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환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산학협력교수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김용환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산학협력교수
김용환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산학협력교수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23’이 지난 5일부터 8(현지시간)까지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가스에서 열렸다. 173개 국가에서 약 3000개의 회사가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인 이번 전시회는 41개 분야로 나누어 정보통신(IT) 기술혁신을 선보였다.

CES를 주관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의 게리 샤피로 CEO“CES는 단순히 신제품전시회가 아니라 거대한 아이디어를 만드는 플랫폼이라고 CES의 성격을 규정했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는 인간안보(Human Security)를 주제로 식량안보와 같이 인간의 삶을 증진시키기 위한 모든 산업과 전세계에 걸친 협력을 강조했으며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웹3.0과 메타버스, 모빌리티 등도 주요 주제로 다뤄져 미래의 IT 혁신을 내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농산업분야의 참여도 눈에 띄게 활발해져 식품·애그테크 분야가 인공지능, 메타버스, 헬스테크, 모빌리티, 환경·사회·지배구조(ESG)와 지속가능성 등도 주요 주제의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온라인으로 중계된 개막 기조연설에서 전세계 최대 농기계회사인 존디어(John Deere)의 존 메이 회장은 인공지능과 센서 그리고 컴퓨터 영상기술을 융합한 기술들이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먹거리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지속가능한 농업의 기반임을 강조했다. 이는 농작물의 재배방식이 전면적인 살포에서 작물 개체별로 필요한 양만큼만 살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CES의 식품·애그테크 분야에서는 식량생산의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기술이 소개됐는데 여기에는 영양이 강화된 식품소재, 보존·가공이 용이하며 폐기물을 줄이는 기술 그리고 가정·지역에서도 쉽게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IT 기반 기술들이 포함됐다.

일본 스타트업인 알잘 바이오(Algal Bio)는 천연 미세조류를 원료로 수면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모네루'라는 기능성 식품을 소개했다. 비의약품인 모네루는 수면을 쉽게 유도하고 수면의 질과 기분을 개선하는 데 기능이 있다.

미국의 구스 오토메이션(Guss Automation)은 최첨단 자율 제초제 살포기를 소개했다. 이 무인 살포기는 세계 최초의 자율주행 과수원용 제초제 살포기다. 잡초를 감지, 표적화해 제초제를 살포하도록 설계된 9개의 정밀 센서로 필요한 양만 살포함으로써 환경 오염을 줄이고 비용을 절감하며 작업자의 안전성을 높였다.

네덜란드의 원써드(OneThird)는 다루기 쉬운 휴대용 광학 스캐너와 독자 개발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신선한 농산물의 유통기한을 예측해 폐기율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장비를 소개했다. 농장에서 식탁까지 각 단계에서 사용될 수 있는 이 장비는 식품산업이 과일과 채소의 품질을 평가하는 방식과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방식을 변화시켜 음식물 쓰레기를 25% 줄이고 관련 인건비는 50% 절감해 지속가능한 농업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됐다.

미국의 라이즈 가든(Rise Garden)은 가정의 모든 크기의 공간에 적합한 실내농장을 선보였다. 스마트 수경기술을 이용해 음성인식이 가능한 전용앱으로 급수, 영양분, 빛을 제어하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으로 108종의 허브와 채소를 재배하고 수확시기를 알려줘 기호에 맞는 채소공급과 아울러 거주공간에서 식물을 이용한 실내장식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한편 CTA는 개막식에 맞춰 2023 혁신 챔피언(Innovation Champion 2023) 국가를 발표했다. 유럽연합(EU)G20 국가를 포함한 70개국을 대상으로 다양성, 무역정책, 사이버보안, 세제정책, 연구개발(R&D) 투자 등 17분야, 40개 항목을 계량화해 미국, 핀란드 등 24개 국가가 선정됐다. 우리나라는 R&D 투자, 인공지능, 창업지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다양성, 관련 세제, 사이버보안 등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혁신 챔피언국가보다 한 단계 낮은 혁신 리더 국가 (Innovation Leader 2023)로 선정됐다. 혁신기업의 경연장인 CES에서 많은 한국기업들이 혁신상을 휩쓰는 것과는 달리 2019년에 이어 한국이 혁신 챔피언 국가에서 탈락하는 근본 원인을 법적, 사회적, 환경적 관점에서 면밀히 파악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

기술혁신이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가능하게 만드는 선결과제임이 재차 강조된 CES 2023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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