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김소연 기자]

서울의 한 식자재마트 오픈할인 행사에서 미끼 상품으로 계란 한 판이 3980원에 판매되고 있다.
서울의 한 식자재마트 오픈할인 행사에서 미끼 상품으로 계란 한 판이 3980원에 판매되고 있다.

최근 식자재마트의 횡포로 계란 가격이 원가 이하로 거래되고 있어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기업 대형마트들이 의무휴업 등 규제를 받는 동안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식자재마트들이 납품업체와 표준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갑질을 일삼고 있기 때문이다.

 

# 표준계약서 없는 식자재마트, 납품업체에 갑질 지속 

표준계약서가 없는 상황에서 납품업체들은 식자재마트가 요구하는 수천만 원의 입점비를 내야하는 것은 물론 오픈할인 행사용으로 원가 이하의 계란 납품 요구에도 ‘울며 겨자먹기’로 응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는 식자재마트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보복 차원에서 거래중단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한 계란 납품업자는 “신규 오픈하는 식자재마트에서는 수천만 원의 입점비와 오픈할인 행사에서 몇만 판의 계란을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납품하길 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감사 세일 명목 등으로 지속적인 할인을 요구하고 있다”며 “농가에서 계란을 가지고 올 때 계란 한 판(30개)에 평균 4800~5000원 정도인데 마트에서는 3980원, 4980원 등 원가 이하로 할인행사를 해 납품업체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대한산란계협회가 발표한 계란 시세 정보와 비교해도 식자재마트의 계란 가격은 원가 이하로 판매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1일 기준 산란계협회가 발표한 계란 시세 정보를 보면 특란 한 개당 156원으로 계란 한 판에 4680원으로 계산돼 납품업체는 팔수록 손해를 보는 꼴이다. 

 

# 계란 납품업체, 대형마트 기준 하향 조정 필요 

이에 (사)한국계란산업협회는 대형마트 기준을 농·축산물에 한해 기존 3000㎡ 이상에서 1000㎡ 이상으로 하향 조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형마트 기준이 하향 조정되면 식자재마트 등에서 납품업체와 표준유통거래 계약서를 체결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계란산업협회 관계자는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식자재마트는 납품업체에 부당한 요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면서 “식자재마트의 부당한 요구는 풍선효과를 불러일으켜 납품업체는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영세 농장을 압박하거나 적정 가격 이상의 납품 방법을 고려하게 돼 결국 소비자가 비용 부담을 안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부 지역 식자재마트는 기존 대형마트를 인수한 후 대형마트 기준을 피하기 위해 매장 규모를 1000㎡로 쪼개는 등의 방법으로 규제를 피하고 있다”면서 “식자재마트가 규제에서 벗어나 있어 임의로 계약서를 쓰거나 혹은 아예 계약서가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계란산업협회는 외국계 창고형 할인점의 사례를 들며 공정한 거래가 정착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계란산업협회는 “외국계 창고형 할인점의 경우 1차 농·축산물에 대해서는 약 5%의 이익률 규정이 마련돼 있는 등 폭리를 취하지 않아 계란 납품업체들은 서로 납품하겠다고 줄을 서고 있다”면서 “유통 질서의 해답을 한 곳에서 찾을 수는 없지만 최종 소비자에게 해악이 가지 않도록 제도가 개선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계란선별포장유통협회는 식용란수집판매업, 식용란선별포장업, 알가공업 등 다양하게 형성돼 있는 계란관련업종을 포괄하기 위해 ‘한국계란산업협회’로 명칭을 변경했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