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남종 기자]

고향사랑기부제

우선 사전적인 의미를 따져본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면 세제 혜택과 함께 지역특산품을 답례로 제공하는 제도다. 한국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지방소멸 위기에 대한 대응책으로 고향사랑기부제를 20211019일 제정해 올해 11일부로 시행하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저출산·고령화를 겪은 일본의 경우 2008년부터 고향납세제도 운영을 통해 수도권 인구 집중과 지방소멸에 대응한다는 의미다. 고향사랑기부제의 기부 주체는 개인으로 법인은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거주지역을 제외한 전국 모든 지자체가 대상으로 기부상한액은 1인당 연간 500만 원이다. 지자체는 기부금의 30% 이내에서 답례품을 제공하고 10만 원까지 전액 세액공제된다. 초과분에 대해서는 16.5% 공제가 적용된다. 가령 100만 원 기부할 때 10만 원과 나머지 90만 원의 16.5%148000원을 더한 248000원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여기에서 사전적인 의미의 고향사랑기부제를 떠나 이 제도의 뿌리부터 따져보자.

2015년 자유무역협정(FTA)이행으로 혜택을 누리는 산업분야의 이득을 상대적으로 피해를 감내해야 하는 농축산업분야에 대한 보전을 통해 FTA의 혜택을 공유하자는 차원에서 무역이득공유제가 제기됐다. 하지만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등에서 현실성이 떨어지고 자칫 이중지원이라는 위헌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산업계의 반발로 인해 결국 논의대상에서 제외되고 말았다. 수출산업에 대한 목적세 1% 적립 등이 거론되면서 그 구체성이나 강제성에 있어 산업계의 반발을 논리적으로 설득시키지 못한 결과에서다.

이후 무역이득공유제에 대한 논의는 농어촌상생협력기금으로 기형화됐고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기금 출연에 협조를 당부하고 있지만 모금액은 부진함을 면치 못했다.

특히 당초 기금 조성에 부정적이었던 재계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외부 기부금 출연에 대한 소극적·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정부 등 공공기관에서 기부금에 대한 청탁 자체가 불법으로 규정돼 있어 실제 기금출연은 절벽에 맞닥뜨렸다.

농업계는 기금조성부터 운용까지 무엇하나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농어업상생기금이 예정된 실패라고 지적하며 기금운용의 강제성을 법제화 하지 않을 경우 유명무실한 제도로 남을 것이라고 강력하게 성토한바 있다.

이후 대안으로 제시된 고향사랑기부제.

하지만 실제 취지와는 달리 FTA로 이득을 얻은 기업으로부터의 지원은 거의 전무 한 것이 현실이다.

실제 고향사랑기부제에 동참하는 분야는 지원을 받아야 하는 농업계, 즉 대부분 지역 농협이나 농업관련 단체, 농업계 인사 등이 대부분이라는 웃기지도 않은 현실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우리 농업계는 무역이득공유제에서 시작해 농어촌상생기금으로 후퇴해 그마저 결과를 내지 못하고 고향사랑기부제라는 기형적이고 부끄러운 제도로 타락하고 말았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이러한 식의 어거지 같은 농어촌사랑기부제가 전 국민적인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고 농업내부의 밑돌빼기식 제도라면 차라리 이 제도를 폐기처분해 농업계의 억울함이라도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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