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홍정민 기자]

 

지난 2한돈 고급화 전략 수립을 위한 유통·소비행태 및 소비 친화적 품질 등 개선방안 연구 중간 보고회가 대한한돈협회에서 열렸다. 이날 오가는 전문가들의 말을 듣고 있자니 칠레 취재 당시가 자꾸 떠올랐다.

2013년에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 등을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우리나라의 돼지고기 주요 수입국 중 하나인 칠레를 찾은 이유는 그들의 돼지고기 생산 현장을 취재하면서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지를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안타깝게도 농장은 질병 방역상의 이유로 방문이 원천 차단됐다. 군사시설처럼 울타리로 농장을 보호하고 있고 심지어 참호처럼 도랑을 파서 농장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는 설명과 사진만 접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지금도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가축 질병 발생으로 많은 산업적 어려움이 있지만 취재 당시인 2013년에도 구제역 백신접종국의 입장이다 보니 시찰단과 동행했지만 취재에는 상당히 많은 제약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그로수퍼(Agrosuper)의 돈육을 가공하고 있는 도축장과 1차 육가공장을 방문하면서 받은 인상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뇌리에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우리나라 식당 등에서 원하는 삼겹살 이른바 돼지고기 스펙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고 마치 자로 잰 듯 찍어내면서 우리나라로 수출할 삼겹살을 만들어 내는 모습, 심지어 일본으로 수출할 삼겹살과 우리나라로 수출할 삼겹살을 상세히 비교까지 하면서 말이다. 도축 과정 중 급속냉각 터널을 통과한 돼지 도체는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속담처럼 육가공장에서 지방과 근육이 일정한 삼겹살을 가공해 내고 있었다. 우리나라 식당에서 받아 소비자에게 바로 공급할 수 있도록 마지막 공정에선 수출할 돈육을 급랭 장치로 넣어 냉동 박스 포장을 했다.

프리미엄 돈육을 생산·수출하고 있다고 강조하는 아그로수퍼의 돈육 생산 현장에선 대한민국 식당 등을 타깃으로 원하는 부위를 원하는 형태로 가공하면서 한마디로 한국 소비자를 감동하게 해 수출을 확대하고 더욱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 숨어 있는 듯했다.

한돈과 관련된 이번 연구에서 우리나라 소비자는 돼지고기가 에너지, 단백질, 지질, 티아민 섭취의 주요 식품으로 영양 측면에서 중요성을 가지고 있고 질 좋다’, ‘부드럽다’, ‘신선하다’, ‘맛있다등의 긍정어가 높았으며, 돼지고기 구매 시 선택기준의 중요도는 잡냄새’, ‘위생상태’, ‘유통기한’, ‘보관상태등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또한 단체급식과 관련된 영양사는 가격이 가장 큰 결정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민주주의의 원리에서 정치인은 유권자의 판단과 선택에 따라 평가되고 득표수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면 권력이 부여된다. 이렇듯 상품의 가치는 시장경제원리에서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과 평가를 통해 결정된다. 물론 기업이 광고를 통해 소비자의 선호도를 바꿀 수 있고 판단조차 무력화할 수 있지만 앞으로 정보가 갈수록 오픈되고 공유되면 소비자 주권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의 시각에서 한돈 고급화, 프리미엄, 좋은 돼지고기, 등급제 개선 등 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를 감동시키는 한돈을 만든다는 궁극적 목표를 모두가 잊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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