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달고 단단한 과육
소비 증가와 함께 농가 관심도 UP
전체 수박 시장 축소에도
흑피수박 거래 7년새 7.6배 이상 증가
조생수박 시장서 고단가 형성에도
우수한 품질에 가정 내 소비 증가
[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3월부터 6월까지의 조생(일찍 성숙하는)수박 시장에서 검은 외피의 ‘흑피수박(흑수박)’이 선전하고 있다.
‘수박은 한여름이 아니면 맛이 없다’는 선입견을 깨고 봄에서 초여름까지 달콤하고 청량감 넘치는 매력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는 흑피수박에 대해 알아본다.
# ‘수박=호피무늬’ 편견 벗고 ‘흑피수박’으로
흔히들 ‘수박철’이라고 하면 7~8월 고온기를 떠올린다. 3월 이른 봄부터 7월 이전에도 수박이 생산되지만 ‘당도가 크게 떨어진다’는 선입견에 일반 소비자들은 구매를 꺼리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봄 수박으로 통용되는 조생수박은 대부분 요식업소에서 화채 등으로 소비돼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조생수박 시장에서도 변화의 기류가 포착되고 있다. 전체 수박 시장에서 흑피수박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조금씩 늘고 있는데 이를 두고 종자·유통 업계에선 가정 내 수요 증가의 신호로 보고 있다. 흑피수박이 호피수박보다 다소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가격보다는 품질에 무게를 둔 일반 소비자, 즉 가정 내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 도매시장의 연간 수박 거래물량은 2016년 25만9312톤에서 지난해 20만2379톤으로 7년 새 20% 이상 줄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흑피수박 거래물량은 1088톤에서 8323톤으로 7.6배 이상 늘었다. 비중으로 보면 2016년에는 0.42%로 1%도 채 되지 않았지만 지난해에는 4.11%까지 증가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조생수박 시장만 떼어놓고 보면 흑피수박 시장은 더 큰 폭으로 증가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 맛·향 우수...조생수박 중 단연 으뜸
흑피수박 종자 시장 점유율 1위인 제농S&T는 흑피수박이 특히 조생수박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고온기를 거치면서 안정적으로 당도를 내는 여름수박 시장보다 종자 등 여러 조건에 따라 품질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조생수박 시장에서 오히려 고품질의 흑피수박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소비자 반응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산지 농가들 사이에서도 흑피수박에 대한 관심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김시우 제농 S&T 종자사업부문 프로PM은 “제농의 대표적 조생 흑피수박인 ‘조생흑미수박’의 경우 과실의 평균 당도가 13브릭스 수준으로 일반 수박(약 11브릭스)에 비해 높고 과육이 단단해 식감도 좋아 소비자 선호도가 높다”며 “조생수박 시장에서 고단가 시장을 형성해 수익 측면에서의 장점도 커 농가들도 시험재배를 해보는 등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경남 함안에서 만난 박국노 블랙펄작목반 회장은 “소매 상인들이 ‘서울 톨게이트에 갈 때까지 입 안에 수박 향이 남아 있다’고 할 정도로 품질 면에서 우수한데 소비자들이라고 모르겠냐”고 웃어보였다.
# 농가 수익도 ‘쏠쏠’
박 회장은 흑피수박만 14년째 재배하고 있는 흑피수박 전문가다.
그는 “지난해 제농의 조생흑미수박을 심은 하우스 한 동에 1000만 원 이상 수익이 났다”며 “하우스 한 동에서 보통 수박 450~500통 정도를 수확한다고 보면 수박 한 통당 2만 원 이상 높은 가격에 판매한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기간 생산·판매된 조생 호피수박에 비해 한 통당 적게는 1000원, 많게는 3000원 가량 더 높은 가격에 판매된 셈이다.
이날 현장에서 수확을 열흘여 남긴 조생흑미수박을 갈라 당도를 쟀더니 12.5브릭스 정도가 나왔다. 박 회장은 “출하 때에는 14브릭스까지 나올 수 있는 수박들”이라며 스스로도 높은 당도에 놀라워했다.
인근에서 흑피수박을 재배하는 차동현 함안수박공선회 운영위원장도 “재배 초기 열관리, 표면의 흠집관리 등만 조금 신경쓰면 꽤 괜찮은 단가를 받을 수 있어 장점이 많다”며 “올해 하우스 4동에서 흑피수박을 재배했는데 내년에는 3동 더 늘려 총 7동을 재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