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박현렬 기자]

 

40대 이상의 나이에 고향이 산이 많은 강원, 충청, 경북지역이라면 어릴 때 주변에서 사슴농장 한 곳 정도는 쉽게 볼 수 있었다. 강원 춘천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필자도 어린 시절 사슴피를 마시는 사람들과 녹용을 판매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봤다.

그러나 지금은 사슴농장을 인터넷에 검색해야 찾을 정도로 그 수가 현격히 줄었다. 농가당 평균 16~18마리를 사육하고 암사슴을 입식하고 싶어도 공급량이 적어 자록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품종별 기준이 되는 사양표준도 없고 근친교배, 체계적인 개량사업 부족으로 사슴의 생산성 또한 크게 낮다. 농가에서 평균 16~18마리를 사육해 얻을 수 있는 연간 소득은 극히 적은 반면 인공수정 비용은 마리당 40만 원이 넘어 영세 농가는 사실상 참여가 불가능하다.

축산법상 사슴은 가축에 해당하지만 지금까지 각종 정책수혜 대상에서 소외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2004년 이후 녹용 시장이 전면 개방되면서 현재 대부분 시판에서 볼 수 있는 녹용은 거의 수입산이다. 우리나라 녹용의 경우 농가와 소비자 간의 비정기적 직거래를 통해 거래된다. 지인을 통해 필요할 때 판매하는 경우가 대다수인 것이다.

우리나라 녹용을 한약재 판매점에서 볼 수 없는 이유는 약사법에 따라 원료의약품 제조자격을 갖춘 업소가 품목제조허가를 받아 생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육성 정책 부족 등의 이유로 사슴 농가가 대부분 영세한데 품목제조허가를 받은 농장이 얼마나 될까?

현재 사슴 산업은 배합사료 가격 인상, 영세 농가의 암사슴 도태, 매년 40~50마리의 성록 엘크 중 2~3마리의 자연 폐사, 30%에 달하는 자록 폐사율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국내 사슴 산업은 붕괴되고 동물원에서 사슴을 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사슴 산업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육부터 소비까지 일련의 활성화 방안을 담은 중장기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중장기 대책 마련으로 생산자의 규모화·전문화가 이뤄지고 우수 품질의 국내산 사슴 원물 홍보가 다각적으로 진행돼 소비자들이 수입산이 아닌 국내산 사슴 원물만을 찾는 날을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