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어촌연구부장

외국인종사자, 선택 아닌 필수조건
어촌소멸 방지 위해 이민정책 도입
사회적 공론화 필요
관련 산·학·연·관서 협의체 구성해야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역사적으로 우리나라는 정치·군사적인 중요한 시점마다 ‘개방’보다는 ‘쇄국정책’을 더 많이 선택했다. 반도국가의 지정학적인 위치에서 외세의 침입과 약탈로부터 자국민 보호와 평화를 추구했던 선조들의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다수의 국민은 단일민족에 대한 자부심과 지켜야 할 가치로써 신념이 높은 것도 사실이며 필자 역시 지면을 통해 이민정책을 논의하는 것이 자유롭지는 못하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어촌사회가 소멸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던 연구자로서 어촌 현장의 현실을 생각해 보면 이민정책은 더 이상 회피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촌은 초고령화와 인구감소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어업인구는 1970년대 100만 명을 상회하였지만 50년이 지난 최근에는 10만 명 선이 무너졌다. 한국사회 인구구조 변화가 ‘인구재앙’으로까지 우려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귀어·귀촌정책 등 소멸방지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촌 현실은 지속적으로 나빠지고 있다.
 

즉 신규로 유입되는 인구보다 유출과 자연감소가 더 크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어업인구는 연평균 6800명 정도가 감소하는데 반해 귀어귀촌을 통한 어촌 정착은 1000여 명 수준에 불과하다. 이대로 시간이 흐른다면 어촌소멸은 우려가 아닌 현실의 문제가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어촌소멸 방지를 위한 특단의 대책으로 ‘이민정책’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1990년 대 초반 농어촌 노총각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농어촌 총각 장가보내기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30년이 지난 지금 국내 체류하고 외국인은 약 250만 명으로 늘어나 전체 인구의 5% 수준이고 이들 중 결혼이민자는 2021년 기준 17만4000 명을 넘어서고 있다.    

더 이상 한국사회를 다문화 사회로 평가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본다. 
 

특히 여전히 노동집약적인 어촌사회는 외국인종사자 없이는 이제 어업을 유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국내 종사자의 어업 기피와 높은 인건비 등 경비를 줄어야 하는 경영자 입장에서는 외국인종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조건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성어기에만 일손이 집중적으로 필요한 5개월 미만의 단기체류 외국인종사자도 고용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시행되고 있어 다문화는 더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어촌의 일손 부족과, 경영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외국인종사자 고용정책으로 빠르게 대체되는 양상이지만 어촌사회의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볼 때 동족방뇨(凍足放尿) 즉,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한 임시방편 대책으로 볼 수 밖에 없다.
 

경제적 효율성 관점만으로 이민정책의 당위성은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이민자의 저렴하고 숙련된 노동력과 인적자본이 어촌 정착을 기피하는 여건을 고려한다면 우리나라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크다. 호주의 경우에도 ‘주 특정지역 이민프로그램’(SSRM : State Specific and Regional Migration), ‘지정 지역 이민 협정’(DAMA : Designation Area Migration Agreements)을 각각 1965년, 2019년에 도입해 낙후지역의 초고령화와 지역공동화,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이러한 이민정책 프로그램은 낙후된 농어촌지역에 평균연령 32세의 신규 이민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고용률 98%, 지속적 체류율도 90% 수준으로 나타나 특정지역의 인구감소, 고령화,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언어와 문화가 다른 이방인을 새로운 공동체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이민정책은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국가 정체성과 사회적 연대감이 중요하게 작동되며, 우리나라의 경우 호주, 미국, 캐나다와 같이 이민정책을 통해 문화적 다양성을 경험했던 국가와는 달리 이민정책 도입과정에서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개연성도 높다. 따라서 어촌사회의 이민정책은 사회 안전뿐만 아니라 공공질서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측면까지 종합적인 고려가 필요하다.
 

어촌소멸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민정책 도입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고, 그 결과를 특단의 대책으로 이행해야 한다. 어촌소멸은 이제 경고 차원의 미래형이 아니라 진행형이다. 
 

어촌사회 이민정책 도입을 위한 관련 산·학·연·관에서 협의체를 구성하고, 적극적인 논의에 나서 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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