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근해어선 해기사 87.3% 50대 이상…심지어 80세도 승선

수산계고교·대학 졸업자 승선 기피
고령화 심각, 젊은 해기사 급감

수산업계, “외국인 해기사 도입 필요”
정부·노동계, “외국인 해기사 도입시 근로여건 후퇴로 선원 감소 심화”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그물에서 생선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어업작업이 한창이다. 최근 어업계는 어선에 승선하는 해기사의 고령화 등으로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그물에서 생선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어업작업이 한창이다. 최근 어업계는 어선에 승선하는 해기사의 고령화 등으로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해기인력의 감소문제가 해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국내 인구의 고령화와 맞물리면서 젊은 해기사들이 급감, 선사에서는 정년이 지난 해기사와 다시 고용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어선에 승선하는 해기사의 현황과 문제점에 대해 짚어본다.

 

# 해기사 고령화 심각

해기사는 선박의 운용 등에 필요한 자격으로 선복량과 항행구역 등에 따라 최저 승무기준이 산정돼 있다. 즉 해기사의 승선은 필수적인 요소라는 것이다.

해기인력은 최근 저출산·고령화와 승선기피 등이 맞물리며 젊은 해기사가 급감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어선에 승선하는 해기사는 근로여건 등의 문제로 상선에 승선하는 해기사에 비해 고령화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실제로 한국선원통계연보에 따르면 20121231일 기준 연근해어선에 승선하는 항해사 2327명 중 40대가 501, 50대가 1329, 60세 이상이 462명으로 항해사 76.9%50대 이상이었다. 10년이 지난 20211231일에는 2381명의 연근해어선 해기사 중 40258, 50848, 60세 이상 1231명으로 항해사의 87.3%50대 이상이다. 기관사 역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20122071명의 기관사 중 50대가 1118, 60세 이상이 594명으로 82.6%50대 이상이었으나 2021년에는 2043명의 기관사 중 50대가 631, 60세 이상이 1162명으로 87.7%50대 이상이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40세 이하의 해기사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2021년 기준 연근해어선에 승선하는 25세 미만의 항해사는 3, 25~294, 30~3937명 등 50명에도 채 미치지 못했다. 기관사 역시 비슷한 상황으로 3034, 25세 미만 2명 등에 그쳤다. 25세 미만의 경우 병역특례로 승선했기에 병역특례 이후에 승선이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 80세까지도 승선

해기사의 부족문제는 근해어업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대형선망수협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대형선망선단에 승선하고 있는 해기사는 갑판부 181, 기관부 130명 등 총 311명이다. 연령대로 보면 50~55세가 11, 55~6052, 60~6589, 65~7085, 70~7549, 75~8016명 등으로 311명 중 302명이 50세 이상이다. 즉 향후 10년을 담보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대형선망어업의 경우 근로여건이 국내 어선 중 가장 좋은 편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다른 어선들은 더욱 심각한 상황에 봉착할 공산이 크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어선 감척사업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해기인력의 수요가 감소하기는 했지만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창은 대형선망수협 지도상무는 해기사 감소 문제가 심화되면서 대형선망수협에서는 병역특례를 통해 수산계고교 출신 학생들을 승선하도록 유도하고 40~50대가 오션폴리텍을 통해 해기사 면허를 취득한 후 선망어선에 승선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해기사 인력의 감소문제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해기 인력의 승무최저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해양수산청으로부터 공인도 받을 수 없고 출항신고도 불가능해 정상적인 조업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 수산계 고교 졸업생도 승선 기피

어선에 승선할 수 있는 인적자원은 수산계고교와 수산계 대학 졸업자들이 있지만 졸업자의 대부분이 승선을 기피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부경대를 비롯한 대학의 수산관련 전공 졸업생들의 경우 대학 졸업이후 어선에 승선하는 졸업생이 10여 명 수준으로 사실상 졸업생의 대부분이 승선을 하지 않고 있다. 수산계 고교 역시 과거에 비해 어선에 승선하는 졸업생의 비율이 많이 낮아진 실정이다.

지난 2일 부산 서구 송도비치호텔에서 열린 승선학과 교육과정 수립을 위한 산업체 워크숍자료에 따르면 경남해양과학고, 성산고, 완도수산고, 울릉고, 인천해양과학고, 충남해양과학고, 포항해양과학고 등 7개 학교 졸업생 중 동원산업, 사조산업, 신라교역, 대형선망어선 등 주요 기업의 어선에 승선하고 있는 졸업생은 320명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 수십년간 해당 고교 졸업생 전체 중 어선에 승선하는 사람들로 최근 수년간 졸업생의 승선비율을 살펴보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김창원 전 포항해양과학고 교사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7개 수산계 고교의 재학생 203명 중 종합승선 실습교육에 참여한 학생은 55명으로 참여율이 27%에 그쳤다. 2020년에 실습교육에 참여한 학생은 30명이었으며 이중 실제로 어선에 승선한 학생은 22명이었다. 200여 명의 학생 중 22명만이 어선에 승선한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승선 이후 하선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점이다. 어선에 승선하는 학생들의 경우 병역특례를 목적으로 승선하는 경우가 많은데 승선한 학생 중 절반 정도는 병역특례기간을 다 채우지 않고 중도에 하선, 공익근무요원으로 잔여 군 복무기간을 복무하고 있다. 매년 병역특례를 마친 학생 중 50~80% 정도가 또 하선하기에 실제로 어선에 계속 승선하는 수산계고교 졸업생은 전체 졸업생의 10%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게 김 전 교사의 추정이다.

 

# 외국인 해기사 도입이 해법될까?

해기사 부족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수산업계에서는 원양업계를 중심으로 외국인 해기사 도입에 대한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해양수산부와 선원 노동조합에서는 명확한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수산업계에서는 근로여건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지만 승선기피현상이 점차 심화되고 있는 만큼 간부선원인 해기사도 외국인 선원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노동조합에서는 외국인 해기사의 도입이 내국인 해기사의 근로여건을 악화시키게 된다고 우려를 표명하면서 반대입장에 있다. 또한 해수부 역시 선원의 직업매력도가 낮은 상황에서 외국인 해기사까지 도입하게 될 경우 근로조건이 후퇴하면서 직업매력도가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입장에 있다.

김성호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은 일정 규모 이상의 어선에서 해기사는 반드시 승선해야하는 필수 인력이지만 최근 해기인력의 고령화가 매우 심각해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수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해기사 도입을 비롯한 해기사 인력수급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석훈 해수부 선원정책과장은 현재 각 교육기관에서 해기사들이 양성되고 있지만 승선율이 낮은 실정이라며 이같은 상황에서 저임금의 외국인 해기사가 들어오게 되면 근로조건이 더욱 후퇴하고 직업매력도가 더 낮아져 선원 감소현상을 심화시키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외국인 해기사의 도입문제는 사용자 측에서 임금인상과 근로조건 개선 등의 노력이 이어진 이후에도 승선율이 낮을 경우 검토해야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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