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조류 생활사의 비밀과 수산과학기술혁신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해조류는 전 지구적 규모로 진행되는
기후변화 위기대응 돌파구로 새롭게 조명
종자개발은 미래식량안보와 변화하는
해양환경 대비해 지속가능한 양식

 

흔히 요즘을 영양 과잉의 시대라 한다. 우리 몸에 필요한 에너지양보다 받아들이는 양이 많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참살이(well-being)를 비롯한 건강한 식생활 문화가 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 주목을 받는 식품이 바로 해조류. 해조류는 육상식물과 마찬가지로 단백질과 무기질, 비타민 등 영양성분을 함유하고 식이섬유도 풍부한 차세대 슈퍼푸드다. 우리나라는 세계 제3위 규모의 해조류 양식 선도국이며 1인당 소비량은 세계에서 가장 많다. 한국인이 해조류를 얼마나 좋아하는가는 생일상에 미역국을 꼭 올리거나 정월 대보름에 김을 먹는 풍습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해조류는 육상식물과는 달리 단단한 껍질로 싸인 종자를 만들지 못하고, 또 뿌리에서 싹이 계속 돋아나지도 않는 연약한 존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조류는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 바다에서 훌륭하게 그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해조류 나름의 생명 유지 전략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우리가 즐겨 먹는 김을 살펴보자. 우리나라에서 김 양식은 1640년대에 세계 최초로 시작됐다. 당시 우리 조상들은 겨울철 바닷가에 나뭇가지를 꽂아 물속에 떠다니는 김 포자가 붙어서 자라면 그것을 채취했다. 일제강점기에는 김발이 여러 종류 개발돼 김 양식이 성행했지만 기본적으로 조선시대의 자연에 의존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김 양식이라 하면 초겨울에는 발에 김 포자가 붙고, 겨울철에 무성히 자란 후 늦봄이면 자연스레 소실되는 줄 알고 있었기에 여름철에는 김이 어떤 형태로 서식하는지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다 1949년 영국의 드루-베이커(Drew-Baker)’라는 해조류 연구자가 여름철에 조개껍데기에 살고 있는 사상체(絲狀體)의 생물을 키웠는데 이것이 계속 사상체로 자라는 것이 아니라 잎 모양의 김으로 자라는 것을 발견하면서 김 양식은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이 발견 이후 굴 껍데기의 사상체(패각사상체)로부터 포자를 받아 김발에 붙여 양식하는 인공종자생산 기술이 개발되면서 김의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됐다. 계절에 따라 변하는 김의 특이한 생활사를 잘 활용한 것이다. 김뿐만이 아니라 다시마와 미역 등 다른 해조류도 역시 고유의 생활사를 가지고 계절 변화에 적응하는 생존 전략을 구사한다. 해조류 종류별 생활사를 구명해 잘 이해하면 종자의 보존은 물론 종자 개발 연구에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의 해조류 종자 개발에도 각 해조류의 생활사가 잘 활용되고 있다.

종자는 한 해의 작황을 결정하기도 하지만 국가 식량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국가 간 우수한 종자를 확보하고 보호하기 위한 종자 전쟁이 심화되고 있는 이유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개발돼 보호를 받고 있는 해조류는 총 28개 품종이며 이 중 국립수산과학원에서 개발한 것이 17개 품종(12, 미역 5)이다. 이는 불과 10여 년 남짓한 기간에 개발한 것으로 오랜 시간이 걸리는 종자 개발 분야에서는 상당한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전 세계의 기호식품으로 자리 잡은 김은 다양한 품종개발로 우리나라가 종자 국산화율이 약 95%인 김 종자 주권국으로 2019년부터 4년 연속 수산식품 수출 1위 자리를 지키는데 밑받침이 됐다.

최근에 해조류는 전 지구적 규모로 진행되는 기후변화 위기대응과 탄소중립 녹색성장의 돌파구로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해조류는 광합성을 통해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하는 바닷속의 1차 생산자이며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블루카본자산으로서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해조류가 블루카본 자산으로서 인정받게 되면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도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 해조류 생활사의 비밀이 풀리니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슈퍼푸드를 넘어, 이제는 건강한 지구를 지켜내는 훌륭한 해답으로 연결되고 있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종자개발은 미래식량안보와 변화하는 해양환경에 대비해 지속가능한 양식산업에 그 역할을 단단히 할 것이다. 과학기술의 혁신에는 한계가 없다. 우리나라의 해조류 종자가 세계를 선도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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