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박현렬 기자]

 

농산물 유통 분야를 9년 넘게 출입하면서 몇 년 동안 생산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한 농업인이 대출 등의 부채에 허덕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다. 실제 취재원이었던 한 농업인도 누적된 빚에 대한 부담감으로 세상을 등졌다. 축산분야로 출입처를 옮긴 지금 일반 농작물 재배 농가 대비 축산 농가의 호당 소득이 높기 때문에 비극적인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연초부터 한우가격 폭락으로 부채에 시달리던 농업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쌓이는 부채에 대한 부담감을 농업인 모두가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축산업계 관계자들은 한우가격 폭락 문제가 10년 정도 간격으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가 한우 도소매 가격 연동제를 강화하고 지역 축협, 하나로마트 등에 도매가격 하락분을 반영해 판매가격을 정하도록 요청하고 있지만 이를 통해 소비가 어느 정도 증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범농협 차원에서 전국적으로 추진되겠지만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어 안타까울 뿐이다.

최근 전국한우조합장협의회는 전국한우협회와 한우 가격 안정을 위한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장시간의 논의를 통해 한우 산업의 위기를 조금이라도 극복할 수 있도록 자가도축 일시적 허가 중등급 암소번식우 할인 판매(2~3등급) 한우 도소매 가격 연동제 제도화 미경산우 비육 촉진 시장격리를 통한 소 가격 안정화 추진 사료 가격 인하를 위한 정부 지원 등의 건의안을 농림축산식품부에 전달했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반복되는 한우 농가의 경영 악화를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사육마릿수 50마리 이하의 중소규모 한우농가는 사육을 포기하고 수익에만 매몰된 기업들이 한우 사육 현장에 진입해 산업을 좌지우지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 경우 자본에 의해 농촌 환경이 바뀌고 더이상 공익적가치를 지닌 농업·농촌과 내 자식들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농업인들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한우 농가도 수급조절을 위한 암소 자율감축 사업 추진, 추격도축자제와 분산출하, 국내산 조사료 재배확대를 통한 생산비 절감을 위해 앞장서야 한다.

소비를 조금이라도 진작시키기 위해 한우 도소매 가격 연동제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와 정부 차원의 판매가격 할인 지원 등이 추진돼야 한다. 지금은 한우 산업의 위기를 정부, 농협, 관련 단체(협회), 농업인들이 힘을 모아 돌파해야 하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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