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도루묵·키조개 금지체장
붉은 대게 금어기 적용 유예 추진
TAC소진율 등 감안시 금어기·금지체장 존치 필요

해수부가 TAC대상어종에 대해 금어기와 금지체장 적용을 유예하기로 하면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열린 수산자원 정책혁신 권고안 전달식에서 조승환 해수부 장관[사진 왼쪽]이 정영훈 수산자원 정책혁신 현장발굴단장[사진 오른쪽]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해수부가 TAC대상어종에 대해 금어기와 금지체장 적용을 유예하기로 하면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열린 수산자원 정책혁신 권고안 전달식에서 조승환 해수부 장관[사진 왼쪽]이 정영훈 수산자원 정책혁신 현장발굴단장[사진 오른쪽]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해양수산부가 총허용어획량(TAC)이 적용되고 있는 일부 어종에 대해 금어기 또는 금지체장의 적용을 유예하는 방안을 추진, 논란이 일고 있다.

해수부는 수산자원관리정책의 혁신을 위해 민간 주도로 구성된 ‘수산자원 정책혁신 현장발굴단’의 권고안에 따라 TAC가 정착된 4개 어종에 대해 금어기 또는 금지체장의 적용을 유예하는 방안을 마련해 중앙수산조정위원회에 제안했다. 이번에 제안된 금어기·금지체장 적용유예안을 적용받는 어종과 업종은 금어기의 경우 붉은대게를 어획하는 근해통발어선 36척이 대상이다. 금지체장은 고등어를 어획하는 대형선망어선 18척, 도루묵을 어획하는 동해구중형트롤과 동해구외끌이중형저인망 38척, 키조개를 포획하는 제1·2구 잠수기 어선 120척 등이다. 이들 어선은 TAC 한도 준수, 어선위치발신장치 가동, 조업실적보고 등을 준수할 경우 붉은대게는 금어기를 적용받지 않고 고등어, 도루묵, 키조개는 금지체장을 적용받지 않게 된다.

이같은 해수부의 금어기·금지체장 적용유예 안을 두고 수산업계에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수산자원분야의 전문가들은 총론의 측면에서는 TAC가 충분히 성숙된 경우 어업인들이 상업적 활용가치가 낮은 미성어를 어획하려는 동기가 약하기 때문에 금어기·금지체장이 사실상 필요가 없다는 것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오랫동안 TAC를 적용해왔지만 여전히 소진율이 낮아 금어기·금지체장의 적용을 유예할 경우 미성어의 어획강도가 급증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2016년 연근해어업 생산량이 90만 톤대로 주저앉은 이후 회복될 조짐이 없으며 지난해에는 90만 톤대마저 무너진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금어기·금지체장 적용을 유예하는 것은 어획강도만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해수부의 정책 추진과정에서 과학적 검토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수부는 중앙수산조정위원회에 금어기·금지체장의 적용을 유예하는 안을 제시하면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금어기와 금지체장은 수산자원관리에 있어 필수적인 관리제도인데 금어기·금지체장의 적용 유예가 수산자원에 미칠 영향에 대한 시뮬레이션조차 하지 않은 채 관련 정책을 제안한 것이다.

아울러 해수부가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는데 급급해 충분히 검토를 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해수부가 이번 정책제안의 근거로 제시한 수산자원 정책혁신 현장발굴단은 지난해 10월 13일 위원을 위촉해 활동을 시작했다. 현장발굴단의 활동이 시작된 지 4개월여만에 정책을 제시한 것이다. 이는 해수부가 규제완화 성과를 내기 위해 단기실적에 매몰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수산자원분야의 한 연구자는 “금어기와 금지체장은 산란어미와 어린물고기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으로 TAC가 적용되더라도 유지돼야하는 것이 맞다”며 “TAC가 적용되는 업종에 금어기·금지체장 적용을 유예하려면 TAC를 통해 수산자원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어야 하는데 TAC소진율 등 제반여건을 봤을 때 금어기·금지체장의 적용을 유예해도 되는 상황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수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수산자원관리정책을 중앙수산조정위원회 안건으로 상정하기 위해서는 해당 정책을 통해 어떤 영향이 있을지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위원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며 “과학적인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위원들에게 심의를 하라는 것은 해수부의 제안대로도장이나 찍으라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금어기와 금지체장의 적용이 유예가 될 경우 조업기간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수산자원에 미치는 어획압력이 강해지는데 이를 감안하면 해당 업종의 TAC총량이 현재보다 낮은 수준에서 책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전문가는 “TAC를 적용하면서도 금어기, 금지체장 뿐만 아니라 어획노력량 관리 제도까지 모두 운영하다보니 어업인의 불만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2016년 이후 연근해어업 생산량이 90만 톤대에 머무르는데다 지난해에는 80만 톤대까지 감소한 상황에서 자원관리제도를 완화시키는 것이 정상적인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태호 해수부 수산자원정책과장은 “이번에 금어기·금지체장의 적용이 유예되는 업종들은 조직화가 잘돼있는 업종으로 업계 내부에서 스스로 관리를 잘하겠다는 계획도 밝히고 있다”며 “제도 시행 이후의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수산자원에 악영향을 미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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