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효원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장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콩, 동물성 단백질 대체 신소재로 다양한 가치 창출·시장 영역 넓히고  우수 품종 육성 연구에도 매진

-콩의 원산지로서 유리한 환경 갖춰

성미 급한 사람에게 흔히 ‘번갯불에 콩 볶아 먹겠다’라고 한다. 남의 것이 더 좋아 보이는 인간의 심리를 빗대서 ‘남의 밥 콩이 더 굵어 보인다’라고도 한다. 속담에 이처럼 친숙하게 등장하는 콩은 우리 민족과 오랜 역사를 함께한 곡식이다. 아주까리콩, 쥐눈이콩, 서리태, 장콩, 유월두, 갑산태 등 토종 품종도 매우 다양하다. 생김새나 지명, 심는 시기, 용도에 따라 오랜 세월에 걸쳐 이름이 달리 붙여진 것이다. 
 

재배작물의 기원을 연구한 바빌로프 박사의 기록에 따르면 콩의 원산지는 만주 남부와 우리나라다. 사마천의 사기(史記)에도 고조선에서 기원한 콩이 기원전 약 7세기경 중국으로 전파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훈민정음에 콩은 대두를 부르는 것이라고 맨 처음 한글 사용의 예시로 들었고 지금도 변함없이 콩이라 부르고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의 음식문화에 가장 많이 녹아든 작물 중의 하나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전 지구적으로 환경과 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높아졌다. 여기에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가치소비’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new nomal·새로운 표준)로 부상하면서 ‘비건(vegan·채식주의자)’과 ‘애니멀프리(animal-free·동물성원료 배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미국의 식물성 대체육 판매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31%가 증가했으며 우리나라도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식물성 단백질 시장이 2018년 43억 달러에서 2023년에는 64억 달러로 연평균 7%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콩의 대표 가공품인 두부 역시 성장 가능성이 큰 육류 대체 식품으로 수요가 연평균 4%씩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콩은 이소플라본, 폴리페놀, 사포닌 등 다양하고 풍부한 기능성 물질을 지니고 있다. 섬유질과 기름 등을 섞어 대체 식물성 단백질을 만들어 내는 대표 작물이기도 하다. 장류와 두부뿐 아니라 대체육, 빵, 음료 등 식품 원료와 동물성 단백질을 대체하는 신소재로서 다양한 가치를 창출하며 시장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러나 콩의 재배 기원지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우리나라의 콩 자급률은 2021년 기준 23.7%에 불과하다. 농촌진흥청은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논 재배와 기계화에 적합한 품종 개발과 재배기술 보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논 콩 재배면적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국내 콩 재배면적은 2020년 5만5008ha에서 2022년 6만3956ha로 2년 새 16%나 증가했다.
 

국정과제인 식량주권 확보를 위한 정책의 하나로 농식품부는 2027년까지 콩 자급률을 40%로 높인다는 목표를 정하고 논콩 재배면적 확대를 위한 전략작물직불제를 추진하고 있다. 가공업체가 안정적으로 생산 원료를 수매할 수 있도록 두류 계약재배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최신 소비 경향과 시장성을 반영한 우수 품종 육성 연구에도 매진하고 있다. 
 

콩은 식량자급률을 높이고 나아가 식량주권을 확보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작물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는 제주도에서 두만강 이북까지 콩이 잘 자라는 만큼 콩의 원산지로서 유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현재 활발히 추진되고 있는 연구개발과 지원정책에 국민적 관심이 더해진다면 콩의 종주국으로 재도약은 물론 식량주권이 확고한 국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