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환율 등 금융여건 악화
전문성·이해 부족
무리한 외연 확장 등 원인

[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고금리·고환율 등 경제·금융여건 악화에 따라 무리하게 외연을 확장해 온 농업계 스타트업들이 자금경색난에 휘청이고 있다. 국내 최대 애그테크(Agtech) 기업 ‘그린랩스’, 신선육으로 승부수를 띄웠던 ‘정육각’을 비롯해 크고 작은 기업들은 위기 돌파를 위해 구조조정 등 초강수를 띄우고 있다.

현재 그린랩스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일부 직원에 대한 권고사직을 단행하고 지난 17일까지 희망퇴직자 신청을 받았는데, 내부에선 직원 약 70% 감원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초 1700억 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하며 차세대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 원 이상 스타트업)으로 급부상했던 그린랩스의 침몰 원인으로는 농업계에 대한 전문성·이해 부족과 무리한 외연 확장이 지목된다.

특히 그린랩스는 농산물 생산자와 바이어를 연계하는 온라인 플랫폼 ‘신선마켓’에 공격적 투자를 했지만 매출채권 회수가 어려워지면서 유동성·건전성 악화로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성이 부족한 분야에서 초기 사업 참여자 유입을 위해 박한 수익 구조를 감당하며 인건비 등 판관비로 지나치게 많은 비용을 투입해온 탓에 외부의 작은 변수에도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예견된 결과’였다는 반응이 다수다.

지난해 말에는 정육각이 초록마을과의 인수합병, 외부 자금 조달의 어려움 등으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이 또한 무리한 투자와 규모 확장에 따른 손실 확대가 원인으로 꼽힌다. 고금리 여파로 차입금에 대한 이자도 과중한 부담으로 작용했다.

농업계 스타트업의 위기는 이미 지난해 중순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여러 기업들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으며 몇몇은 파산 위기에 놓여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린랩스와 정육각은 눈에 띄는 아이템으로 투자금을 유치해 사업을 확장하고, 이를 토대로 또 다시 투자를 유치하는 소위 ‘쿠팡 모델’로 덩치를 키워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속가능하고 건전한 기업 성장을 위해선 이 같은 성장 방식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일부 사례들로 농업계의 투자 심리가 위축돼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따른다.

업계 한 관계자는 “먼저 외형 확대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인 후 추후 수익성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성공한 사례들이 있었고 농업계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투자를 유치·성장을 이뤄나가던 중 경제 여건 악화와 맞물려 위기에 봉착한 것”이라며 “앞으로 몇 년간은 이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기보다 내실을 다지고 옥석 기업을 가리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다만 농업계 경영체만의 문제는 아닌 만큼 농업계에 대한 투자 심리 축소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며 “정부 당국과 농업정책보험금융원 등도 정책펀드 등을 통해 지속적인 투자를 진행해 농식품 관련 기업 성장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