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유신 경북대 교수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밭농업 기계화율 정체 악순환 반복

밭농업 생산기반 열악 · 재배양식 다양

밭농업기계 스마트화 · 디지털화 위한 전문화된 인력양성 시스템 필요

 

현재 밭농업의 기계화율은 61.9%에 불과하며, 그 중에서도 파종, 정식, 수확 작업은 10% 내외로 매우 저조하다. 이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어김없이 도마에 올랐듯이 밭농업 기계화율이 정체를 보이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어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해 분석할 필요가 있다.
 

밭농업 생산기반은 열악하고 재배양식이 다양하다. 밭 경영규모별 0.5 ha 이하의 농지에서 농사를 짓는 비율이 2010년 68%에서 2021년 70% 이상으로 소규모이고, 경사지가 많아 기계화에 불리한 조건이다. 또한, 밭작물은 품목이 많고, 재배규모가 작으며 수익성에 따른 재배작물 변경이 잦기 때문에 기계의 수요가 적고, 기계 사용일수가 짧아 현장 활용도가 낮은 문제점이 있다.
 

밭농업기계는 작물의 종류나 재배방식, 지역적 특성에 따른 다품종 소량생산 구조이기 때문에 농업기계가격집에 등록된 밭농업기계 모델이 4000여 종이나 된다. 그렇지만 농가는 규모가 영세해 농기계를 구입할 여력이 없고, 더구나 생산업체들의 규모도 대부분 영세하기에 제품의 개발이나 보급에 있어 정부나 지자체의 역할이나 지원에 의존하는 바가 클 수밖에 없다.
 

농작업은 기술이 복잡하고 고정밀도를 요한다. 정식과 수확작업은 종자와 모의 형상, 수확물의 종류가 다양하고, 인력 수준의 섬세한 고정밀과 고난도 기술, 낮은 손상률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나의 제품을 개발하는데 다년간에 걸쳐 설계, 제작, 농가테스트를 통해 제품개선과 성능을 높여야 하는데 쉽지가 않은 상황이다. 업체들은 제품개발을 위해 설계, 제작, 해석, 시험 등 핵심기술 노하우의 부족을 애로사항으로 말하고 있다.
 

현재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밭농업기계 성능고도화와 작목별 기계화 표준재배모델에 대한 밭농업기계화촉진기술개발사업이 올해 공고됐다. 밭농업기계의 성능과 효율을 높이는 연구도 중요하지만, 개발기술이 산업화가 돼 시장에서 판매되는 선순환 구조가 돼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지원기술이나 인력양성에 대한 밭농업기계 산업생태계 활성화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실제 농작업 부하, 농기계 상태와 성능, 농작업 환경 데이터 등을 이용해 국내외 농작업 필드구현을 위한 가상물리환경과 가상과 실제를 연결하는 커넥티드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러면 각 기업들은 이 가상환경에 접속해서 제품 양산화를 위한 농기계 설계, 구조, 농작업, 조작편의성 검증, 주행 테스트 등을 지원 받을 수 있고 세계각지에서도 가상환경에 접속해 원격 자율주행, 정비, 교육, 전시, 바이어 상담 등 수출지원도 가능하다. 이를 통해 농작업기의 품질과 성능, 기술 데이터를 축적하고, 수출을 위한 국가별 상호인정협정 시험평가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해외 현지환경을 가상에서 구현이 가능하므로 해외 현지시험 인증을 국내에서 대신함으로써 관련 법규과 규제대응 인증시간,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또한 대학, 연구소, 산업체, 교관, 농업인 등 통합적으로 밭농업기계 교육을 담당할 수 있다. 산업체는 스마트화되고 디지털화된 다양한 최신기종의 검증 안정성확보, 서비스 관리가 필요하고 농업인은 신제품 적응이나 기계화 표준재배모델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농기계임대사업소의 경우 최신기종의 밭농업기계 정비, 진단에 대한 기술이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밭농업기계의 스마트화, 디지털화를 위한 전문화된 인력이 없을뿐더러 인력양성 시스템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진행중인 연구사업과 더불어 밭농업기계 산업생태계 활성화 플랫폼이 결합되면 밭농업기계화율은 자연스럽게 상승하고 산업의 생태계는 활성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