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박유신 기자]

 

정부가 19778월 낙후된 농수산물유통시설의 근대화와 농축수산물 유통 체계의 구조 개선을 위해 공영 농수산물도매시장을 건립하기로 하고 첫 공영 도매시장으로 19856월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이 문을 연 이후 38년의 세월이 흘렀다.

현재 전국적으로 33개 공영 도매시장이 운영 중이며 2020년 기준 생산된 농산물의 53.1%가 도매시장을 경유하고 있다. 2000년대 초 80%에 육박했던 거래비중을 생각하면 크게 낮아졌지만 여전히 공영 도매시장의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들은 농산물유통의 핵심 주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농산물유통 부문에 있어 다양한 변화가 예고되면서 공영 도매시장 역시 변화의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월이 지나며 도매시장 유통주체들이 현실에 안주해 시대변화와 소비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던 터라 정부 역시 혁신에 준하는 강도 높은 구조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1농산물 유통구조 선진화 방안17도매시장 유통구조 개선 방안을 잇따라 발표하며 공영 도매시장의 강도 높은 정책변화를 예고했다.

한 마디로 농산물 유통·물류 혁신을 통해 산지의 연중 대량 거래체계 구축과 상·물 분리의 디지털 전환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도매시장의 공적 기능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기존 공영 도매시장의 기능이 기준가격형성, 농산물 수집·분산 등 상적·물적유통기능과 유통정보기능, 수급조절기능에 맞춰졌다면 앞으로는 생산·소비지 시장의 변화에 대응해 이를 좀 더 전문화·규모화·다양화하는 것에 더해 공적(공익) 영역까지 기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가 내세운 공적 기능 제고를 위한 대표적인 정책과제로 도매시장법인들이 이익의 일정 비율을 공동으로 적립해 도매시장별로 출하자 지원을 위한 공익기금을 도입·운영하도록 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올해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 시범 도입될 예정인 공익기금은 시장에서 구조적으로 발생하는 출하자 손실을 지원하는 등 공익활동에 사용될 예정이다. 더불어 도매시장법인의 공익적 활동, 즉 출하자·구매자 지원에 대한 겸영사업도 확대하기로 했다.

역량이 부족해 이를 지키지 못하는 도매시장법인은 과감히 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공영 도매시장은 앞서 언급했듯이 농산물유통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며 수십 년간 다른 유통구조에서 대체할 수 없는 고유한 기능들을 수행해 왔다. 농업인이 출하하는 모든 농산물을 의무적으로 처리해 줌으로써 영세한 생산자에게는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해 왔으며, 그 과정에서 도매시장별 유통종사자 적정수 지정, 수탁판매 원칙, 수탁거부 금지, 수집·분산주체 간 경매·입찰과 정가·수의매매, ·물일치거래, 판매정보 공개, 판매대금 즉시 정산 등 다양한 법적·제도적 공적장치들을 통해 농산물 거래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였다.

하지만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의 증가, 고령화로 대변되는 인구구조의 변화,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모바일 쇼핑의 성장 등 유통 흐름의 변화로 농산물 유통시장의 틀이 바뀌고 있는 이때 공영 도매시장도 변해야 살아 남는다. 출하자나 소비자(구매자)에게 외면 받는 시장은 살아 남기 어렵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보호하고 국민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한 중요 사회간접자본이기도 한 공영 도매시장이 앞으로도 그 공적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정부와 도매시장 유통주체들은 변화와 혁신의 발걸음을 멈추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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