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친환경 농업, ESG가 농업에 기회요인 될 수 있어

[농수축산신문=김동호·박세준 기자]

전 세계적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확산되면서 우리나라 역시 2025년부터 ESG공시 의무화가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특히 자본시장의 영향을 받는 기업을 중심으로 ESG 경영이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 농어업·농어촌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 ESG경영, ()일까 약()일까

기업의 ESG경영 확산은 우리 농어업·농어촌에 독이 될 것인가? 아니면 약이 될 것인가? 농어업분야의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에 ESG경영이 확산되는 것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ESG경영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조직과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경영방침에 환경보호와 사회적 책임의 이행 그리고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하는 것이다. 단순히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것이라면 사회적 약자라고 할 수 있는 농어업·농어촌이 수혜집단이 될 수 있지만 환경문제나 근로자 인권문제 등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감당할 수 없는 피해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경ESG가 국내 주요기업 ESG담당자와 전문가를 대상으로 올해 ESG전망에 대해 질문한 결과 응답자의 64.6%가 올해 ESG경영이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답했으며 ESG 경영 확산 이유를 묻는 복수응답 질문에는 응답자의 71.1%가 공시의무화와 탄소국경세 등 글로벌 규제강화를 꼽았다. 아울러 올해 국내 기업의 ESG 과제·이슈를 묻는 복수응답 질문에서는 62.5%ESG 공시 대비, 41.7%는 공급망 ESG, 27.1%는 탄소중립 전략수립, 16.7%는 재생에너지 확보, 16.7%는 근로자 안전과 인권, 10.4%는 순환경제 구축 등을 꼽았다.

이같은 조사결과는 기업들이 추진하는 ESG경영은 사회적 책임에서는 근로자 안전·인권과 조직내 다양성을 중시하고 다른 분야는 주로 환경문제에 치중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환경문제와 근로자의 안전·인권에 취약한 농어업·농어촌은 ESG경영 확대가 독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는 것이다.

 

# 공급망실사가 뇌관

단기적으로는 농식품 수출업체가 공급망 실사를 통해 국내 농어업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럽연합(EU), 독일, 프랑스 등 주요 국가들은 공급망 실사 관련 법안을 마련, 자국의 기업들을 규제하고 있거나 규제를 추진한다. EU 집행위원회는 핵심가치인 지속가능성을 구현하고자 기업이 공급망을 통해 인권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실사하도록 의무화하는 공급망실사지침 초안을 지난해 2월 발표했다. 공급망실사지침은 고용인원과 매출관련 기준을 충족하는 역내외 기업의 전 공급망에 걸쳐 인권, 환경 관련 부정적 영향을 식별하도록 법제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프랑스는 2017년 시행된 기업실사의무법으로 직원 5000명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전 산업분야의 인권과 환경분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에 대해 실사를 의무화했으며 독일은 올해 시행되는 기업공급망실사법으로 규율하며 우선 올해는 직원 3000명 이상의 기업, 내년부터는 직원 1000명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실사를 의무화한다.

이같은 공급망 실사는 EU 등 공급망 실사 관련 법령을 갖춘 나라에 수출을 하려는 국내 기업 역시 영향을 주게 돼 결국 생산자인 농어업분야도 함께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은경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실장은 국내 기업이 국내 협력사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아직 법제화 된 것은 아니지만 비즈니스 차원에서나 투자자들의 요구라는 측면에서 공급망 실사 요구가 더욱 강해지고 있다당장 거래관계 중단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적인 관계로 지원을 하는데서 시작하되 문제가 지속되면 거래 중단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도훈 부경대 교수는 기업의 ESG경영이 확산되는데 농어업계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국내시장은 서서히 수입 농수산물에 잠식당하게 될 것이라며 특히 수산물은 해양관리협의회(MSC)와 양식관리협의회(ASC) 인증에 대한 요구가 강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친환경 농업으로 ESG를 기회로 활용해야

전문가들은 ESG 확대가 농업에 생산비 증가 등 위기요인을 가져다 줄 수 있지만 ESG의 친환경 지표를 잘 활용하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임정빈 서울대 교수는 “ESG가 농업에 가져다줄 위험요인은 농축산 분야도 탄소 감축에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탄소감축을 위해 화석연료, 화학비료 등 투입재 소비량을 줄이면 생산성과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임 교수는 농업은 원래 그 자체로 탄소를 격리·저장·흡수하는 산업이기도 하다이 부분이 충분히 강조되며 친환경 농업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ESG가 농업에 기회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친환경, 인권보호 등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에 부합하는 상품이라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수 있다는 가치소비 경향은 우리 농축산물의 낮은 가격경쟁력을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생산비 증가 등의 위기요인을 극복하기 위해선 공익직불제 활용이 제안된다.

임 교수는 미국은 직불제에서 탄소중립 등에 관한 약 270개의 코드를 제시해 농업인들이 참여한 코드에 따라 직불금을 지급한다우리도 직불제에 공익형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친환경 농업을 위한 농가 인센티브를 줘야 할 것이라 제언했다.

 

# 공신력 있는 평가기준으로 농업의 ESG활동 인정받을 수 있어야

다만 농업에서 ESG 활동이 제대로 평가되기 위해선 공신력 있는 평가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문성후 한국ESG학회 부회장은 “ESG 열풍이 불긴 하지만 주관적·임의적 해석이 가능해 무엇이 ESG에 부합하는 활동인지 무 자르듯 말하기 힘들다가령 친환경농업이라도 무엇이 친환경인지 문제제기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공신력 있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신력 있는 가이드라인으로 정부가 운영하는 농축산물에 대한 각종 인증제를 활용하자는 의견도 있다.

임 교수는 이미 한국농업기술진흥원에서 관리하는 저탄소 인증제 등이 존재한다기존의 인증제를 확대도입하고 소비자 홍보를 강화해 소비자들의 가치소비를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 전했다.

 


 

[농업분야 ESG경영실천 사례]

 

ESG 경영이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제도화되는 것으로 예고된 상황인만큼 생산부터 유통까지 모든 농업 분야에서도 ESG 경영을 실천하는 농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모범적인 ESG 농기업을 소개한다.

 

# ()경농

전남 나주에 위치한 경농의 미래농업센터
전남 나주에 위치한 경농의 미래농업센터

 

경농은 ESG의 핵심목표로 친환경 지속가능제품 확대 새로운 융복합 농업솔루션 개발 농업·농촌·농업인과의 상생발전을 내세우고 있다.

환경 가치 실현을 위해 경농은 온실가스배출량 등 8개 항목으로 구성된 녹색경영지표 발행, 온실가스 감축사업 등을 실천하며 ISO14001(환경경영시스템), ISO45001(안전보건경영시스템), ISO9001(품질경영시스템) 등 국제표준 인증도 취득했다.

사회적 공헌을 위해선 동오농촌재단, 조비·경농장학재단, 경농미래농업센터 등을 운영하며 농촌·농업인과 동반번영을 추구해왔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촌사랑범운동본부는 경농의 사회공헌활동을 높이 평가해 농촌사회 공헌기업으로 2회 선정하기도 했다.

지배구조 관련해선 윤리경영 정착, 다양한 채널을 통한 고객과 소통 확대, 동종업계 최고수준의 복리후생 제공 등을 실천하고 있다.

 

# 농업회사법인 우듬지팜()

우듬지팜은 부여군과 상생발전을 위해 꾸준히 지역나눔활동을 전개했다. 사진은 2020년 부여군 이웃돕기성금 1000만 원 기탁 기념식.
우듬지팜은 부여군과 상생발전을 위해 꾸준히 지역나눔활동을 전개했다. 사진은 2020년 부여군 이웃돕기성금 1000만 원 기탁 기념식.

 

스마트팜 시설원예 기업 우듬지팜은 지난해 경영목표 중 하나로 ESG를 선언하고 실천해왔다

우듬지팜은 공기열히트펌프를 활용한 에너지효율 극대화·화석연료사용억제 등으로 환경 가치를 실현하고 있으며 사회적 가치를 위해선 지역 토마토 농가에게 최첨단 반밀폐 유리온실 기술이전·자금지원 지역사회 기부활동·나눔활동 등을 전개했다.

투명한 지배구조를 위해선 삼덕회계법인을 통한 지정감사, 사외이사 2인 선임, 전자문서 시스템 도입·운영 등을 시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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