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케이션·농촌유학·한달살기…‘익숙한 듯’ ‘새로운’ 농촌 매력에 빠져

강원 횡성군 산채마을에서 진행한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시민들이 옥수수를 포장하고 있다.
강원 횡성군 산채마을에서 진행한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시민들이 옥수수를 포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연간 사망자가 출생아 수보다 많아 인구가 자연감소하기 시작했다. 특히 농어촌 지역은 고령화가 심각한 터라 지방소멸의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인구의 감소 속에 농어촌 지역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지원사업을 통해 이른바 ‘생활인구’를 늘리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즉 도시민이 농어촌 지역을 더 많이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도시민이 농어촌을 더 많이 찾도록 하기 위해서는 생활인구 개념부터 살펴봐야 한다. 농어촌 지역의 인구감소는 지역의 활력을 저하시키고 농어촌을 장기침체에 빠지도록 하기에 문제가 심각하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고자 법률상 새로 도입된 개념이 바로 생활인구다.

우리나라는 주민등록상 인구를 기준으로 인구의 양적확대에 초점을 맞춰왔다. 하지만 인구가 감소하는 가운데 수도권으로의 인구집중 현상이 이어지면서 지방소멸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인구관리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으며 그 결과 지난 1일 시행된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에는 ‘생활인구’라는 개념이 도입됐다. 인구감소지역 지원법상 생활인구는 주민등록법에 따라 주민으로 등록한 사람과 통근, 통학, 관광, 휴양, 업무, 정기적 교류 등의 목적으로 특정지역을 방문하는 사람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요건에 해당하는 사람, 외국인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법률상 생활인구가 규정된 것은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이 처음이지만 그간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지역의 생활인구를 늘리기 위한 노력이 이어져왔다.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이나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인 워케이션, 농어촌 유학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 도시민들, ‘농촌살기’로 농촌 매력에 ‘풍덩’

농촌에 대한 도시민들의 관심도는 높지만 실제로 삶의 터전으로 뿌리 내리기엔 부담스럽거나 낯선 환경이 두려워 망설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농촌 환경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막연한 기대로 귀농·귀촌했다가 실패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2021년부터 도시민들이 농촌에 장기간 거주하며 생활해 볼 수 있도록 하는 ‘농촌에서 살아보기’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참여 시·군은 첫 해인 2021년 전국 80곳에서 지난해 95개, 119개 마을로 늘어났다. 특히 예비 귀농·귀촌인들의 호응이 좋아 올해에는 102개 시·군으로 보다 확대할 계획이다.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복수응답) 결과 참가자들의 절반 이상인 52%는 귀농·귀촌의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것에 크게 만족했다. 24%는 해당 시·군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을, 19%는 지역 내 인적 네트워크 형성을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운영마을도 지역 활력 회복(33%), 지역으로의 인구 유입(33%), 마을 수익 창출(17%) 등의 성과가 있었다고 평했다.

강원 횡성군 산채마을은 지난해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에서 가장 우수한 결과를 도출한 마을 사례로 꼽힌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6가구 10명 중 무려 3가구 6명이 횡성군으로 전입해 농업경영체 등록을 하는 성과를 거뒀다.

산채마을은 지난해 4월부터 7개월 간 농업(Agriculture), 사업(Business), 교류(Connect)의 영문 단어 첫 자를 따 ‘ABC 귀농귀촌 교육’이라는 부제를 달고 참가자 맞춤형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주도적으로 영농계획을 세워 165㎡(약 50평)의 개별 텃밭과 1만㎡(약 3025평)의 공동 경작지를 운영하며 수확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을 체험했고, 총 29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또한 1:1 멘토를 지정하고 마을축제 운영 지원이나 농가 인력 지원 등 다양한 일자리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했다.

프로젝트 팀으로 참여해 우수한 성과를 낸 사례도 있다. 충북 제천시 덕산누리마을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년 4명은 ‘뚝딱이팀’이라는 이름으로 목공방을 기획·운영하며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목공품 제작·납품으로 700만 원의 매출 성과를 올렸다. 이 중 2명은 마을에서 목공방 운영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이 같은 장기 체류·체험형 프로그램은 농촌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고 도시민들의 농촌 정착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 일과 휴가를 동시에...워케이션 확대로 농촌 활기↑

코로나19는 사회 전반에 걸쳐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 업무 형태에서도 변화의 계기가 됐다. 불가피하게 재택·원격 근무를 시행하며 일부 기업에선 사무실을 중심으로 출·퇴근하지 않아도 업무 효율에 큰 영향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코로나19가 농촌 지역의 새로운 역할 모색 측면에서 기회로 작용한 셈이다.

‘워케이션’이라는 개념은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국내에서도 더디지만 조금씩 확대되고 있다.

국내 최대 포털 기업 ‘네이버’는 지난해 7월 워케이션 제도를 도입하고 매주 추첨을 통해 직원 10명을 강원 춘천시에서 최장 4박5일 근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글로벌 여가 플랫폼 ‘야놀자’도 워케이션 제도를 도입해 강원 평창과 동해, 전남 여수 등에서 여행을 즐기며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밖에도 근무지의 영향을 적게 받는 정보통신(IT) 분야를 중심으로 워케이션은 ‘현상’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 하나의 업무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제주관광공사는 지난해 서울산업진흥원과 ‘서울 중소기업 근로자 제주지역 워케이션 및 제주 마을 관광 활성화를 위한 전략적 업무 제휴 협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약 3개월 간 순차적으로 진행됐는데, 제주 워케이션 프로그램 참가자 모집 첫날에만 100명 가까운 신청자가 몰렸다. 1인당 10만 원의 비용을 지불하면 3박 4일 간 머무를 수 있는 호텔급 체류 공간과 사무공간, 항공권 5만 원 할인권, 8만 원 상당의 제주지역 체험이용권, 여행자 보험 비용 등을 제공해 참가자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장기적으로 워케이션 활성화를 위해 민간기업 등과의 공동 투자를 통해 워케이션 빌리지를 조성하고 빈집과 유휴시설 등을 활용해 체류형 워케이션 시설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제주에 대한 관심도를 높여 잠재적 투자기업의 제주 이전까지 유도한다는 복안이다.

강원도도 지난해 10월 전국 최초로 지자체와 기업 간 워케이션 상담회인 ‘워케이션 데이’를 열어 워케이션 시장 선점을 위해 보폭을 넓혀 나가고 있다. 제주와 마찬가지로 서울산업진흥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강원 워케이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서울 소재 중소기업 근로자의 참가 비용 일부를 기업에 지원하고 있다.

‘CJ제일제당’ 디지털사업본부와 협업해 평창·양양군에서 요트체험, 월정사 치유명상 등 지역 관광자원과 연계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인터파크’와는 국내 최초로 워케이션 특화상품 개발을 추진해 출시 두 달만에 8238박 판매를 기록했다. 이를 통해 강원도는 주중 숙박은 전년 대비 25%, 주중 3박 이상 숙박은 13% 증가하는 등 워케이션의 효과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오랜 시간을 거쳐 정착된 출·퇴근 기반의 업무 형태와 경직된 조직 문화 등은 특히 국내에서 워케이션 확대의 적지 않은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들의 적극적 사업 확장 노력과 함께 일종의 ‘워케이션 실험’을 하고 있는 기업들이 늘어남에 따라 농촌 경제 활성화에도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도시 아이도 농촌 주민도 행복한 농촌유학

농촌 유학은 도시 아이들이 농촌에서 자연과 마을, 학교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끼도록 해 생태적 감수성을 키우는 동시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특히 서울시교육청은 전남도교육청과 2019년 업무협약을 체결, 지난해 1학기부터 서울의 아이들을 전남 지역의 학교로 유학을 보내고 있으며 지난해 8월에는 전북교육청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농촌 유학은 부모가 아이와 함께 농가를 빌려 생활하는 가족체류형과 아이들만 유학해 농촌 부모집에서 생활하는 홈스테이형, 아이들만 유학센터에서 생활하는 센터형으로 나뉜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2학기 211가구가 가족체류형으로 농촌 유학을 떠났고 11명의 아이가 지역센터로, 14명의 아이는 홈스테이형으로 유학을 떠났다. 특히 2학기에 농촌 유학에 참여한 아이의 67%는 유학 연장을 신청한 아이들일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

농촌 유학이 농촌지역에 가져오는 긍정적인 효과는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데다 농촌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농촌 지역은 학령인구가 급감하며 학교도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농촌 유학은 농촌지역의 안정적인 교육기반 유지에도 기여하고 있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