.6% 성장한 178억 달러로 예측된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식량자급률 제고의 필요성을 느낀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등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식량안보정책을 펼치면서 스마트팜 관련 프로젝트들도 발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홍창석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아시아중아팀장은 “단순히 스마트팜 자체를 수출하는 것이 아닌 공동 기술 개발과 기술의 현지화를 이뤄낼 수 있는 연구기관, 운송, 물류서비스 등을 포함한 종합솔루션 제공을 목표로 한다면 중동 지역은 한국형 스마트팜 진출의 기회의 땅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일례로 쿠웨이트는 국가발전전략 ‘비전2035’를 수립, 석유 이후 시대를 대비하고 농업현대화를 추진하기 위해 데이터 기반의 한국 농업혁신 기술 도입을 검토 중이다. 또 KOTRA는 쿠웨이트의 스마트시티 사업 ‘압둘라’ 신도시 건설사업을 한국형 스마트시티 수출 1호 사업으로서 한국형 스마트팜 기술 적용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 사료

지난해 가장 드라마틱한 가격변동을 보였던 배합사료가격은 올해 다소 안정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2020년 하반기부터 상승세를 지속한 배합사료가격은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달러환율 강세 등으로 국제곡물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지난해 여러차례의 가격인상이 단행됐다.

올해는 지난해 4분기 입항 예정인 곡물가격이 전 분기보다 하락하면서 다소간의 가격하락이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국제 옥수수 가격 도입가를 살펴보면 지난해 6월 톤당 416달러였던 옥수수는 지난해 11월 320달러로 23% 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두박도 상황은 마찬가지로 지난해 6월 도입가 톤당 609달러에서 지난해 11월 도입가 543달러로 10% 가량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이같은 곡물 가격하락에도 환율 강세와 글로벌 경제위기로 올해 곡물 가격의 하락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긴축속도 조절 기대 확대 등으로 환율이 상승세를 타다가 소폭 하락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지난해 초와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며 해상운임도 고점 대비 하락했다고는 하지만 코로나19 이전보다는 높은 상황이라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이같은 불안정한 국내외 정세로 올해 배합사료 가격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하락해 안정세를 찾을 것이란 기대가 번지고 있다.

지난해 배합사료 평균가격은 kg당 703원으로 2020년과 비교하면 46.7% 상승했다. 이미 2021년 3~4차례 가격인상을 단행한 배합사료 업체들은 지난해에도 배합사료 가격을 인상하며 축산물 생산비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지난해 배합사료 업체들의 영업이익율은 1%대로 사상 최악의 경영상황을 보이며 경영위기를 호소했다.

배합사료와 함께 축산물 생산비를 견인한 조사료 가격은 사실상 배합사료 가격보다 더 인상율이 높은 상황이다. 2020년 대비 50% 이상 상승했다는 조사들이 쏟아지고 있어 올해 조사료 가격 추이에도 눈과 귀가 모이고 있다.

배합사료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배합사료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곡물가격 상승과 인건비, 운임 상승 등을 감안하면 배합사료 업체들의 어려움은 날로 커지고 있다”며 “올해 배합사료 가격 인하 요인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환율과 국제 정세 등 변수가 많아 판단이 어렵다”고 말했다.

■ 동물약품

국내 동물약품 매출의 약 80%는 축산부문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올해 축산업 전망이 녹록지 않아 동물약품 판매가격이 다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사용량은 상대적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국내 동물용의약품 시장규모는 2~3%대의 성장률이 지속되고 2027년까지 연평균 3.8%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한국동물약품협회에 따르면 동물약품 산업의 국내 시장은 사육 마릿수 증가에 따라 내수시장이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이지만 수입산이 약 44% 점유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총 시장규모는 2021년 기준으로 내수시장 9229억 원, 수출 4252억 원 등 총 1조3481억 원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동물약품 시장은 외형적 성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환율의 영향에 따라 상당수 동물약품 회사들이 제품 가격을 인상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경영상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최근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반려동물 의약품 분야 진입 시도와 지방자치단체의 시제품 생산시설 인프라구축 시도는 업계 전반의 위기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아프리카돼지열병, 구제역 등 백신 국산화를 위한 연구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생물안전3등급(BL3) 연구시설(LAB) 부족 등이 연구 활성화에 제약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국내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선 정부와 업계의 보다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한편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 동물용의약품이 포함되면서 농업의 미래성장산업화 과제로 선정된 것은 향후 동물약품분야의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