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규제가 아닌 어업인 자발적 참여
수산자원관리 소요 비용 절감 효과
어업인 역량강화 성과도
유통업체도 MSC인증 수산물 구매에 나서
판로개척에 유리하단 장점 부각해야

MSC인증 기준을 통한 어업개선은 어업관리에 소요되는 행정비용과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에도 시사점이 있다. 사진은 서호주 프리맨틀 항에 정박 중인 어선들.
MSC인증 기준을 통한 어업개선은 어업관리에 소요되는 행정비용과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에도 시사점이 있다. 사진은 서호주 프리맨틀 항에 정박 중인 어선들.

 

전세계적으로 지속가능한 어업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유럽과 북미 등 서구 선진국을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수산물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으며 이같은 추세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더욱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기업들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이행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지속가능수산물에 대한 시장의 수요를 늘리는데 한몫하고 있다.

이에 해양관리협의회(MSC) 인증기준을 바탕으로 어업개선에 성공한 서호주의 사례처럼 우리나라 어업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살펴봤다.

(2) MSC 통한 어업개선, 국내 시사점은

# 늘어나는 지속가능수산물 수요

지속가능한 수산물에 대한 시장의 요구는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MSC의 발원지인 유럽시장에서 도드라지고 있는데 특히 대형유통업체들이 자사의 구매기준에서 MSC인증 수산물의 구매비율을 높여나가고 있다. 실제로 영국 슈퍼마켓체인인 세인스버리는 모든 자연산 수산물에 대해 100% MSC인증 수산물을 취급하겠다는 목표하에 2021년 기준 세인스버리가 취급하는 수산물의 75%를 MSC인증을 받았다. 영국 대형유통업체인 테스코 역시 2030년까지 ‘책임있는 수산물 소싱 10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로 2019년까지 자연산 수산물의 79%를 MSC인증수산물로 구매했다. 슈퍼마켓브랜드인 웨이트로스 역시 2025년까지 모든 수산물 제품을 100% 3자 인증된 책임있는 수산물로 취급한다는 목표다. 유통업체들의 구매참여가 늘어나면서 MSC 인증수산물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기업의 ESG경영이 확산되는 것 역시 지속가능수산물에 대한 수요를 늘리고 있다. MSC인증은 유엔 SDGs 중 해양분야인 14를 달성하기 위한 주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때문에 주요 기업들이 자사의 구매기준으로 MSC인증을 요구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처럼 유통업체에서 지속가능한 수산물을 요구하는 것은 국내 수산업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현재 국내에서는 동원산업을 비롯한 주요 원양기업들이 자사의 어업에 대해 인증을 받았을 뿐 연근해어업에서 인증을 받은 사례는 없는 실정이다. 이 가운데 국내 유통업체에서 MSC 인증 수산물의 취급목표를 정하게 되면 국내산 수산물이 설 곳이 없어지는 상황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 규제 아닌 자율적 관리로 사회적 비용 줄인다

국내 수산자원관리는 대부분 정부규제에 의존하고 있다. 정부의 규제는 행정처분이나 사법적 처벌이 수반되기에 어업인의 반발 때문에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실제로 정부가 총허용어획량(TAC) 대상어종을 늘리는데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 역시 TAC 대상어종을 늘리는데 어업인들이 반발하는 것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주요 어종의 금지체장을 군성숙체장 수준으로 높이기 쉽지 않은 이유 역시 어업인들이 금지체장에 강하게 반발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부의 규제는 법령의 제·개정을 수반하는 것이 대부분이기에 유연하게 변화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이에 비해 MSC는 민간인증제도로서 법령을 준수하는 수준을 넘어 해양생태계를 보호하는 것까지 포함하고 있다. 정부의 규제가 아니라 어업인의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한 관리이기에 수산자원관리에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서호주 정부 관계자들은 수산자원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절감과 사회적 비용의 저감 등을 주요 장점으로 꼽았다.

헤더 브레이포드 서호주정부 농림어업·지역개발부 국장은 “어업인들은 정부 소속의 과학자를 신뢰하지 않는 반면 MSC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독립적으로 운영돼 어업인들이 신뢰하고 있다”며 “특히 MSC는 지속적으로 어업인의 역량을 강화해나가기 때문에 어업인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어업을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맷 왓슨 MSC서호주사무소 어업매니저는 “MSC인증기준은 꾸준히 강화되고 있으며 MSC인증어업인들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인식도 개선되고 있다”며 “이같은 변화를 통해 정부는 어업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어업관리도 고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녹록지 않은 어업개선 여건

MSC를 통한 어업개선의 성공사례가 제시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MSC인증기준을 통한 어업개선을 하기에는 여건이 녹록지 않다.

가장 먼저 지목되는 문제가 한·중·일 3국이 수산자원을 공유하고 있으며 어업협상을 이유로 각 국이 수산자원과 어획량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만 해도 수산자원의 현황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라는 환경단체의 요구에 정부는 한·중, 한·일어업협상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이를 거부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어획량 데이터의 신뢰도가 낮은 데다 관련 정보를 공유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우며 일본 역시 자료를 공유해줄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MSC인증은 수산자원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와 이를 바탕으로 한 적정 어획수준을 요구하기 때문에 자원정보가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서 인증을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또다른 문제로는 어업인의 반발과 국내 대형유통업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연근해어업은 생산량 감소와 생산비 증가라는 이중고에 처해 있다. 이 가운데 더 높은 어업관리 수준을 요구하게 될 경우 이는 어업인의 반발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 이와 함께 대형유통업체가 MSC 등 지속가능성 인증을 받은 수산물 구매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어 어업인이 MSC 인증을 받을 동기가 부족하다. 실제로 서호주 지역의 MSC인증어업인은 MSC인증을 통한 장점으로 판로개척에 유리하다고 밝힌 바 있다.

서종석 MSC한국사무소 대표는 “MSC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수산자원 관련 정보가 반드시 필요한데 우리나라에서는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 터라 인증을 받는 것이 쉽지 않다”며 “다른 나라와의 협상에 영향을 주는 회유성 어종의 자원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어렵다면 정착성 어종과 관련한 정보를 우선 공개해 MSC 인증을 받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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