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걸음마 단계…친환경 넘어 필환경으로 나아갈 때
동물복지 선호도 높지만 비싼 가격 부담…안착 위한 정책적 지원 필요

[농수축산신문=홍정민 기자, 안희경 기자, 박현렬 기자, 김소연 기자]

농협 축산경제는 한국환경공단과 축산냄새 취약지역에 대한 능동적인 관리와 축산악취 민원 감축을 위한 ‘축산냄새 관리 솔루션 공동 컨설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농협 축산경제는 한국환경공단과 축산냄새 취약지역에 대한 능동적인 관리와 축산악취 민원 감축을 위한 ‘축산냄새 관리 솔루션 공동 컨설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사람과 동물이 모두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동물복지 강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학대·유기와 개물림사고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양육자 돌봄의무를 강화하거나 맹견·사고견 기질평가제를 시범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물론 반려견을 기르는 곳에서 주인없이 벗어나지 않도록 관리하고 짧은 목줄을 금지하는 등의 조치도 취해질 예정이다.

피학대 동물 격리기간을 확대하고, 동물학대 대응 지침(매뉴얼)을 상반기 중 마련하는 것은 물론 유기동물 보호센터 11개소를 신규 확충하기로 했다.

또한 동물복지 강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동물보호법을 동물복지법 체계로 개편하기 위한 연구를 시행해 연내에 법안을 마련할 계획이기도 하다.

하지만 선진농업의 전제가 되는 산업동물복지의 경우 우리나라는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선 실행에 있어 여전히 걸음마 단계로 진행이 더딘 상황이다. 

# 유럽 1800년대부터 동물보호법 제정, 일본은 방목으로 동물복지 실천해

전 세계적으로 동물복지 관련 입법과 정책 도입은 유럽연합(EU)가 가장 먼저 시행했다.

그 중에서도 영국의 동물복지 입법과 정책이 가장 빠른데 영국에서는 농장동물의 학대를 방지하는 법으로 세계 최초의 동물보호법에 해당하는 마틴법을 1822년에 제정했다. 1835년에는 동물간의 싸움을 금지하는 피이즈법이 제정됐고 1911년에는 동물보호법이 제정됐으며, 1996년에는 동물보호, 복지 관련 입법을 포괄하는 동물복지법을 제정해 2006년부터 실험동물에 대한 학대도 함께 금지하는 새로운 동물복지법을 시행하고 있다.

영국은 살아있는 가축, 도축목적 수출 금지를 비롯해 가축 운송 시 넉넉한 공간을 확보할 것과 장시간 운송 금지 조항 등을 통해 산업동물에 대한 동물복지 기준을 촘촘히 마련하고 있다. 

독일은 최초로 연방법률로 동물의 권리를 보호했다. 1972년에 제정된 독일 동물보호법 1조에는 ‘동물과 인간은 이 세상의 동등한 창조물’이라는 대목이 등장한다. 

일찌감치 동물복지법을 제정하고 실천한 EU는 1999년 마리당 면적은 물론 횃대길이와 마리당 사료통 길이까지 명시해 뒀다. 축사내 발톱갈이 깔개를 설치할 것 등 세부적인 사항도 눈에 띈다. 독일은 여기에서 한술 더 떠 닭의 몸무게에 따른 최소면적과 사료통 길이까지 명시하는 등 일부사항을 더 엄격한 기준으로 준수하고 있다. 

축종별로 보면 양계에 비해 사육기준이 늦게 제정된 양돈도 EU에서는 2008년에 이미 모돈에 대한 교미와 군사사육 등 기준을 설정하고 축사내 조도와 소음기준은 물론 ‘단독사육 시 다른 돼지를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조항 등 세부적인 기준을 설정했다. 

동물복지에 있어 가장 앞서 기준을 마련했던 EU는 2027년부터는 우리 사육 금지를 논의 중에 있다. 이는 EU에 육류를 수출하는 국가도 동일적용할 방침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가까운 나라 일본은 어떨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일본의 동물복지정책과 사례’에 따르면 일본의 동물복지에 대한 법률은 오래전부터 마련돼 있었다. 그러나 반려동물 위주의 동물복지정책으로써 산업동물의 복지에 대한 논의와 규정 도입은 최근 몇 년 전부터 시작됐다.

우리나라에서 동물복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추진된 때와 크게 차이는 없으나 우리는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에서 가축 살처분 장면이 방송되면서 시작됐으나 일본은 2010년 유럽으로부터 동물복지 축산물 수입이 예견되기 시작한 직전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됐다는 점에서 배경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의 산업동물 복지에 대한 정책은 유기축산 인증제도에 대부분 흡수돼 있는데 동물복지에 있어 일본의 기본적 목적은 가축을 쾌적한 환경에서 사육해 안전한 축산물을 생산하고 생산성 향상을 꾀하는 것이다.

일본의 유기축산인증제에서는 방목형태의 축산이 가장 대표적인데 일본 아오모리현 츠가루시 뵤부산축산조합의 복합영농방식 방목을 예로 들 수 있다. 총 면적 91.43ha에서 방목초지가 88.17ha인 뵤뷰산축산은 공공목장에서 방목으로 육용우를 키우고 있다. 

시마네현 오오다시 K목장의 임간방목
시마네현 오오다시 K목장의 임간방목

산에서 방목을 하는 목장도 있다. 일본 시마네현 오오다시 케이(K) 목장은 근처의 미카메 산록에서 방목을 하고 있으며 지역의 목야위원회가 관리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방목지 임야를 농장주가 보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산을 이용, 방목지의 이용 요금을 마리당 2000엔 정도 지불한다는 점이다. 번식암소는 봄부터 초겨울까지 방목하고 송아지는 2~3개월까지 어미 소와 함께 방목하며 그 이후 축사사육으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우리 농가들에도 참고할만할 사례로 꼽히고 있다.

특이한 것은 돼지도 방목을 한다는 것이다. 농업생산법인 주식회사 홋카이도 호프 랜드에서는 돼지를 연중 방목하고 있다. 경지면적 130ha 중 목초지 40ha를 보유하고 있는 호프랜드는 브로콜리, 호박, 스위트 콘 등을 수확한 후 농지에서 수확하고 남은 찌꺼기를 돼지가 깨끗이 먹어 자연순환농법으로도 훌륭한 사례로 꼽히고 있다.

다양한 동물복지 계란
다양한 동물복지 계란

# 동물복지 계란 선호도 높지만 비싼 가격 구입 방해 요인

우리나라에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질병발생에 따른 대응차원에서 제기된 축산물 안전 문제, 국민적 관심 증가 등으로 윤리적 가치가 점차 부각되면서 동물복지에 대한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다. 

동물복지 인증마크
동물복지 인증마크

우리는 산업동물에 대한 복지 개념 확산을 위해 ‘동물복지축산농장인증제’를 2012년 산란계 농장을 시작으로 돼지, 육계, 한·육우, 젖소, 염소 그리고 오리까지 확대해 운영하고 있다. 

동물복지 인증 농가는 해마다 늘어나고는 있지만 축종별로 보면 산란계와 육계로 무게중심이 상당 비중 쏠려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국내에서는 401개 농가가 동물복지 인증을 받았지만 이 중 산란계·육계 농가는 348개로 각각 52.3%, 34.4%로 전체 비중에서 86.7%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산란계와 육계 이외에 다른 축종에서는 동물복지가 확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동물복지 농장으로 인증받은 농가는 동물복지 기준을 잘 지키면 ‘동물복지 축산식품 인증 마크’를 축산물에 표시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인증마크만 보고도 쉽게 윤리적 소비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산란계 동물복지 다단식 구조물
산란계 동물복지 다단식 구조물

동물복지 인증이 가장 활발한 산란계 농가의 동물복지 인증 주요 기준은 케이지 내 밀집 사육 금지, 강제환우·부리다듬기 금지, 안락한 산란상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횃대, 모래목욕이 가능한 깔짚 제공 등이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2017년 살충제 계란 파동이 발생하면서 계란을 중심으로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2018년부터는 계란 껍데기에 사육 환경 표시제를 도입해 사육환경 번호를 표시하고 있다. 1번은 방사사육, 2번 축사내 평사, 3번 개선된 케이지(0.075㎡), 4번 관행 케이지(0.05㎡)로 표시하고 있다.

이 같은 동물복지 계란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는 어떨까.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이 2018년 발표한 ‘동물복지인증 계란에 대한 소비자 인식도 조사’ 결과 선호도는 높은 편이지만 일반 계란보다 비싼 가격은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되는 것이 확인됐다. 

가격 제시 전 92%였던 구매 의사는 계란 10개 기준 5000~6000원인 것을 안 이후 62.7%로 23.3%p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구입을 원하지 않는 소비자들은 ‘가격이 비쌀 것 같아서’가 42.5%, ‘실제 동물복지 계란이 아닌거 같아서’가 32.5% 순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상반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동물복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가 부족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동물복지 사육단계에서 생산비 인하 노력과 함께 동물복지 인증 계란에 대한 올바른 지식 전달과 광범위한 홍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재봉 건국대 식품유통학과 교수는 “동물복지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사육방식보다는 많은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높은 가격을 지불할 만큼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홍보와 캠페인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칠 필요가 있다”면서 “관련 산업 종사자들은 동물복지 인증을 받기 위한 사육환경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알려 동물복지에 대한 가치와 실제 소비 간의 괴리를 줄여 구매행위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어 “동물복지를 선호하지 않는 소비자들도 있지만 동물복지를 선호함에도 불구하고 높은 가격 때문에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들을 위해 생산자들은 사육단계에서부터 생산비를 낮추려는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면서 “동물복지 제품 가격이 지금보다 낮게 형성돼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높인다면 시장 확대는 물론이고 동물복지 산업에 대한 지속성은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제안했다.

실제로 동물복지 돼지를 생산·유통하고 있는 돈마루는 소비자들에게 동물복지의 필요성을 알리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생산자와 정부, 소비자 모두의 노력이 함께해야 동물복지가 안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안형철 돈마루 대표는 “현재 동물복지 농가는 전체의 5%도 안될 정도로 미미한 수준인데 생산자들이 지속가능한 축산을 하기 위해 동물복지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면서 “가공유통업체에서는 동물복지 제품개발과 마케팅을 통해 시장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이어 “무항생제 축산물은 직불제 등을 통해 지원했지만 현재까지 동물복지와 관련한 정책적 인센티브는 전무한 실정”이라며 “동물복지 안착을 위해서는 정부가 정책적 의지를 가지고 동물복지 농장으로의 전환을 위한 저리대출이나 지원 등을 집중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 농협, 환경개선 우수농가 선정

2018년부터 국민에게 사랑 받고 지속가능한 축산 기반을 구축하고자 매년 축산환경관리 우수농가를 선정·시상하고 있는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는 어떻게 산업동물복지를 이야기하고 있을까.

축사면적당 적정 마릿수 사육밀도를 준수하거나 동물복지 인증농장의 경우 추가 점수를 부여하고 우수농가 평가 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 외에도 축사 내 청결도, 바닥 상태 관리 등도 평가점수에 반영해 가축이 쾌적한 환경에서 사육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환경개선에 방점을 찍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하는 청정축산 환경대상은 5월부터 전국 각지에서 추천된 농가들을 대상으로 지역 예선과 본선 평가를 거쳐 최종 수상자를 선정한다. 본선은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축산환경관리원, 한국환경공단, 환경시민단체, 학계 등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단이 축사환경, 냄새저감, 분뇨관리, 사회공헌 등 각 항목별로 엄정하게 평가한다.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선정된 농가에 대한 환경개선 우수사례집을 제작·배포해 모든 축산농가가 자발적으로 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동물복지 실현에 대한 인식제고를 위해 힘쓸 계획이다.

축산경제는 앞으로도 동물복지(친환경) 사육 농가의 실천사례를 조사하고 사육기준 전파를 통해 지속가능한 축산업 실현과 축산환경 인식개선을 동물복지 인증·사육환경 개선 지원을 통해 정부 정책·국민 기대에 지속적으로 부응할 계획이다.

안병우 축산경제 대표이사는 “축산업은 환경과 밀접한 산업으로 지속가능한 축산업을 위해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보존, 물, 토양을 비롯한 환경보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이제는 친환경을 넘어 필환경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밝혔다.

전중환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동물복지연구팀 연구관은 “축산농가의 동물복지 사육시설과 가축관리 기술 개발을 위해 기존 축사시설을 대체할 수 있는 축종별 동물복지 사육 시설, 축사모델을 개발·보급하고 있다”면서 “2012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과 관련해서는 인증기준을 개선하는 연구와 일반농가 대상으로 동물복지형 축사시설과 사육기준 가이드라인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반려동물의 건강증진과 질병예방을 위해서는 건강증진용 기능성 사료를 개발하고 있으며 반려견의 표준 영양소 요구량과 사료 품질 기준 설정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 축산경제는 축사환경 개선을 위해 깨끗한 농장 방취림 조성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방취림 조성사업 실적은 2021년 382호에서 지난해 443호로 늘었다.
농협 축산경제는 축사환경 개선을 위해 깨끗한 농장 방취림 조성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방취림 조성사업 실적은 2021년 382호에서 지난해 443호로 늘었다.

# 농협 축산경제, 깨끗한 농장 방취림 조성사업 등 축산 환경개선 다양한 사업 추진

농협 축산경제는 축산환경 개선을 위해 깨끗한 농장 방취림 조성사업과 축산환경 개선의 날을 지속 운영 중이다.

특히 지난해 농협금융지주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펀드로 조성한 기금 1억 원을 나눔축산운동본부에 기부, 축산 환경개선사업에 투입했다. 이 영향으로 방취림 조성사업 실적은 2021년 382호에서 지난해 443호로 증가했다. 

지난해 6월에는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과 지역사회 공헌 결연을 맺고 농가 악취 저감을 위한 방취림 지원 등을 통해 지역사회 환경개선을 공동으로 실시하고 있다. 

축산경제는 한국환경공단과 협업을 통해 축산냄새 취약 지역에 대한 능동적인 관리와 축산악취 민원 감축을 위해 ‘축산냄새 관리 솔루션 공동 컨설팅 사업’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은 축산경제에서 악취 민원 발생 지역이나 축산 환경개선 의지가 있는 지역(축협)을 선정하면 축산악취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컨설팅단이 현장에 방문해 악취측정·진단, 농가 맞춤형 악취저감 방안 등 농가가 실천할 수 있는 단기·중장기 축산냄새 관리 솔루션을 제시하는 사업이다.

지난해는 진천축산농협이 선정돼 농가 10호를 대상으로 컨설팅을 진행했으며 지난해 11월 25일에는 관련 설명회를 열고 현장진단 결과와 현실적인 개선 방안을 제시, 참여 농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축산경제는 컨설팅 결과에 따라 냄새 저감시설 설치를 위한 무이자자금 지원, 방취림 조성 등 축산 환경개선 사업을 지원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정부, 지자체 보조사업과 연계해 규모를 확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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